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올해로 98돌을 맞이한 한글 점자의 날입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눈과 다름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도로에 설치된 점자 블록이 엉터리인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차들이 쌩쌩 다니는 도로를 건너기 위해 한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갑니다.
횡단보도에 다다르자 자동차 진입을 막는 말뚝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점자 블록 양 옆에 설치되어 있어야 할 말뚝이 동선을 가로막은 것.
자칫 차도로 넘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신희범/대구지체장애인협회 편의증진부 :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는 건데, 잘못된 설치로 오히려 장애인분들 이동에 방해가 되는 설치가 많고..."]
또 다른 횡단보도.
이번에는 점자블록 설치방향이 30도 정도 틀어져 있습니다.
그대로 따라가다가는 차도를 향하게 됩니다.
이 점자블록의 경우 횡단보도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 있어서 이대로 가게 되면 완전히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서용복/시각장애인 : "불안하고 공포스럽죠. 완전히 건너왔는지 덜 건너왔는지 그걸 못 느끼죠."]
시각장애인 단체가 대구의 횡단보도 점자블록 설치 상태를 살펴봤더니, 전체 192 곳 중 규정에 맞게 설치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도로 연석과의 규정된 이격거리를 지키지 않거나, 설치폭과 설치 방향도 제멋대로였습니다.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 보행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근거는 없습니다.
[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현실적으로 모두 전수조사 하기는 쉽지 않아서 민원이 들어오는대로 처리를 하는 편이고..."]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을 보는 제2의 눈인 점자 블록, 실태 파악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지훈입니다.
촬영기자:박병규/그래픽: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