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무 생각 없이 멍한 표정으로 오래 있으면 1등.
일명 '멍 때리기 대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머릿속을 비우는 힐링의 현장, 무념무상의 고수들이 모였습니다.
이원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점 풀린 눈빛, 넋이 나간 참가자들.
["저희 선수분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어떤 냄새가 있건 어떤 자연 계절이 있건."]
물로 졸음을 이겨내 보고, 마사지 찬스도 활용해 봅니다.
["표정이 지금, 너무 시원하다는 거 좀 봐요."]
오늘(11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각양각색의 분장을 한 120여 명, 80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김라마/익명/대회 참가자 : "평화의 상징인 라마인 만큼 이런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해 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나왔습니다. (혹시 남미 쪽에서 오셨나요?) 아니요. 한국 토종 라마입니다."]
[김도연/서울지하철 6호선 기관사 :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멍을 항상 때리면 안 되거든요. 그거를 이제 좀 몰아서 오늘 멍을 한번 제대로 때려보자."]
참가자들의 심박수가 이렇게 화면에 표시되고 있는데요.
안정적으로 유지할수록 높은 기술 점수를 받습니다.
90분 동안 '멍한' 상태를 유지한 참가자들, 군인과 구급대원, 수영선수 등 다양한 직업의 시민들이 참여했는데, 우승자는 록밴드 동료들이었습니다.
여름의 꽃, 수국을 조금 일찍 만나려 온실을 찾은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하나 둘 셋."]
[홍민기/경기 고양시·야무르 감제 아일라/튀르키예 : "튀르키예에서는 오늘이 어머니의 날이에요. 야무르 이 친구의 어머니이시고, 그리고 할머니, 어머니들 모시고 놀러 오게 됐습니다."]
까르르 웃는 아이 모습에 부모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임은주·송성웅·박다정/경기 김포시 : "(수국 중에 어떤 색을 제일 좋아하세요?) 저는 노란색. 아기가 노란색이 잘 어울리거든요."]
짧아서 더 보내기 아쉬운 봄, 집을 나서 휴식을 누린 하루였습니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양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