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강화의 의미

입력 2006.03.10 (07:47) 수정 2006.03.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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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해설위원]

지난 7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 안보 구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버웰 벨 주한 미군 사령관은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주한 유엔군 사령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벨 사령관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2개의 수송로 신설 등 군사정전위원회의 기능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15개 한국전 참전국을 작전계획 수립이나 훈련에 참여시켜 실질적인 다국적 연합기구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하고 유엔군 사령부도 해체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이나 다국적군 형태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상황도 아닌데 다국적 연합군 형태로 한국 방위를 지원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과 명분이 약합니다. 미국도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따라서 유엔사의 역할 강화는 다른 뜻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바로 미국의 동북아 안보 구상과 밀접히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한국, 호주,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과 지역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을 세계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 태평양군 사령관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확대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입장이 다릅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유엔사 역할 확대가 거론됐을 때 강력히 반발한 것도 부담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방침을 선뜻 수용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번 세운 방침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서둘러 파악해야 합니다.

또 필요하다면 미국에게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한반도 안보의 근간이 변하는 마당에 사전 협의나 조율 타령만 한다면 국민이 불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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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사 강화의 의미
    • 입력 2006-03-10 07:47:42
    • 수정2006-03-10 08:06:14
    뉴스해설
[고대영 해설위원] 지난 7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 안보 구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버웰 벨 주한 미군 사령관은 현재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주한 유엔군 사령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벨 사령관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2개의 수송로 신설 등 군사정전위원회의 기능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15개 한국전 참전국을 작전계획 수립이나 훈련에 참여시켜 실질적인 다국적 연합기구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하고 유엔군 사령부도 해체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이나 다국적군 형태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상황도 아닌데 다국적 연합군 형태로 한국 방위를 지원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과 명분이 약합니다. 미국도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따라서 유엔사의 역할 강화는 다른 뜻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바로 미국의 동북아 안보 구상과 밀접히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한국, 호주,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과 지역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을 세계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 태평양군 사령관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확대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입장이 다릅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유엔사 역할 확대가 거론됐을 때 강력히 반발한 것도 부담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방침을 선뜻 수용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번 세운 방침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서둘러 파악해야 합니다. 또 필요하다면 미국에게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친 뒤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한반도 안보의 근간이 변하는 마당에 사전 협의나 조율 타령만 한다면 국민이 불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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