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통사고 등에 날씨가 미친 영향을 전문가가 판단해주는 걸 '기상 감정'이라고 합니다.
이 기상 감정 사업은 기상청에 등록한 업체만 할 수 있게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관리는 부실합니다.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9년 이 모 씨는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 추돌 사고를 냈습니다.
도로에 낀 살얼음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보험사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이 씨는 당시 현장에 살얼음이 꼈을 거란 '기상 감정'을 받아 유리한 위치에 섰습니다.
이처럼 날씨가 특정 사건에 미친 영향 등을 판단하는 '기상 감정'은 2009년 제정된 기상산업진흥법에서 요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상 감정 사업을 하려면 기상청에 미리 등록해야 합니다.
기상 감정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건데,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 제출된 이 기상 감정서는 미등록 업체가 냈습니다.
심지어 이 업체는 기상청 산하 비영리 법인입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기상청의 산하 단체가 정작 법을 어긴 겁니다.
[이용우/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법에 나와 있는 특히 형사처벌 조항의 대상인 내용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관리 감독을 못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행정 공백이 있다…."]
기상청은 법원 감정은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상감정업의 업무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촬영기자:고영민 허수곤/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박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