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이 애절하게 꼭 껴안은 모습, 섬마을 처녀의 애타는 사랑을 그린 1964년작 영화 '동백아가씨'입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영화보다 더 인기를 끈 건 동명의 주제곡,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구슬프면서도 애절한 그녀만의 목소리는 국내 최초 음반 판매 '100만 장'이라는 신드롬으로 이어졌습니다.
["장미꽃 보다도 붉은~ 열아홉 순정이래요~"]
경쾌한 스윙곡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지 꼭 5년만에 그렇게 가수 이미자는 '슈퍼스타'가 됐습니다.
["아~참아야~한다기에~"]
이후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등 쏟아져 나온 히트곡만 400여 개.
그녀에겐 '민족의 한'을 노래한다는 수식어가 붙었죠.
그리고 66년 가수 여정의 끝, 보다 짙어진 그녀만의 음색이 또 한 번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바로 어제, 서울세종문화회관.
["우우우~"]
붉은색 무대 조명 아래 투피스 차림의 이미자가 걸어나옵니다.
["뒤돌아보면~외로운 길~"]
첫곡으로 부른 건 직접 가사를 쓴 곡, '노래는 나의 인생' 동백아가씨 등 주옥같은 대표곡들이 20년 넘게 금지된 상처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미자/가수 : "이렇게 걸어온 길이 오래됐지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외롭고 참 고달픈 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이미자/가수 : "은혜를 많이 입었구나, 많이 입고 끝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마지막 공연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함께했죠.
[이희자/서울 구로구 : "기분이 좀 울컥하고 그러네요. 마음이 짠해요.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권혁명/서울 강남구 : "들리는 너의 이름, 철새도 봄이면 돌아오는데…."]
135분간 진행된 고별무대의 주제는 '맥' 이었습니다.
여러 후배 가수들도 함께했죠.
[이미자/가수 : "마지막 꼬마들, 주현미하고 조항조씨가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달까. (맥이) 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후배들 뒤에서 든든한 '등불' 역할을 하려는 그 의지가 공연을 더 깊이 있게 새겼습니다.
["동~백 아가씨~"]
무대에 오를 때마다 늘 떨리고 설렜습니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그녀의 무대는 언제나 그랬듯 동백꽃처럼 붉게 빛났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