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군대에서 훈련할 때 실탄 대신 레이저를 쏴서 실전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마일즈'(MILES) 장비가 있습니다.
이 장비 개발과 도입에 15년 넘게 관여한 한 현역 군인이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군 검찰 수사망에 오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원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레이저 빔 등으로 실제 전투 상황을 구현하는 이른바 '마일즈' 장비.
레이저를 몸에 맞으면 부상 정도가 실시간으로 확인됩니다.
["사망. 사망."]
이 장비와 관련된 육군 최고 전문가 김 모 원사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최근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 원사는 마일즈 장비 입찰에 17년째 참여하고 있는데, 업계에서 '마일즈 왕'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김 원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방산업체는 2곳으로, 모두 김 원사가 해외에 나가 있을 때 체류 경비를 대납해준 것으로 군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업체는 김 원사가 2022년 11월 공무 출장으로 미국에 7일간 머무를 당시 숙박비·식사비 등을 대납한 혐의를 받습니다.
군 검찰은 해당 업체 직원이 김 원사와 동행하며 업체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김 원사가 지난 4월 개인 휴가차 영국에 갔을 때 임원이 동행했는데, 역시 마일즈 사업 관련 청탁을 하면서 체류 경비를 제공한 혐의를 받습니다.
[마일즈 사업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김OO 원사가 하는 사업은 (영국 휴가 경비 대납 업체가) 다 가져간다, 그거는 다 기정사실로 알고 있고. 무조건 엮이면 피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닙니까?"]
김 원사는 업체로부터 경비를 대납받은 게 사실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김OO/원사/음성변조 : "일단 관련 내용은 수사 중이고 수사 여부를 통해서 사실 여부는 증명이 될 텐데…."]
김 원사와 관련된 통장 내역을 확인한 군 검찰은 수백만 원씩 여러 차례 현금이 입금된 사실을 발견해 출처를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5년간 김 원사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되는 마일즈 장비 사업은 모두 10건, 이 중 8건이 뇌물공여 혐의 업체 2곳의 차지였습니다.
또, 이 두 업체가 따낸 계약 규모만 천 억 원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최창준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