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곳곳의 가로수들이 과도한 가지치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가지치기를 한건데, 앙상해진 가로수가 너무 많아지며 닭발 나무란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최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의 한 대형마트 앞 가로수입니다.
가지가 뭉텅뭉텅 잘려 나가 앙상합니다.
은행잎 몇 장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풍성한 자태를 자랑했지만, 가지치기 후엔 마치 닭발 같은 모습입니다.
[인근 주민 : "보기에는 흉하죠. 저렇게 풍성하게 있으면 보기는 좋은데 듬성듬성하게 있으면 보기는 싫죠."]
김해시는 그냥 놔두면 은행 냄새가 난다는 등의 민원이 빗발칠 거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로수가 닭발 신세가 되는 건 김해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도한 가지치기가 나무의 수명을 단축한다는 겁니다.
닭발 가로수를 음파 장비로 보면 속이 파랗게 썩어 있습니다.
[김철응/한국가로수협회 이사 : "(과도한 가지치기를 하면) 상처가 많이 생기게 되고, 그 상처를 통해서 빗물이 유입되면서 내부가 부후(부패)가 되는…."]
결국, 환경부는 지난해 가로수 잎을 75% 이상 남겨두라는 권고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강제가 아니어서 지자체들이 잘 따르지 않자, 환경단체들이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정진영/김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시민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하고 가로수를 과도하게 가지치기했을 경우에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벌금 제도까지도 마련되어야…."]
미국과 홍콩 등에서는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25% 이상을 자르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