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을철 야생 멧돼지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해지며,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십 곳의 무덤이 파헤쳐졌고, 한 야생 멧돼지는 도심 전철역까지 내려와 시설물을 파손에 남성 승객의 팔까지 물어 결국 사살됐습니다.
이형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거제의 한 공원묘지.
포탄이 떨어진 듯 여기저기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볼록하게 솟아야 할 봉분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주변 야산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파헤친 걸로 추정됩니다.
[신용일/공원묘지 관리인 : "(멧돼지가) 주둥이로 막 후벼판 것이고 이것도 마찬가집니다. 공원묘지가 지금 들어선 지 50~55년짼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멧돼지들이 훼손한 봉분들입니다.
무덤을 덮은 잔디는 크게 뜯겨 나가고, 흙더미가 밖으로 나올 정도로 깊게 파헤쳐진 곳도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무덤은 40기가 넘습니다.
[정형국/경남 거제시 장평동 : "저희 형님 묘입니다. 무덤이 (훼손된) 상태를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황망하기도 하고요."]
멧돼지는 도심 전철역에도 내려왔습니다.
역사 승강장에 나타나 1시간가량 난동을 부렸습니다.
30대 남성이 팔을 물렸고 도시철도 곳곳 시설이 파손됐습니다.
생포에 나섰지만 실패해 결국 사살됐습니다.
최근 2년 4개월간 전국의 멧돼지 포획 출동 건수는 2천3백여 건으로 가을과 초겨울에 집중됐습니다.
[박도범/야생생물관리협회 부·울·경 사무국장 : "(멧돼지가)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먹이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시기입니다. (산에서) 내려왔다가 빠져나가는 중에 방향을 잃고 도심 근처로 스며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를 만나면 등을 보이지 말고 정면을 보며 재빨리 몸을 피한 뒤 멧돼지가 빠져나갈 길을 터주라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 윤동욱/그래픽:김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