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계를 넘보다

입력 2006.07.10 (13:57) 수정 2006.07.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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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 세계 6천여 개 언어 가운데 세계인들이 12번째로 많이 쓰는 공용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기록문화 유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제 2 외국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언어, 요즘 한국어, 한글의 위상입니다.

창제 이후 600년 가까이 우리 민족의 언어로만 여겨졌던 한글이 이젠 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류 열풍 덕분이지만 한글 자체의 우수성과 조형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1세기 신한류의 중심에 있는 한국어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아시아를 뒤흔든 초대형 한류 스타 ‘비’. 빼어난 춤 솜씨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 아시아인 특유의 감성이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공연장은 아시아 각국의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현장음> “비 최고!. 아자아자 파이팅!”

한류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한국어 인사는 기본, 좋아하는 스타와 호흡하기 위해서는 한국어가필수입니다.

<현장음> “비 사랑해요~! 비 최고!”

일본인 시오다 사다하루씨, 한국 대중가요와 영화에 흠뻑 빠진 이른바 한류족 입니다.

<녹취>시오다 사다하루 : “SG워너비가 이 가수랑 같은 소속사야”

한국 가수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을 정돕니다. 감성이 묻어나는 가사를 특히 좋아해 한국어로 흥얼거리는 걸 즐깁니다.

<인터뷰>시오다 사다하루(일본인 유학생) : “감동스러운 거 많이 있어요. 한국 음악에는 밝은 음악도 있지만 시에 진짜 감동적인 시가 많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도 한류 때문. 하루 4,5시간씩 한국어 공부에 매진한 지 벌써 1년 반이 흘렀습니다. 한국 문화까지 자유자재로 이야기할 정도가 되면 아시아 영화의 중심인 한국에서 아시아 스타로 성장하는 게 그의 꿈입니다.

<인터뷰>시오다 사다하루(일본인 유학생) : “한국에서는 일본에 없는 매력도 있고 뭔가 힘이 있거든요. 제가 볼 때는…그래서 한국에서 그런 거 배우면 여러 가지 경험으로 연기력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자비로 한국 유학을 온 중국인 쩌우 이쉥씨, 중국 물가를 고려하면 엄청난 유학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과감히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비용은 한국에 오기 전 꼬박 1년을 밤낮 없이 일해 마련했습니다.

<인터뷰>쩌우 이쉥(중국인 유학생) : “외국인 과외도 하고 그리고 월급도 받고, 다른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중국에서…”

하지만 한국 생활에서 얻는 이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 살고 싶은 까닭에 고생스러워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인터뷰>쩌우 이쉥(중국인 유학생) : “계속 한국에 있을 거에요. 왜냐면 저는 한국 회사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물론 중국에도 한국 회사가 많긴 하지만 한국에서 취직하게 되면 아주 좋은 일이죠.”

경희대 국제교육원엔 이런 이유로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이 올 여름 학기만 550명, 한 해 2천 명이 넘습니다.

불법 체류 등을 우려해 입국 허가가 까다로운데도 해마다 학생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정희(경희대 국제교육원 한국어 교육부장) : “최고로는 한 해 100% 넘게 증가한 해도 있고, 평균 5~60%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는데요, 이번 학기만도 550명에서 600명 정도 됩니다.”

지난 90년대 중반 10여 곳에 불과했던 대학 부설 한국어 교육기관은 현재 70곳으로 늘었습니다. 대상도 그간 재외동포에서 이젠 외국인 자비 유학생 들로 바뀌었습니다.

대학이 한국어사업으로 버는 돈만 한 해 2백70억 원, 최근엔 해외 진출까지 검토 중입니다.

<인터뷰>전나영(연세대 한국어학당 교육부장) : “저희도 지금 일본이나 중국 정부에서 나와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어요. 그렇게 해서 중국에선 저희 교재를 그 쪽에서 출판하길 원하기도 하고 해서…”

한국어 교육 자료 개발이 한창인 국립국어원.

