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미중 대결에 ‘등 터진’ 보잉…항공업계, 누가 웃을까?

입력 2025.04.23 (12:43)

수정 2025.04.23 (13:07)

[앵커]

미국과 중국의 격화하는 무역 전쟁 여파가 '하늘'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관세 맞보복 '유탄'을 맞게 된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사이자 미국의 대표적 기업, 보잉 얘기입니다.

미·중 갈등으로 업계 지형까지 바뀔 수 있단 전망까지 나오는데,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중국이 대미 보복으로 보잉 항공기 주문을 제한했다는 보도가 나왔죠.

이게 현실화된 건가요?

[기자]

이 장면을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현지 시각 20일, 미국 시애틀의 킹카운티 공항에 착륙한 보잉 737 맥스 항공깁니다.

이 공항은 보잉사가 주로 이용하는 곳인데요.

중국 샤먼항공 로고가 그려져 있죠.

이번 달 인수하기로 해서 도장까지 입힌 채 중국 저장성의 보잉 센터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보잉 기지로 되돌아왔고요.

이튿날엔 역시 저장성에 있던 보잉기 1대가 추가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앵커]

보잉 항공기 인도가 이렇게 막판 중단되는 경우가 속출하겠군요?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보잉이 전 세계에 인도한 항공기 130대 중에 18대가 중국에 갔습니다.

이번 달에도 10대가 인도 예정이라, 4대가 저장성 보잉 센터에 도착한 상태였는데, 도장을 다 마친 비행기까지 돌려보낸 걸 보면 인도가 대부분 중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지샹항공, 남방항공도 예정된 보잉 드림라이너 인수를 보류한다고 발표했는데요.

1차적으론 중국 정부의 조치 탓으로 보입니다.

보잉엔 신규 주문도 하지 말고, 기존에 주문한 항공기도 당국 승인을 받아라, 단호한 입장이죠.

여기에, 미중 관세 대결로 치솟은 가격 때문에 항공사들도 사실상 인수를 포기하는 수준입니다.

이번에 되돌아온 보잉 737맥스 1대 가격이 5500만 달러, 우리돈 약 782억 원인데요.

중국은 미국산에 125% 관세를 물리니까 항공기 가격이 두 배가 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앵커]

보잉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군요?

[기자]

사실 대표적인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 줄줄이 희생양이 되고 있죠.

애플, 엔비디아처럼 보잉도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습니다.

중국은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항공기 수요의 20%를 차지할 걸로 전망되고, 보잉의 가장 큰 잠재 시장이거든요.

중국이 올해 보잉 항공기 도입을 중단하면 보잉은 12억 달러, 약 1조 7천억 원대 타격을 입을 걸로 추산됩니다.

보잉은 2018년과 19년 737 맥스의 잇따른 사고 후폭풍이 정말 컸죠.

또 1차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여파도 채 회복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몇 년째 납기일을 제때 맞추지 못할 정도인데, 관세 유탄까지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켈리 오트버그/보잉 CEO : "(보잉이 인도하는 80%의)민간 항공기는 미국 밖에서 생산됩니다. 그래서 자유무역은 저희에게 중요합니다. 특정 시장이 보잉한테 닫히는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 합니다."]

[앵커]

보잉의 위기, 항공기 업계엔 어떤 여파를 미치게 될까요?

[기자]

맞수의 위기는 경쟁사에겐 기회죠.

라이벌인 유럽의 에어버스에겐 보잉과 격차를 벌릴 찬스고요.

특히 중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이 예상됩니다.

두 회사의 연간 민간항공기 인도 현황입니다.

에어버스가 2019년 이후 선두를 굳히고 있는데요.

지난해엔 대수 차이가 400대가 넘습니다.

에어버스는 2021년부터 쭉 흑자인데, 보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2억 달러, 약 8조 8천억 원대 적자를 냈습니다.

미중 갈등 국면마다 중국은 유럽에 손을 내밀면서 항공기 주문 공세를 폈거든요.

2019년 시 주석 유럽 순방 때 중국이 에어버스 300대를 주문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방중했을 땐 140대, 160대씩 사서 선물을 줬고요.

에어버스는 또 중국에 생산라인 공장도 두 개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보잉의 주문 건들이 에어버스로 갈 가능성이 높고, 피해는 보잉이 떠안을 거란 경고가 나옵니다.

[앵거스 켈리/최대 항공기 리스사 에어캡 최고경영자/CNBC 뉴스 : "보잉은 미국 시장을 갖게 되겠죠, 세계 시장 점유율 20~25%입니다. 에어버스는 나머지 세계 75~80% 시장을 갖게 될 겁니다."]

[앵커]

그럼 세계 항공기 시장이 에어버스 '원톱' 체제로 가게 되는 겁니까?

[기자]

변수는 있습니다.

류 앵커, 항공기 'ABC' 라고 들어보셨나요?

[앵커]

A는 에어버스, B는 보잉일 테고 C는 뭔가요.

차이나?

[기자]

네, '코맥' 이라고 중국 상용항공기 공사입니다.

이 국영 제조사를 키워서 세계 시장을 'ABC' 체제로 재편한단 게 중국의 '큰 그림'이었습니다.

2006년부터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어서 민간 항공기 C919을 개발했는데요.

보잉 737맥스의 경쟁 모델인데, 해외 운항 승인을 받지 못해서 중국 국내선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핵심 부품의 대부분은 미국 등 외국산인입니다.

이런 한계가 있다 보니 미국 측에서 '시진핑 주석 전용기도 보잉'이라는 조롱섞인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트럼프 1기 때 국무부 고문인 위마오춘은 "보잉은 시진핑의 747기에 모든 부품과 서비스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 "시진핑은 이제 중국산 C919과 함께 '끝까지 싸워야 할 때' 라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중국 야심대로 'ABC 체제'로 가기엔 시기상조란 건가요?

[기자]

그런 전망이 대부분인데요.

하지만 이번 중국의 조치엔 미국산 항공기 부품도 추가로 사지 마라, 이 내용도 포함돼 있거든요.

중국의 미국산 부품 의존도, 또 보잉기 수백 대가 운항 중인데, 정비 부품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죠.

그런데 중국측 입장을 보면 대안이 있는 모양입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16일 : "(중국은) 브라질과 우주항공, 기타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항공사가 시장 원칙에 따라 브라질과 협력을 진행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브라질과의 협력, 또 중국의 부품 자체 생산력이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술 패권 견제하며 미국이 중국을 때릴 수록, 중국의 기술력은 무섭게 성장해 왔거든요.

미국이 중국 수출을 막은 엔비디아의 AI칩 대체품도 중국 화웨이가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편집:김은주 한미희 이재연/그래픽:서수민/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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