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식물의 잎이나 꽃, 줄기 등이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말라 죽는 과수 화상병입니다.
여러 경로로 과수에 침투한 세균이 줄기 가장자리에서 겨울을 난 뒤에 봄이 되면 활성화하는데요.
요즘 같은 생육기에 발현해 주로 사과와 배 등 장미과 식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 경기도 안성과 충남 천안에 이어, 제천의 한 과수원에서 처음 확인된 뒤 해마다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국내 발생 10년이 넘는데요.
충북은 2015년 이후 두 해 동안 피해가 확인되지 않다가 2018년부터 다시 발생해 2020년에 281ha까지 급증했습니다.
이후엔 피해 면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합하면 무려 602.9ha, 축구장 840여 개 면적에 달합니다.
올해는, 지난달 13일 충주의 사과 농장에서 처음 확인됐는데요.
전국 87농가, 과수원 30.7ha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가운데 충북 피해 농가가 49곳, 15.8ha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63% 수준이지만, 충북에 피해가 집중된 건 여전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 11개 시군 가운데 보은·옥천·영동 3곳 외에 모든 곳에서 확인됐습니다.
청주를 뺀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기존에 발생했던 곳 주변이어서, 국내 토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
청주는 과수화상병이 역대 처음 나온 신규 발생지여서 검역본부의 역학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나 더 주목할 부분은 사과 주산지, 충주 지역 피해가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충북 피해 규모의 절반 이상인데요.
방역 당국은 2023년, 충주와 제천 등에 큰 피해를 줬던 우박을 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우박으로 과수에 생긴 흉터를 통해 화상병균이 침투했다가 잠복기를 거쳐 발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과수화상병은 전용 예방약과 치료제가 없고,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대부분 매몰 처분합니다.
그만큼 병을 빠르게 진단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한데요.
치명적이진 않지만, 주요 증상이 비슷한 가지마름병과 과수화상병을 현장에서 빠르게 구분하고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과수 방역에 효과를 거둘지, 이어서 민수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줄기와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했고 열매엔 시커먼 반점이 퍼졌습니다.
잎이 시들고 색이 변해 고사한 나무들.
모두 가지검은마름병에 감염된 나무입니다.
과수화상병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병원균은 다릅니다.
화상병은 전염 속도가 매우 빨라 한 그루만 감염돼도 일대 기주식물을 모두 제거하지만 가지검은마름병은 기르는 나무의 10% 이상 감염됐을 때만 과수원을 폐원합니다.
[이주빈/충청북도농업기술원 병해충대응팀 : "(과수화상병은) 3년에서 10년 이상 나무 내에서 잠복할 수 있어, 초기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기온 변화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병이 갑자기 발현하고 급격하게 확산돼 (예측이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농촌진흥청과 충북농업기술원이 두 식물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진단키트로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 항원·항체 반응을 분석해, 각각의 식물병이 양성으로 드러나면 붉은색 두 줄이 나타납니다.
기존에는 검체 채취와 기기 작동 등 2~3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하나의 시료로 현장에서 10분 안에 진단할 수 있습니다.
[연은솔/충청북도농업기술원 작물보호팀 : "(두 병은) 발생 시기나 발생 기주가 유사하기 때문에 특히 육안으로 판별이 어렵습니다. 신속하게 진단해 현장에서 조기 대응하고,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 과수 검역 병해충 진단 기술이 방제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과수 산업 기반 붕괴를 막아낼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영상편집:조의성/그래픽:최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