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에 있는 딸의 영주권 신청을 위해 1억 원 넘게 주고 신청 대행 계약을 맺었지만 3년 가까이 돈과 시간만 허비했단 제보가 저희 KBS에 들어왔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이원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에서 유학 중인 딸을 둔 김 모 씨, 2021년 딸의 영주권 발급을 위해 한 이민 알선 업체를 찾았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 "한국 학생들은 영주권이 있어야지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없으면 한국에) 와야 돼요."]
광고를 통해 '100% 승인실적'을 자랑하던 이 업체, 김 씨는 1억 6천만 원에 이 업체와 영주권 신청 대행 계약을 맺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영주권은 신청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영주권 신청 사전 절차로 이 업체가 미국 노동부에 냈다는 서류를 봤더니, 김 씨의 딸이 식료품점 재고 관리자로 일한다는 허위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학생인 김 씨의 딸은 미국 취업이 금지돼 있는데, 자칫 추방까지도 당할 수 있는 내용을 미국 공공기관에 제출한 겁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 "그 학생이 진짜 그 당시에 일을 했냐라고 이야기했을 때, (사실이 아니면) 미국에서 추방을 당해야 돼요. (업체는) 그 위험성에 대한 얘기는 어떠한 얘기도 안 해 줘요."]
결국 김 씨의 딸은 영주권 신청조차 못 하고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 "1년 6개월 동안 계속 희망 고문을 줬다는 거죠. 좀 있으면 나온다, 기다려라."]
김 씨는 결국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이 업체가 서류를 조작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김 씨의 딸이 이민국 홈페이지에서 업체가 알려준 신청 번호로 제출 서류를 직접 조회해보니 엉뚱한 사람의 인적사항이 담겨 있던 겁니다.
김 씨에게는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던 이 업체, KBS 취재가 시작되자 회유에 나섰습니다.
[이민업체 직원-김 모 씨 통화/음성변조 : "제가 선생님 좀 가까운 곳으로 가서 좀 인간적으로 또 이야기를 좀 하다 보면. (인간적으로요? 여태까지 3년 동안 인간적으로 한 게 없는데 지금 와서….)"]
[이민업체 직원/음성변조 : "저희도 뭐 떳떳하니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사실은 이렇게 갑자기 오시면…."]
KBS는 이 업체에 계속 입장을 물었지만, 결국 제대로 된 해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현민/영상편집:이유리/그래픽:임홍근 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