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암이라는 병명을 들었을 때의 충격, 이어지는 수술과 항암 치료의 여파에, 암 환자들에겐 일상의 소소한 움직임조차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 이 상태에서 운동까지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꼭 하셔야겠습니다.
다만 요령이 있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잡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문화 교실, 라인댄스 수업이 한창입니다.
직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60대 박연순 씨가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습니다.
라인댄스부터 요가와 하루 만 보 걷기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은 다 했습니다.
[박연순/암 생존자 : "무조건 해보자. 오늘 하루를 정말 즐겁게 보람차게 살아보자 하는 식으로 여기저기 많이 발을 들였어요. 그러니까 그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국립암센터에서 암 환자 21만 5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암 진단 후 운동을 시작한 경우 사망률이 여성은 13%, 남성은 18%까지 낮아졌습니다.
중강도 운동을 한 환자는 운동하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25%, 고강도 운동을 한 환자는 33%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위암과 대장암, 간암과 폐암, 전립선암 환자의 운동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유지성/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과장 : "운동을 통해서 암과 관련된 호르몬 대사를 좋아지게 만든다든지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고 혹은 면역 반응을 좋아지게 만들거나 아니면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암 생존율의 호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미국 암학회에서는 암 생존자에게 매주 15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연세암병원에서 암 생존자 6백 4십여 명을 표본조사 해보니, 10명 중 7~8명은 권장 운동량을 못 채웠습니다.
[유방암 환자/음성변조 : "암 진단받고 1년 정도 지나고부터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솔직히 운동을 전혀 안 했었어요."]
심리적인 요인도 있고 암 치료 과정에서 근육량이 줄고 체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운동을 기피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산책처럼 오래 걷기만 해도 운동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숨이 찰 정도로 운동 강도를 높여야 암 환자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박지수/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장 : "아주 저강도의 운동을 했을 때 크게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했을 때 우리가 많이 원하는 암 예방이라든지 재발을 막을 수 있다든지 그런 효과가 있다는…"]
환자의 체력 수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운동량을 늘리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에 30분씩 빠르게 걷고, 일주일에 두 차례 밴드나 아령을 이용해 가볍게 근력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암 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촬영기자:김철호 홍병국/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김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