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있는 학교

입력 2006.05.15 (13:31) 수정 2022.04.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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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일은 선생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감사하는 스승의 날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스승의 날은 선생님이나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됐습니다.

치열해진 입시 경쟁과 삭막해진 사회환경 속에서 선생님과 학부모, 제자 사이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과연 우리에게 스승의 존재는 무엇이고 참다운 학교의 의미는 무엇인지, 한 고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되돌아 봤습니다.

<리포트>

인천광역시 부평구 선포산 자락에 있는 인평 자동차 정보 고등학교. 3학년 2반의 수업이 막 시작됐습니다.

<녹취> 선생님: “출석 부르겠습니다. 1번, 2번,,3번.. 5번 김태우..태우” (결석이에요.) “태우 오늘도 안 왔구나. 혹시 태우 연락처 아는 사람 있어요?” (없어요. 전화번호도 없는 번호래요.)

벌써 사흘째 무단 결석한 태우. 방과후 담임 선생님이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어 태우의 행방를 찾습니다.

그리고 2시간 뒤, 담임 선생님은 생활지도 선생님, 그리고 태우와 가장 친한 민석이와 함께 급하게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인터뷰>: (지금 태우가 어디 있다고 연락 받고 가는 거죠?) “연안부두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심정은 어떠세요?) “어쨌든 아이가 학교로 돌아와서 다른 학생들하고 똑같이 생활하면서 졸업을 해야죠.”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인천 연안부두에 자리잡은 한 주유소.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태우를 만납니다.

<인터뷰> 강갑남(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 아직까지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고집이 있는지도 몰라. 금방 후회해. 너 자퇴서 쓰자마자 후회하는 거야. 왜 그걸 몰라?”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선생님은 허기진 태우에게 자장면을 사주며 다시 한번 학교로 돌아가자고 권합니다.

<인터뷰> 윤재윤(인평 자동차 정보고 선생님): “너가 학교 나오면서 선생님이 혜택 보는 걸 뭐라고 생각을 해? 네가 지나가면서 한번 웃어주는 거. 선생님은 제자가 지나가면서 싹 웃어주는 게 우리들한테 큰 에너지이긴 한데 그거 말고 또 어떤 혜택이 있겠어.”

하지만 태우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태우(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 (울면서) 부모님 이혼하실 때 날짜도 기억해요. 2000년 10월 8일인데 새벽에 엄청 싸우다가 둘 다 나가셨어요. 그래서 집도 없는 고아가 됐죠. 그래서 할머니 집에 같이 얹혀 살았어요. 처음엔 할머니도 지금 저희 할머니가 나이도 많으시고 이러니까 혼자서 키우기가 솔직히 버겁단 말이에요.”

두 시간이 넘는 선생님들의 긴 설득이 통한 것일까? 결국 태우는 학교에 다시 나오기로 맘을 고쳐 먹습니다.

<녹취> 강갑남(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태우야,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 나와. 그러면 약속 한번 합시다. 도장 찍고 사인하고, 태우도 여기 사인 안 해? 사인해서 복사해서 보관하는 거지, 월요일 나오는 거야. ”

인평 자동차정보 고등학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수용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꿈도, 희망도 없이 가난에 그리고 성적 부진에 떠밀려 이 곳에 온 학생들은 태반이 공부와는 담을 쌓았습니다.

<인터뷰> 이한구(마을 주민): “서클이 조직이 돼서 저녁에 패싸움 같은 거 하고, 뒤쪽에 보면 다 산이다 보니까, 산에서 담배를 피운다든가, 그 쪽으로 애들 데리고 가서 구타를 한다든가 굉장히 많았었죠.”

결석도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이영배(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장): “ 한 반에 반정도가 결석을 해서 이런 학생들이 많다 보니까, 교실에 들어가서 조회, 종례를 하는 것이 겁을 낼 정도였어요.”

당연히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 리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선생님들은 3가지 교육 철학을 마련합니다. 이른바 인평 3무 운동. 그 첫번째가 무결석, 결석이 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생은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운동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선생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결석한 학생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습니다.

<인터뷰> 윤재윤(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최고 몇 번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 나섰어요?) “숫자로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 제가 2학년, 3학년 연속 담임한 아이는 1년에 2-30번 정도 갔으니까 합치면 그 동안 5-60번은 찾아가지 않았을까?”

<인터뷰> 김진형(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그때는 거의 이틀에 한번도 하고, 설득하고 하여튼 수업 끝나면 거의 여기 학교에 있는 시간,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 또 방과 후에 애들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죠.”

