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한 아파트에 관리 사무소가 둘?

입력 2006.07.04 (09:21) 수정 2006.07.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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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지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한 아파트 단지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버젓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두 곳에 모두 관리비를 낼 수는 없고,

이러다보니 도시가스와 온수마저 끊기면서주민들. 지금 사는게 사는게 아닙니다. 최영철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죠?

<리포트>

네.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둘러싼 해묵은 감정 싸움이 발단이 되었는데요.

게다가 주민들 대부분이 세입자들이어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한 아파트단지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들어서게 됐으며 그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관리가 안 되서 엉망이라 살기가 힘들어요. 아이들이 목욕을 하다가 감기 들고 난리가 났어요. 가스가 끊어져서 온수가 나오지 않고 난방도 안되서 모든 것이 어렵고 고통스럽죠."

서울 중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지난 달 26일자로 공공 도시가스가 중단됐습니다. 여름이라지만 10개동, 1800세대에 난방과 온수가 끊겼습니다.

백일도 안된 아기 준호를 키우는 영미 씨는 산후 조리 중인 몸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기 목욕물 데우랴, 운반하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인터뷰>김영미(가명/29세) : "제가 몸조리 중이어서 난방을 해줘야 하고, 아이 목욕도 시켜줘야 하는데 온수가 안 나오니까 (찬물을) 데워서 써야 해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가스중단의 이유는 13억에 달하는 가스비 체납. 한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운영되면서 두 곳에서 관리비가 나오자 주민들 대부분이 관리비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인터뷰>김영미(가명/29세) : "관리하는 업체마다 관리비가 달라요. 돈을 냈는데, 또 (고지서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불안해서 안 내기 시작했어요.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한 곳의 관리사무소에 꾸준히 관리비를 내오던 주민들도 다른 관리사무소의 독촉장을 받는 상황이었는데요.

<인터뷰>아파트 주민 : "체납 금액이 90여만원으로 나왔어요. 내일 모래 쯤이면 관리 사무소에 가서 따져보려고요. 이게 (다른 업체에 꾸준히 냈는데) 어떻게 된건지······."

한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서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되겠다는 주민간의 오랜 싸움에서 비롯됐습니다. 서로 자신이 대표라 주장하며 각기 다른 관리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인데요.

양 측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가는 관리사무소에 설치되었던 CCTV 촬영화면을 통해서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A 입주자 대표측 : "지금까지 4억이라는 돈을 주민들에게 받아서 (자신들의 급여만 챙기고) 지출해야 할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세로는 쓰이지도 않았고······"

<인터뷰>B 입주자 대표측 : "아파트 안에는 많은 금전 관계가 있습니다. 본인이 그 동안 처리해왔던 이권들을 (놓치기엔) 아쉬운거죠."

이러다보니 아파트 관리는 뒷전. 수거비용 체납으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역시 미뤄지면서 단지 곳곳엔 쓰레기 썩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관리업체에서는) 관리비를 내야지 치워준데요. 입주민들이 돈을 내지 않아서 치워주지 않는 거니까 입주민들이 알아서 감수하라고······."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엘리베이터 역시 눌러지지 않는 버튼이 있는 등 고장 나 있는 것이 여러 개.

<인터뷰>아파트 주민 : "엘리베이터의 정원이 5명인데, 6·7명이 타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아요. 정원초과로 사고가 날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오는 15일에는 공공전기마저 끊긴다는 예고장이 나와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가로등이 안 켜지면 아파트 단지가 캄캄해 지죠.그러면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는 우범지대로 바뀔것이고······."

지난 5월, 이곳에 신혼집을 장만한 상호 씨. 임신 6개월의 부인이 찬물로 머리를 감는 등 불편이 심해지자 전세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집을 내놓았는데요.

<인터뷰>조상호(가명/34세) : "계약할 때 왜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김정민(가명/28세) : "속아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소송이라도 걸어서 빨리 이사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갈등을 빚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서로를 맞고소하며 법정 싸움까지 벌이고 있고, 주민 대부분은 세입자인 관계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빠른 시일 내로 아파트가 정상화되기란 어려워 보였습니다.

