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취업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초엔 미얀마에 있는 중국계 사기 조직들이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한국인 청년도 이곳에 감금돼 금융 사기 범죄에 동원된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방콕 정윤섭 특파원이 이 청년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태국 방콕에 있는 무역회사라는 곳에서 입사 합격 통보를 받은 박 모 씨.
곧장 태국으로 향했습니다.
[박○○/취업 사기 피해자 : "영어를 좀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해서 그래서 이제 지원하게 됐어요."]
그런데 입사 첫날, 거래처로 간다던 차량은 10시간을 달리더니 국경을 넘어 미얀마 미야와디에 도착했습니다.
중국계 사기 조직의 근거지였습니다.
[박○○/취업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방벽이 쭉 둘러져 있었고 그다음에 대문이 되게 높았거든요. (경비원들이) 다 총을 들고 있는 거예요."]
저항할 틈도 없이 소지품을 모두 빼앗겼고, 교육 뒤 곧바로 사기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여성 사진으로 가짜 SNS 계정을 만든 뒤, 40~50대 한국인 남성에게 접근해 투자를 유도하는, 금융 사기였습니다.
[박○○/취업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코인의 등락을 이제 조작할 수 있더라고요. 캡처해서 보내주면 보고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줄 수 있냐?'(라고 답이 와요)."]
처음에는 20%가량 수익을 돌려주며 투자 금액을 늘리도록 유도했습니다.
[박○○/취업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더 큰 돈을 넣으면 그 시점에 그냥 연락을 끊어버리는 거죠. (투자 금액) 3, 4억 원도 보고 많이 한 사람들은 10억 원도 봤어요."]
투자 유도에 실패하거나, 실적이 없을 때는 어김없이 폭행이 뒤따랐습니다.
[박○○/취업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발로 차고, 나무 몽둥이 같은 거 들고 와서 세게 때리고, 따귀도 많이 맞았고…. 결국 수익을 못 냈고, 그 시간이 제일 무서웠어요."]
취업 사기에 속은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이미 뒤늦은 후회였습니다.
방콕에서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백주희 김시온 권애림/촬영:KEMIN/통역:NICH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