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한 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 반도체가 결국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실적 강화 방안으로 AI용 고성능 반도체 칩을 내세웠는데 새로운 중국발 AI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우리 반도체 업계는 숙제를 하나 더 떠안게 됐습니다.
보도에 정재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거둔 영업 이익은 2조 9천억 원.
2분기 이후 계속 줄더니, 이미 낮아진 시장 기대에도 못 미쳤습니다.
삼성의 주력은 범용 메모리반도체.
이게 들어가는 PC, 모바일 등의 판매가 줄어든 데다,
중국산 저가 반도체의 공세가 거셌던 탓입니다.
가장 뼈아팠던 건 인공지능, AI로 수요가 폭증한 고성능의 고대역폭메모리, HBM에서의 부진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에 연간 영업 이익을 8조 원 넘게 추월당한 삼성전자는 HBM 공급을 늘려 반전을 노리겠단 전략입니다.
[김재준/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삼성전자 컨퍼런스콜 : "가시적인 공급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HBM 강자인 SK 하이닉스는 어제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새로운 복병, 중국산 AI '딥시크'발 쇼크가 컸습니다.
비교적 값이 싼 저사양 칩으로도 챗GPT와 엇비슷한 성능을 선보이면서 시장이 흔들린 겁니다.
반도체업계는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딥시크 개발에도 HBM이 쓰이는 만큼, 시장이 확장될 수 있단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김정호/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 "미·중 간의 AI 패권 경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봅니다. 수요가 궁극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저사양 반도체로까지 대중 수출 규제를 확대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노근창/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기존 시장을 가지고 이익을 더 내야 되지 않습니까? 우리같이 하드웨어 업종한테는 안 좋은 거죠."]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든 우리 반도체 업체들 앞에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까지 하나 더 늘어난 셈입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