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대중 수출 통제, 한국 기업이 우회로 제공

입력 2025.05.23 (22:32)

수정 2025.05.24 (08:15)

[앵커]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으로 일부 물량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구멍이 있다는 뜻인데, 이런 우회 수출에 가담한 혐의로 한국 기업 10여 곳이 수사받고 있습니다.

최인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날로그인 사람의 목소리를 스마트폰은 디지털 신호로 인식합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ADC 반도체' 덕분입니다.

소리, 빛, 온도 등을 감지하는 범용 부품이지만, 처리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전략 물자로 분류됩니다.

초정밀 레이더, 스텔스기 등의 필수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 "1초당 100만 번 이상 (전환)되는 그런 고속 ADC 같은 경우에는 군사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 인스투르먼트'의 고성능 ADC.

중국 수출이 금지된 품목인데, 2020년과 2021년 홍콩 기업이 3만 6천여 개를 확보합니다.

추적 결과, 부산의 한 반도체 기업에 판 제품이 넘어갔습니다.

[업체 직원/음성변조 : "(대표님 계세요?) 지금 여기 안 계세요."]

자본금 천만 원씩 서류상 회사를 두 곳 차렸습니다.

한국 기업인 만큼 고성능 ADC 대량 수입이 가능했는데, 그대로 홍콩으로 재수출한 겁니다.

수출 가격은 1/100 수준으로 신고해 값싼 제품인 척했습니다.

개당 만 원 안팎인 흔한 회로 기판, 'PCB 보드'입니다.

해당 업체는 수출 서류엔 이 'PCB 보드'라고 써놓고, 실제론 고성능 ADC를 선적했습니다.

지난해 덜미가 잡혔고, 그제(21일) 1심에서 대외무역법 위반 등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우회 수출 가담이 의심되는 한국 기업은 이뿐이 아닙니다.

관세청은 최소 10 건 이상을 수사 중이고, 지난달 특별조사단을 꾸려 미국과 공조 수사도 시작했습니다.

KBS 뉴스 최인영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권혜미/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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