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사태 이후 대통령의 외교 권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외교 공백'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거로 평가되는 한미 관계는 물론이고 한중 관계도 여파가 큽니다.
조 장관은 오늘(13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주제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대통령 출국금지 등으로 외교권에 공백이 생겼는데 외교 비상사태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심각한 데미지(피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2년여 만에 관계 개선 분위기였는데…사라진 모멘텀 특히 한중 관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악화 일로를 걷다가 최근 들어 개선 분위기로 전환됐습니다. 북러 밀착 과정에 중국이 배제된 점이나 미국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어 국제 정세가 바뀐 점 등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베팅'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사실상 외교 활동을 못 했던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중국으로 돌아갔고 조금이나마 격을 높인 다이빙 신임 대사가 지명돼 부임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달에 중국은 전격적으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정재호 주중대사를 귀임시키고,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실세' 대사로 중국에 보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 역시 최근 중국과의 획기적인 관계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었던 거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계엄 선포 사태로 대사 교체와 관련 정책이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 담화에서 중국 간첩 등 언급하며 쐐기 박은 윤 대통령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어제(12일) 쐐기를 박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부산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과 한국 국정원을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인들의 검거 사례를 언급하며 외국인도 간첩죄로 처벌하도록 "형법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 삼림을 파괴할 것이고, 우리 안보와 경제 기반인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는 또다시 무너질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면서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 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먹칠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앞으로의 외교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제 담화 모습 ■ 한중 외교부 "관계 발전 이어가야" 한 목소리한중 양국 외교부가 '관계 개선' 입장을 재확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어제 윤 대통령의 담화 및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최근 국내 상황과 관계없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해나가면서 한중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및 윤 대통령의 발언이 빚은 파장과 무관하게 근래 한중 관계 개선 흐름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이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화답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부 입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한 연합뉴스 질의에 "나는 한국 외교부의 입장 표명에 주목했다"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 한국이 이를 위해 적극적(긍정적) 노력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 내년 APEC 때 한중 정상회담 기대했는데…모든 게 불투명 하지만 파장이 쉽게 사라질 거 같진 않습니다.
외교당국의 방침은 올해부터 차츰 중국과 여러가지 교류를 하며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각급의 접촉을 이어가다 내년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이끌어내고,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현재도 실무 단계에서는 한중 간 접촉과 소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어제(12일) 서울에서 '제28차 경제공동위원회' 회의를 열어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무역·투자 활성화, 역내·다자 협력 심화 등 경제 분야 협력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외교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이 역할을 못 하면, 양국 간 중요한 결정은 내려지기 힘든 구조입니다. 당장 다음 주쯤 다이빙 대사가 부임하더라도, 윤 대통령은 대사 신임장을 제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모든 중요 정책이 일단 '올스톱' 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