한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라는 공동주택 관리에 구멍이 난 웃지 못할 상황, 주민들은 하루 빨리 깨끗한 관리업체가 지정돼 정상적인 아파트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만을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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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지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한 아파트 단지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버젓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두 곳에 모두 관리비를 낼 수는 없고, 이러다보니 도시가스와 온수마저 끊기면서주민들. 지금 사는게 사는게 아닙니다. 최영철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죠? <리포트> 네.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둘러싼 해묵은 감정 싸움이 발단이 되었는데요. 게다가 주민들 대부분이 세입자들이어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한 아파트단지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들어서게 됐으며 그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관리가 안 되서 엉망이라 살기가 힘들어요. 아이들이 목욕을 하다가 감기 들고 난리가 났어요. 가스가 끊어져서 온수가 나오지 않고 난방도 안되서 모든 것이 어렵고 고통스럽죠." 서울 중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지난 달 26일자로 공공 도시가스가 중단됐습니다. 여름이라지만 10개동, 1800세대에 난방과 온수가 끊겼습니다. 백일도 안된 아기 준호를 키우는 영미 씨는 산후 조리 중인 몸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기 목욕물 데우랴, 운반하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인터뷰>김영미(가명/29세) : "제가 몸조리 중이어서 난방을 해줘야 하고, 아이 목욕도 시켜줘야 하는데 온수가 안 나오니까 (찬물을) 데워서 써야 해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가스중단의 이유는 13억에 달하는 가스비 체납. 한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운영되면서 두 곳에서 관리비가 나오자 주민들 대부분이 관리비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인터뷰>김영미(가명/29세) : "관리하는 업체마다 관리비가 달라요. 돈을 냈는데, 또 (고지서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불안해서 안 내기 시작했어요.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한 곳의 관리사무소에 꾸준히 관리비를 내오던 주민들도 다른 관리사무소의 독촉장을 받는 상황이었는데요. <인터뷰>아파트 주민 : "체납 금액이 90여만원으로 나왔어요. 내일 모래 쯤이면 관리 사무소에 가서 따져보려고요. 이게 (다른 업체에 꾸준히 냈는데) 어떻게 된건지······." 한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가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서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되겠다는 주민간의 오랜 싸움에서 비롯됐습니다. 서로 자신이 대표라 주장하며 각기 다른 관리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인데요. 양 측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가는 관리사무소에 설치되었던 CCTV 촬영화면을 통해서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A 입주자 대표측 : "지금까지 4억이라는 돈을 주민들에게 받아서 (자신들의 급여만 챙기고) 지출해야 할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세로는 쓰이지도 않았고······" <인터뷰>B 입주자 대표측 : "아파트 안에는 많은 금전 관계가 있습니다. 본인이 그 동안 처리해왔던 이권들을 (놓치기엔) 아쉬운거죠." 이러다보니 아파트 관리는 뒷전. 수거비용 체납으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역시 미뤄지면서 단지 곳곳엔 쓰레기 썩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관리업체에서는) 관리비를 내야지 치워준데요. 입주민들이 돈을 내지 않아서 치워주지 않는 거니까 입주민들이 알아서 감수하라고······."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엘리베이터 역시 눌러지지 않는 버튼이 있는 등 고장 나 있는 것이 여러 개. <인터뷰>아파트 주민 : "엘리베이터의 정원이 5명인데, 6·7명이 타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아요. 정원초과로 사고가 날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오는 15일에는 공공전기마저 끊긴다는 예고장이 나와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가로등이 안 켜지면 아파트 단지가 캄캄해 지죠.그러면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는 우범지대로 바뀔것이고······." 지난 5월, 이곳에 신혼집을 장만한 상호 씨. 임신 6개월의 부인이 찬물로 머리를 감는 등 불편이 심해지자 전세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집을 내놓았는데요. <인터뷰>조상호(가명/34세) : "계약할 때 왜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김정민(가명/28세) : "속아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소송이라도 걸어서 빨리 이사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갈등을 빚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서로를 맞고소하며 법정 싸움까지 벌이고 있고, 주민 대부분은 세입자인 관계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빠른 시일 내로 아파트가 정상화되기란 어려워 보였습니다. 한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사무소라는 공동주택 관리에 구멍이 난 웃지 못할 상황, 주민들은 하루 빨리 깨끗한 관리업체가 지정돼 정상적인 아파트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만을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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