“응급실 돌려달라”…무너지는 미국 지방 병원

입력 2024.06.23 (21:36)

수정 2024.06.24 (07:58)

[앵커]

미국에선 코로나19 이후 지역 의료기관이 잇따라 문을 닫으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거나 빈곤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폐원율이 높은데, 정치권도, 지역 정부도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공백 문제를 겪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현지를 이정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종합 병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노인 인구가 25%인 이 지역에서 꼭 필요한 병원이었지만, 빈곤율이 높은 지역 병원의 재정난을 감당하지 못한 겁니다.

[스티브 매닝/전 마틴 종합병원 부원장 : "전반적으로 수익이 줄었습니다. 병원이나 지역사회가 더는 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병원이 문을 닫자 이 카운티 내에서 더 이상 응급 진료는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문을 닫은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입니다.

차량 제한 속도까지 달려서 와도 약 25분이 더 걸립니다.

[조니 밀스/지역 주민 : "저는 심장에 인공 판막 2개가 있고 심박조율기가 있고 당뇨병도 있어요. 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종합 병원과 연계됐던 소규모 지역 병원, 약국들까지 잇따라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선 2010년 이후 149개의 지역 병원이 문을 닫거나 기능을 전환했고,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진 병원도 450곳이 넘습니다.

코로나19 때 확 늘었던 정부 지원이 줄고, 물가와 임금까지 인상되자 폐원은 더 가속화됐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문을 닫은 병원을 입원 환자 없이 응급 병상만 두는 농촌 응급 병원으로 바꾸는 걸 추진하지만, 과정은 산 넘어 산입니다.

[벤 아이스너/마틴 카운티 관리인 : "의료진과 비의료진 간호 인력, 지원인력까지 모든 인원을 새로 찾아야 합니다."]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의료 복지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 없는 의료 공백에 주민들 불만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윌리엄스턴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김정현/자료조사:이세영 이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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