<현장음> “방금 [관껀]을 관건으로 해서 다시 하시구요, 관건부터 준비하시고 큐!! 관건…광안리…괴담이설…”

말하기의 기초가 되는 정확한 한국 발음 자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1차로 40여 개 나라에 배포했고 지금은 각 언어권 실정에 맞는 2차 자료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김선철(국립국어원 국어정보화팀 학예연구사) : “모음은 ㅡ,ㅢ 같은 소리를 굉장히 어려워 하구요, 자음은 ㄱ,ㅋ, ㄲ 구분 등을 굉장히 어려워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잘 습득이 되도록 꾸미고 있습니다.”

<현장음>”사랑했나봐~ 믿을 수 없나봐 자꾸 생각나~ 견딜 수가 없어…”

한국어 중급반 학생들의 열창이 이어집니다. 한국 가요와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활용한 수업은 인기도 높고 효과도 그만이지만 이런 고급 교재 개발은 국내에서도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올해 처음으로 드라마 교재를 만들어 세계 곳곳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정희원(국립국어원 한글보급팀 팀장) : “국내에 개발된 교재가 3백 종이 넘구요, 전세계에 2천 종 정도의 교재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각 교육 현장에서는 항상 교재가 부족하다고 하거든요. 그거는 상황에 맞는 교재가 없다는 뜻이에요.”

2004년 말 현재, 세계 60개 나라 660여 개 정규 교육기관에서 50만 명 가까이가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사설 기관까지 더하면 한국어 학습생은 서너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교사와 교재 공급이 한글의 세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인체와 인체가 어우러져 한글 자음과 모음이 만들어집니다. 우주의 근간인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담은 선과 점, 동그라미에서 24개 자모가 탄생되고, 다시 11172개 글자로 거듭납니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약 3,4백 개 발음을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터뷰>홍윤표(연세대 국문과 교수) : “선과 점과 동그라미라고 하는 6개에서 모든 한글 글자가 다 조합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그리고 가장 작은 수의 결합으로 11172자라고 하는 수많은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한글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생산성이거든요.”

더욱이 한글은 위와 아래, 좌와 우로 조합 원리가 단순하고 과학적이어서 배우기 쉽습니다.
한국의 문맹률이 2%가 안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때문입니다

<인터뷰>가이 맥엘버니(영국 관광객) : “한글은 수학적인 원리를 갖고 있어서 배우기가 꽤 쉽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아’ 자에 가로획을 더하면 ‘야’가 되잖아요. 굉장히 배우기 쉬워요.”

유네스코는 이런 한글의 우수성을 기려 문맹 퇴치에 공헌한 이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패션 컬렉션으로 꼽히는 파리 컬렉션, 한 해의 유행을 앞서 선보이고 의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5년째 이 경쟁을 이겨낸 한국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올해 화두는 바로 한글, 무늬처럼, 물 흐르듯 쓰여진 한글 고급 의상을 대거 선 보였습니다.

<인터뷰>롤라 힌디(프랑스 의류 멀티샵 사장) : “작품 속에서 보이는 한글은 매우 아름다울뿐더러 굉장히 독창적이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름다워서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해요.”

직선과 곡선이 만나 변화무쌍하게 변하며 서체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는 한글 자체의 조형미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주문이 이어져 올 가을 20여 개 국에서 시판될 예정입니다.

<인터뷰>이상봉(디자이너) : “하나의 그림으로 보거나 너무 아름답다, 모던하다, 현대적이다…상당히 한문보다 훨씬 더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죠.”

국내 최대 규모의 서체 개발업체, 새로운 한글 글꼴을 만들기 위한 기획 회의가 한창입니다.

<현장음> “찌그러짐 같은 걸 다 자제를 해주게 되면 원형대로라고 할까요, 붓으로 썼을 때의 느낌이 나지 않을까…”

특히 인쇄물뿐 아니라 컴퓨터와 휴대전화, 모바일기기 등 사용되는 곳이 다양해져 기술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 업체가 보유한 글꼴은 7백여 종, 전체 한글 서체는 모두 2천여 종에 이릅니다. 무려 5만 종 넘는 글꼴을 보유한 로마자와 비교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현재 150억 원 정도에 머물고 있는 한글 서체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인터뷰>편석훈(윤디자인연구소 사장) : “컴퓨터 환경이라든지 모든 주변 기기들이 전부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업체에서조차 전부 다국어를 선호하게 됩니다. 다국어에서 한글이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글 시장이 얼마큼 커지느냐에 따라 달린 겁니다.”

