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천4백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 증시의 저평가 문제는 고질적입니다.
KBS는 연속기획 '한국 주식 괜찮습니까'를 통해 해법을 고민해 봅니다.
오늘(27일) 첫 순서로, 주주 이익을 지키랬더니 그 반대로 하고 있는 '사외이사' 문제를 짚어봅니다.
이미 익숙한 '거수기' 논란 수준을 넘어서는, 이른바 '알박기' 실태를 저희 취재진이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대홈쇼핑은 2012년 말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부가세 5백40억여 원을 추징받습니다.
앞서 세무조사가 진행됐을 무렵 사외이사로 전직 지방국세청장 A 씨를 선임합니다.
1년 여의 적부심사 끝에 추징금은 7억 원으로 줍니다.
이후 이런 흐름이 형성됩니다.
이사 6명 중 3명이 사외이사.
A 씨와 전 부구청장, 언론학과 교수였습니다.
다음 임기에서 전 서울시 1급 공무원, 변호사로 바뀌지만, A 씨 후임은 국세청 전 조사국장.
그다음 임기도, 그다음도.
다른 자리는 계속 바뀌지만, 국세청 전관 몫은 14년째 그대로입니다.
30대 그룹 상장사 2백90여 곳의 사외이사 850여 명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보통 3년인 사외이사 임기를 3회 연속 국세청 전관이 꿰찬 기업.
현대차그룹 2곳, 신세계 2곳.
현대백화점그룹이 3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계열사 13곳이 상장돼 있어 회계 전문 사외이사 수요가 많다"며, "이해충돌을 피하려 주요 회계법인을 배제하다 보니 국세청 출신이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외이사 본인들도 같은 생각인지 직접 물었습니다.
[김○○/현대백화점 계열사 전 사외이사/음성변조 : "(국세청 출신분들이 계속 '알박기'처럼…) 모르겠어요. 저는."]
[김○○/현대백화점 계열사 전 사외이사/음성변조 : "세무상으로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게 없는 건지 (이사회에서) 심층적으로 토론되고…."]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국세청은) 전관들과 현역 사이에 상당한 유대감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정보 같은 것들을 받을 수 있다는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이고."]
국세청 선·후배가 이어받는 '알박기' 실태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박○○/국세청 출신 현직 사외이사/음성변조 : "국세청 출신 분들이 물러나시게 되면 그 자리를 다시 메꾸는 식으로…."]
도입 28년째인 사외이사 제도.
주주가 아니라 전관의 이익 지키기로 변질 중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지선호 황종원/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김석훈 최창준
[앵커]
사외이사가 상장사의 방패,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을 살 만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대형 로펌 소속 전관들이 고객인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중요한 고객인데, 제대로 감시하긴 어렵겠죠.
이 문제는 송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 효성그룹은 총수 변호사비를 회삿돈으로 낸 혐의로 국세청에서 수백억 원을 추징당합니다.
효성은 김앤장을 선임해 조세심판을 냈고 5년째 진행 중입니다.
수백억 원대 소송을 효성이 김앤장에 준 상황에서, 김앤장 변호사인 김소영 전 대법관, 고문인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이 효성 사외이사를 차례로 맡습니다.
고액을 '받는' 로펌에 소속된 사외이사가 고액을 '주는' 회사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을까.
상법은 상장사와 계약한 '주된' 로펌 소속은 사외이사를 못 맡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효성 측은 김앤장 계약 비중은 5% 미만으로 '주된' 로펌이 아니라고 전해왔습니다.
해당 규정은 어겨도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정부가 실태를 조사한 적도 없습니다.
KBS가 상장사 일감을 받은 로펌에 소속된 사외이사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 동안 104개 기업, 267명 확인됐습니다.
에스오일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대리한 김앤장 소속 인물이, 현대로템은 그룹의 공정위 관련 사건 등을 대리한 율촌 소속 변호사가 사외이사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견제 장치입니다. 독립성이 가장 우선시됩니다. 현재처럼 방패막이라고 삼고,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허울뿐인 사실상 죽은 제도입니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현직 사외이사 850여 명 중, 전직 관료·법조인 비중이 33%.
반면, 미국 100대 기업은 10% 정도만 그렇습니다.
대신 82%가 경영·기업인들입니다.
전문성이 있어야 경영진 감시도 할 수 있단 취지입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지선호 황종원/영상편집:김철/그래픽:이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