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와 각 자치단체가 잇따라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6년 동안 8천억 원 넘는 돈이 쓰였는데, 실제 차단 숲이 들어선 곳을 보니, 필요 없는 곳에 예산만 낭비되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농촌의 도로 옆, 6억 원을 들여 만든 '미세먼지 차단 숲'입니다.
그런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습니다.
심지어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인 논 한가운데입니다.
주민들은 공기 좋은 곳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고동의/마을주민 : "그런 환경에다가 이것을 짓는 게 너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고요. 왜냐하면 여기 다 주변에 논, 밭이고 산입니다."]
축사 먼지를 막는다며 14억 원을 들여 가로수까지 심었는데, 도로 계획이 바뀌면서 2년째 차가 안 다니는 곳도 있습니다.
또 다른 차단 숲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남해군은 이곳 폐기물 매립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숲을 조성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작 매립장은 폐쇄를 앞두고 있고, 10억 원짜리 '차단 숲'은 1km 떨어진 산비탈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마치 이것은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 강릉에다가 녹지를 조성한 그런 형태랑 거의 별반 다르지 않은 거죠."]
쓸데없는 미세먼지 차단 숲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지자체가 마음대로 조성 지역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절반의 효과라도 거둘 수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비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지난 6년 동안 전국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에 들어간 돈은 8,200억 원.
산림청은 전문가 심의 과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