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안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지난해 전국 최대이자, 역대 전북 최고 규모인데요.
당시 피해는 대부분 수습됐지만, 그날 흔들림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윤덕 기자가 직접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년 전 그날, 부안이 흔들렸습니다.
지붕에서 기왓장이 떨어져 차량을 덮쳤고, 집 안에서는 찬장과 그릇이 쏟아졌습니다.
무너지고 기울고 깨지고, 크고 작은 지진 피해는 모두 8백20건이 넘었습니다.
[김정순/부안군 계화면/지난해 6월 : "우당탕탕 했다니까요. 여기로 싹 쏟아져서 여기에 그릇이 싹 떨어졌다니까요."]
지진 진앙으로부터 9킬로미터가량 떨어진 마을.
당시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줄줄이 찾았던 이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진이 흔들고 지나간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
새로 올린 지붕 밑에도 부서진 지붕이 그대로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날의 흔들림은 주민들 가슴 속에 생생합니다.
[김복례/부안군 계화면 : "김치 담다가 그랬어요. 막 흔들렸다니까, 막 흔들어서 놀라서 뛰어 들어갔어요. 나 혼자 있어서…."]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은 저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날의 불안과 공포를 떠올렸습니다.
아늑한 삶의 터전으로 여겨온 땅이 갑자기 많은 것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김정례/부안군 계화면 : "비행기만 크게 가도, '윙' 가도 어디 지진 났는가 보다 생각이 들지. 그걸 처음 겪어보니까 그렇지."]
전북도와 적십자사 등은 부안 주민 천여 명을 대상으로 재난 심리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일부 주민은 최근에야 상담을 마무리했지만, 심리적 상처가 언제 재발할지는 모릅니다.
[양만재/전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 "나이 드신 분들은 때로는 늦게 나타나요. 이게 트라우마가. 정상화됐을 때도 때로는 어떤 자극을 받으면 또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주시하고 회복력을 가지도록 지원하는…."]
2017년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에서는 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지금도 상담과 치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