하지만 학교에 데리고 오는 것만으론 부족했습니다. 학교에 와봐야 재미가 없으니 다시 결석을 하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들은 평소 밥 먹듯이 결석을 하던 한 학생이 미친 듯이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 종헌이 저것도 수업시간에 잠만 자던 놈이 얼굴에 꽃이 폈네, 꽃이 폈어.”

이거다라고 생각한 선생님들은 즉각 축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공을 찼습니다.

수업시간만 빼고 언제든지 공을 차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결석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내친김에 선생님과 학생들은 인천시 사회체육협의회에서 주관한 축구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 학교 축구 동아리가 우승을 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금자(학부모): “축구를 차고 밥도 사 먹여서 보내시고 새벽부터 애들을 불러내서 그렇게 해 주시는 걸 너무 제가 고맙게 생각을 하고, 학교를 진짜 잘 갔다 하면서 애가 적응을 하기 시작했어요. 운동하면서 자기 하고 싶어했던 걸 하니까.”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들이기 위한 선생님들의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국가대표 코치 경력의 전문 감독이 영입됐습니다.

<인터뷰> 이봉섭(인평고 태권도 감독): “ 힘들고 진짜 뛰다가 포기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도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야 된다고 ..”

그간 B급, C급 선수로 설음 받던 학생들이 이제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격의 기쁨 뒤에는 늘 선생님들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재훈(인평고 태권도 선수): “아침에 밥 먹고 왔냐고 문자도 해 주시고, 오면 재형이 왔어, 하면서 밥 먹었냐고 해서 안 먹었다고 하면 밖에 데리고 나가서 밥도 사주시고.”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직접 자동차를 조립해 볼 수 있는 동아리도 만들었습니다.

<녹취> 김종섭(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로드 잘 연결됐는지 확인 한번 해봐. 패달 이상 없지?” (네) “됐어.”

8개월 동안의 힘든 조립과정을 마치고 오늘은 학생이 직접 자동차를 모는 날.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흐릅니다.

<인터뷰 > 김종섭(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빨리 간다고 좋은 거 아니야.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이야. 자 서서히 한번 출발해봐.”

머풀러에서 나오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자동차가 움직입니다.

학생들이 이처럼 학교에 정을 붙이기 시작하자 선생님들은 다음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교생 모두가 하나 이상의 자격증을 따도록 하는 것.

선생님들은 모두가 밤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보충수업을 실시했습니다.

<녹취> 임광해(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냉각온수는 어디 있어요? 냉각수 흐르는데 있잖아요. 그래요? 안 그래요?” (네)

물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라 수강료는 받지 않습니다.

야간 보충수업은 올해로 6년째, 선생님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모두 800 여명의 학생이 2천 여개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인터뷰> 신정필(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자격증 몇 개 땄어요?) “ 두개요.” (뭐, 뭐예요?) “자동차 정비하고, 자동차 검사요.”

오늘은 보충수업이 끝나고 삼겹살 파티가 열렸습니다.

<인터뷰> 이정민(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오늘 같은 경우는 뭐 때문에 하는 거죠?)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 시험 보는 애들이 많아요. 그래서 애들 시험 잘 보라는 의미에서 선생님들이 해 주는 거예요.”

삼겹살 파티 비용은 모두 30만원.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이 갹출했습니다.

<인터뷰> 손은정 (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 옛날보다 조금 올랐는데, 담임 수당이라는 게 아이들을 위해서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 학교 선생님들이, 그래서 사비를 털어서 주로 (삼겹살 파티를) 하는 편이죠.”

지난해 인평고의 대학 진학율은 84%. 졸업 땐 전체의 95% 이상이 자동차나 정보통신 자격증 소지자가 됐습니다.

자격증을 3개 이상 딴 학생도 30%나 됐습니다. 그래서 울면서 왔다가 웃으면서 나간다는 주의의 부러움까지 사고 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졸업생들이 학교를 찾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말썽만 피우던 어린 제자가 어느새 직장인이 돼 학교를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인터뷰> 윤석필(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열심히 하고, 그 다음에 학교를 다시 되찾아 왔을 때, 선생님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런 말 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자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한 선생님들. 그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국 방황하는 학생들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였습니다.

<인터뷰> 윤제윤(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제가 꼭 붙 잡아야 할 일들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교직에 있는 한은 아이들을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마음을 계속 갖고 가려고 합니다.”

<인터뷰> 안덕현(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솔직히 스승이라는 것은요. 잠깐 스승이 아닌 거 같아요. 선생님께서 한번 가르쳐 주신 말씀이 그게 인생에 크게 좌우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전 평생 스승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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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이 있는 학교
    • 입력 2006-05-15 11:25:14
    • 수정2022-04-30 11:56:55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내일은 선생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감사하는 스승의 날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스승의 날은 선생님이나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됐습니다.

