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림 훼손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산림은 한번 훼손되면 사실상 원상복구가 어렵습니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요.
그런데 판결문을 분석했더니 원상회복 여부가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산지를 훼손했다 적발됐을 때 내려지는 원상복구 명령.
묘목을 심고 내버려두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도 허다합니다.
이처럼 허술한 원상복구라도 재판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2013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제주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산림 훼손 관련 1심 판결문 229건의 양형 사유를 분석한 결과, 약 60%, 135건의 선고에서 원상회복 진행을 유리한 사유로 참작했습니다.
원상회복을 노력하고 있거나, 예정인 점 등까지 포함하면 3분의 2에 이릅니다.
[오군성/변호사 : "완전히 원상회복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상회복을 다짐하고 있는 점, 원상회복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긍정적인 양형 사유로 고려되고 있는 것도 확인이 되었는데요.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긍정적인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지 않냐는."]
같은 사건을 두고 판단이 제각각인 경우도 있습니다.
2022년 KBS가 보도했던 축구장 8배 면적의 산림 훼손 사건.
1심 재판부는 "원상복구가 완료됐지만 훼손 전 상태로 온전하게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고 본 반면, 2심 재판부는 원상복구를 완료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감형했습니다.
[추새아/변호사 : "(원상회복이) 기계적으로 반영이 돼 있다는 느낌을 솔직히 지울 수가 없었어요. 더더욱 원상회복이 제대로 됐는지를 판단하는 어떤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런 거 없이 그냥 형식적인 원상회복만으로 양형에 반영해서 가벼운 처벌을 내리게 된다고 그러면 사실 똑같은 문제가 계속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앞선 보도를 통해 제주도의 원상복구 지침이 허점투성이에다, 관리 대장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는 등 사후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판결 분석 내용을 토대로 한 KBS의 질의에 대해 "산림훼손의 양형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며, "국민적 관심과 범죄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 기준 설정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