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혼자 사는 70대 여성이 아파트 베란다에 밤새 갇혔다가 열여덟 시간 만에 구조됐습니다.
할머니가 슬기롭게 구조 신호를 보냈고, 이걸 눈썰미 좋은 경찰관이 알아챘습니다.
베란다에 방범용 문이 달려있다면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최민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9년 준공된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지난 주말 13층 베란다 밖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옷줄이 길게 내걸렸습니다.
근처를 순찰하던 예리한 눈썰미의 경찰은 구조 신호라는 걸 직감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 들리세요? 할머니 잠깐 계세요. 갇히신 거죠?"]
찾아가 보니 혼자 사는 70대 할머니가 베란다에 갇혀 있었습니다.
["할머니, 집 비밀번호가 뭐예요? 1 두 개, 또? 0, 0이 세 개예요?"]
18시간, 1박 2일 동안 밤새 베란다에 갇혔던 할머니는 그렇게 경찰에 구조됐습니다.
전날 오후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러 나갔다 방범용 문이 닫히면서 잠겨 그대로 갇힌 거였습니다.
[음성변조 : "제가 처음 이사를 와서 이걸 잘 모르거든요. 근데 우연히 닫았나 봐요."]
휴대전화도 없던 상황.
크게 소리도 외쳐 봤지만, 아파트가 왕복 4차선 대로와 닿아 있어 다급한 구조 요청은 주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눈까지 내렸던 새벽엔 모기장에 들어가 버티며 구조를 기다렸는데 천만다행 옷줄을 본 경찰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의 방범용 베란다 문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땐 문이 열리지 않아 주의하지 않으면 누구든 갇힐 수 있습니다.
때문에 베란다에 나갈 땐 휴대전화를 반드시 챙기는 게 좋습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촬영기자:강현경/영상편집:서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