치열해진 입시 경쟁과 삭막해진 사회환경 속에서 선생님과 학부모, 제자 사이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과연 우리에게 스승의 존재는 무엇이고 참다운 학교의 의미는 무엇인지, 한 고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되돌아 봤습니다.

<리포트>

인천광역시 부평구 선포산 자락에 있는 인평 자동차 정보 고등학교. 3학년 2반의 수업이 막 시작됐습니다.

<녹취> 선생님: “출석 부르겠습니다. 1번, 2번,,3번.. 5번 김태우..태우” (결석이에요.) “태우 오늘도 안 왔구나. 혹시 태우 연락처 아는 사람 있어요?” (없어요. 전화번호도 없는 번호래요.)

벌써 사흘째 무단 결석한 태우. 방과후 담임 선생님이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어 태우의 행방를 찾습니다.

그리고 2시간 뒤, 담임 선생님은 생활지도 선생님, 그리고 태우와 가장 친한 민석이와 함께 급하게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인터뷰>: (지금 태우가 어디 있다고 연락 받고 가는 거죠?) “연안부두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심정은 어떠세요?) “어쨌든 아이가 학교로 돌아와서 다른 학생들하고 똑같이 생활하면서 졸업을 해야죠.”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인천 연안부두에 자리잡은 한 주유소.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태우를 만납니다.

<인터뷰> 강갑남(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 아직까지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고집이 있는지도 몰라. 금방 후회해. 너 자퇴서 쓰자마자 후회하는 거야. 왜 그걸 몰라?”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선생님은 허기진 태우에게 자장면을 사주며 다시 한번 학교로 돌아가자고 권합니다.

<인터뷰> 윤재윤(인평 자동차 정보고 선생님): “너가 학교 나오면서 선생님이 혜택 보는 걸 뭐라고 생각을 해? 네가 지나가면서 한번 웃어주는 거. 선생님은 제자가 지나가면서 싹 웃어주는 게 우리들한테 큰 에너지이긴 한데 그거 말고 또 어떤 혜택이 있겠어.”

하지만 태우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태우(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 (울면서) 부모님 이혼하실 때 날짜도 기억해요. 2000년 10월 8일인데 새벽에 엄청 싸우다가 둘 다 나가셨어요. 그래서 집도 없는 고아가 됐죠. 그래서 할머니 집에 같이 얹혀 살았어요. 처음엔 할머니도 지금 저희 할머니가 나이도 많으시고 이러니까 혼자서 키우기가 솔직히 버겁단 말이에요.”

두 시간이 넘는 선생님들의 긴 설득이 통한 것일까? 결국 태우는 학교에 다시 나오기로 맘을 고쳐 먹습니다.

<녹취> 강갑남(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태우야,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 나와. 그러면 약속 한번 합시다. 도장 찍고 사인하고, 태우도 여기 사인 안 해? 사인해서 복사해서 보관하는 거지, 월요일 나오는 거야. ”

인평 자동차정보 고등학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수용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꿈도, 희망도 없이 가난에 그리고 성적 부진에 떠밀려 이 곳에 온 학생들은 태반이 공부와는 담을 쌓았습니다.

<인터뷰> 이한구(마을 주민): “서클이 조직이 돼서 저녁에 패싸움 같은 거 하고, 뒤쪽에 보면 다 산이다 보니까, 산에서 담배를 피운다든가, 그 쪽으로 애들 데리고 가서 구타를 한다든가 굉장히 많았었죠.”

결석도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이영배(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장): “ 한 반에 반정도가 결석을 해서 이런 학생들이 많다 보니까, 교실에 들어가서 조회, 종례를 하는 것이 겁을 낼 정도였어요.”

당연히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 리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선생님들은 3가지 교육 철학을 마련합니다. 이른바 인평 3무 운동. 그 첫번째가 무결석, 결석이 없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생은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운동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선생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결석한 학생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습니다.

<인터뷰> 윤재윤(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최고 몇 번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 나섰어요?) “숫자로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 제가 2학년, 3학년 연속 담임한 아이는 1년에 2-30번 정도 갔으니까 합치면 그 동안 5-60번은 찾아가지 않았을까?”

<인터뷰> 김진형(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그때는 거의 이틀에 한번도 하고, 설득하고 하여튼 수업 끝나면 거의 여기 학교에 있는 시간,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 또 방과 후에 애들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죠.”

