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마철인 요즘 가장 우려되는 건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죠.
기후변화로 인해, 이제는 집중호우를 뛰어넘는 '극한호우'도 잦아지고 있는데요.
도심도 안전 지대가 아닌 상황에서 극한 호우 대비 상태는 어떤지, 김대영 뉴스캐스터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리포트]
15년째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행 씨.
3~4년 전 물난리를 겪은 뒤로 수중 펌프까지 준비해 단단히 장마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낮은 지대에 있다 보니 해마다 침수 피해를 겪는 고물상.
여름철마다 폐기물 차량을 불러 물건을 치워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광행/광주시 도산동 : "이 도로가 난 뒤로는 엄청 더, 물이 못 내려가니까 여기로 와버려요. 그래가지고 뭐 가스통이고 가전이고 다 침수돼가지고 다 폐기 처리해야 되고 해년마다 그래요."]
주변 배수구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주택가 인근을 보니 고무 덮개로 배수구를 막은 곳이 눈에 띕니다.
악취와 벌레 문제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배수구를 막는 건 엄연한 불법입니다.
취재진이 배수구 상황을 하나하나씩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일반 쓰레기가 나오고요.
그리고 흙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집중호우가 내린 도심의 또 다른 위험 요소, 바로 맨홀 뚜껑입니다.
특히 인도에서 쉽게 보이는 분홍색 맨홀이 문젭니다.
주철로 된 일반 뚜껑과 달리 이 맨홀 뚜껑의 재질은 콘크리트입니다.
겉보기에는 튼튼하지만 안쪽은 오수관의 경우 이물질에서 나오는 황화수소, 우수관은 습기로 가득 차 부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뚜껑을 열기 전엔 이렇게 부식된 걸 확인하기 어려워서, 무심코 밟았다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광주에만 이런 분홍색 맨홀이 만 개 가까이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물 때문에 맨홀이 도로 위의 흉기가 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수량이 갑자기 늘면 물이 역류하며 수압이 높아져 맨홀 뚜껑이 열리기도 하는데, 뚜껑 자체가 위험할 뿐 아니라 보행자가 빠지기도 쉽습니다.
이 맨홀 뚜껑의 깊이가 1미터 정도 됩니다.
만약 집중호우 때 뚜껑이 열리고 보행자가 추락하게 되면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자 2022년부터는 맨홀에 그물 모양의 추락방지 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광주에서도 상습 침수지역을 위주로 시설을 보강하고 있지만 추락방지 시설 설치율은 아직 1%도 안 됩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호우의 형태와 강도가 바뀌고 있다며, 배수구·맨홀뿐 아니라 홍수 예방 시설 전반을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임동주/광주시 하수관리팀장 : "1시간 만에 100, 90mm가 온다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온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 정도 수준이 되면 저희 하수도가 기능을 못 하는 그런 부분이 아마 생길 겁니다. 그런데 일단은 저희들이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적으로 정비해 나가면서 (미흡한) 그런 부분들은 조치해 나가는 것이 맞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집중호우의 기준인 시간당 30mm를 넘어 100mm 이상의 폭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처럼 도심 속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건 당연한 기본입니다.
여기에 극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시 설계를 고쳐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