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한 장애인협회가 전주시의 보조금을 받아 저온저장고를 샀는데, 정작 다른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안태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장애인협회 사무실입니다.
한쪽에 음식을 보관하는 저온저장고가 큼지막하게 놓여 있습니다.
두 해 전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전주시로부터 보조금 8백70여만 원을 받아 바닥 공사를 하고 새로 설치했다는데, 전원은 꺼져 있고, 새 제품이라고 하기엔 군데군데 흠집이 많이 나 있습니다.
누군가 썼던걸 가져온 거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협회 관계자는 '중고'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어떤 경로로 들여왔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중고품도 구입을 하신 겁니까?) 글쎄요. 말씀드리기가 좀 그러네요."]
그렇다면 보조금을 받아 샀다는 저온저장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주변을 수소문해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협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주택가의 한 업소였습니다.
음식과 술을 파는 곳으로 돼 있지만, 업소 사장은 봉사회 사무실 겸 지인들 식사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협회에 있어야 할 저온저장고가 이곳에 놓인 이유를 묻자, 업소 사장은 협회에서 부탁을 해왔다고 설명합니다.
협회 사무실에 있는 저온저장고는 자신이 예전에 썼던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업소 사장/음성변조 : "(협회) 사무실 옆에 공간이 있는 데다 놓으려고 했나 봐요. 도저히 그게 안 나온다. 그냥 (여기) ○○○ 봉사회 사무실에 놓으면 어떨까 싶어서 저희는 상관없으니까 (협회) 회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그렇게 해서 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협회 측이 공간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보조금부터 타냈는지, 또, 공간이 좁다면 저장고 크기를 줄일 만도 한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협회가 전주시에 제출한 업체들의 견적서를 보면 바닥 공사를 협회 사무실이 아닌 주택 마당에서 하는 것으로 돼 있어 처음부터 다른 곳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듭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