하지만 학교에 데리고 오는 것만으론 부족했습니다. 학교에 와봐야 재미가 없으니 다시 결석을 하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들은 평소 밥 먹듯이 결석을 하던 한 학생이 미친 듯이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 종헌이 저것도 수업시간에 잠만 자던 놈이 얼굴에 꽃이 폈네, 꽃이 폈어.”

이거다라고 생각한 선생님들은 즉각 축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공을 찼습니다.

수업시간만 빼고 언제든지 공을 차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결석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내친김에 선생님과 학생들은 인천시 사회체육협의회에서 주관한 축구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 학교 축구 동아리가 우승을 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금자(학부모): “축구를 차고 밥도 사 먹여서 보내시고 새벽부터 애들을 불러내서 그렇게 해 주시는 걸 너무 제가 고맙게 생각을 하고, 학교를 진짜 잘 갔다 하면서 애가 적응을 하기 시작했어요. 운동하면서 자기 하고 싶어했던 걸 하니까.”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들이기 위한 선생님들의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국가대표 코치 경력의 전문 감독이 영입됐습니다.

<인터뷰> 이봉섭(인평고 태권도 감독): “ 힘들고 진짜 뛰다가 포기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도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야 된다고 ..”

그간 B급, C급 선수로 설음 받던 학생들이 이제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격의 기쁨 뒤에는 늘 선생님들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재훈(인평고 태권도 선수): “아침에 밥 먹고 왔냐고 문자도 해 주시고, 오면 재형이 왔어, 하면서 밥 먹었냐고 해서 안 먹었다고 하면 밖에 데리고 나가서 밥도 사주시고.”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직접 자동차를 조립해 볼 수 있는 동아리도 만들었습니다.

<녹취> 김종섭(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로드 잘 연결됐는지 확인 한번 해봐. 패달 이상 없지?” (네) “됐어.”

8개월 동안의 힘든 조립과정을 마치고 오늘은 학생이 직접 자동차를 모는 날.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흐릅니다.

<인터뷰 > 김종섭(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빨리 간다고 좋은 거 아니야.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이야. 자 서서히 한번 출발해봐.”

머풀러에서 나오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자동차가 움직입니다.

학생들이 이처럼 학교에 정을 붙이기 시작하자 선생님들은 다음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교생 모두가 하나 이상의 자격증을 따도록 하는 것.

선생님들은 모두가 밤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보충수업을 실시했습니다.

<녹취> 임광해(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냉각온수는 어디 있어요? 냉각수 흐르는데 있잖아요. 그래요? 안 그래요?” (네)

물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라 수강료는 받지 않습니다.

야간 보충수업은 올해로 6년째, 선생님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모두 800 여명의 학생이 2천 여개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인터뷰> 신정필(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자격증 몇 개 땄어요?) “ 두개요.” (뭐, 뭐예요?) “자동차 정비하고, 자동차 검사요.”

오늘은 보충수업이 끝나고 삼겹살 파티가 열렸습니다.

<인터뷰> 이정민(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오늘 같은 경우는 뭐 때문에 하는 거죠?)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 시험 보는 애들이 많아요. 그래서 애들 시험 잘 보라는 의미에서 선생님들이 해 주는 거예요.”

삼겹살 파티 비용은 모두 30만원.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이 갹출했습니다.

<인터뷰> 손은정 (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 옛날보다 조금 올랐는데, 담임 수당이라는 게 아이들을 위해서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 학교 선생님들이, 그래서 사비를 털어서 주로 (삼겹살 파티를) 하는 편이죠.”

지난해 인평고의 대학 진학율은 84%. 졸업 땐 전체의 95% 이상이 자동차나 정보통신 자격증 소지자가 됐습니다.

자격증을 3개 이상 딴 학생도 30%나 됐습니다. 그래서 울면서 왔다가 웃으면서 나간다는 주의의 부러움까지 사고 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졸업생들이 학교를 찾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말썽만 피우던 어린 제자가 어느새 직장인이 돼 학교를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인터뷰> 윤석필(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열심히 하고, 그 다음에 학교를 다시 되찾아 왔을 때, 선생님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런 말 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자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한 선생님들. 그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국 방황하는 학생들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였습니다.

<인터뷰> 윤제윤(인평 자동차 정보고 교사): “제가 꼭 붙 잡아야 할 일들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교직에 있는 한은 아이들을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마음을 계속 갖고 가려고 합니다.”

<인터뷰> 안덕현(인평 자동차 정보고 3학년): “솔직히 스승이라는 것은요. 잠깐 스승이 아닌 거 같아요. 선생님께서 한번 가르쳐 주신 말씀이 그게 인생에 크게 좌우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전 평생 스승이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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