한글의 상품화, 세계화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나 당장의 매출액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인터뷰>신승일(한류전략연구소 소장) : “우리 문화가 발전하고 세계화되고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어가 그 핵심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문화 대부분이 언어로 돼있기 때문에 언어의 보급이 문화의 보급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1443년 한글이 창제된 뒤 560여 년만에 한국어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한국 문화의 정수로, 한국 문화와 경제가 세계화되는 가장 선두에 우리의 말글인 한글이 우뚝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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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7-10 13:41:34
    • 수정2006-07-10 14: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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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 세계 6천여 개 언어 가운데 세계인들이 12번째로 많이 쓰는 공용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기록문화 유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제 2 외국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언어, 요즘 한국어, 한글의 위상입니다. 창제 이후 600년 가까이 우리 민족의 언어로만 여겨졌던 한글이 이젠 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류 열풍 덕분이지만 한글 자체의 우수성과 조형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1세기 신한류의 중심에 있는 한국어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아시아를 뒤흔든 초대형 한류 스타 ‘비’. 빼어난 춤 솜씨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 아시아인 특유의 감성이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공연장은 아시아 각국의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현장음> “비 최고!. 아자아자 파이팅!” 한류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한국어 인사는 기본, 좋아하는 스타와 호흡하기 위해서는 한국어가필수입니다. <현장음> “비 사랑해요~! 비 최고!” 일본인 시오다 사다하루씨, 한국 대중가요와 영화에 흠뻑 빠진 이른바 한류족 입니다. <녹취>시오다 사다하루 : “SG워너비가 이 가수랑 같은 소속사야” 한국 가수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을 정돕니다. 감성이 묻어나는 가사를 특히 좋아해 한국어로 흥얼거리는 걸 즐깁니다. <인터뷰>시오다 사다하루(일본인 유학생) : “감동스러운 거 많이 있어요. 한국 음악에는 밝은 음악도 있지만 시에 진짜 감동적인 시가 많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도 한류 때문. 하루 4,5시간씩 한국어 공부에 매진한 지 벌써 1년 반이 흘렀습니다. 한국 문화까지 자유자재로 이야기할 정도가 되면 아시아 영화의 중심인 한국에서 아시아 스타로 성장하는 게 그의 꿈입니다. <인터뷰>시오다 사다하루(일본인 유학생) : “한국에서는 일본에 없는 매력도 있고 뭔가 힘이 있거든요. 제가 볼 때는…그래서 한국에서 그런 거 배우면 여러 가지 경험으로 연기력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자비로 한국 유학을 온 중국인 쩌우 이쉥씨, 중국 물가를 고려하면 엄청난 유학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과감히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비용은 한국에 오기 전 꼬박 1년을 밤낮 없이 일해 마련했습니다. <인터뷰>쩌우 이쉥(중국인 유학생) : “외국인 과외도 하고 그리고 월급도 받고, 다른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중국에서…” 하지만 한국 생활에서 얻는 이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 살고 싶은 까닭에 고생스러워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인터뷰>쩌우 이쉥(중국인 유학생) : “계속 한국에 있을 거에요. 왜냐면 저는 한국 회사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물론 중국에도 한국 회사가 많긴 하지만 한국에서 취직하게 되면 아주 좋은 일이죠.” 경희대 국제교육원엔 이런 이유로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이 올 여름 학기만 550명, 한 해 2천 명이 넘습니다. 불법 체류 등을 우려해 입국 허가가 까다로운데도 해마다 학생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정희(경희대 국제교육원 한국어 교육부장) : “최고로는 한 해 100% 넘게 증가한 해도 있고, 평균 5~60%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는데요, 이번 학기만도 550명에서 600명 정도 됩니다.” 지난 90년대 중반 10여 곳에 불과했던 대학 부설 한국어 교육기관은 현재 70곳으로 늘었습니다. 대상도 그간 재외동포에서 이젠 외국인 자비 유학생 들로 바뀌었습니다. 대학이 한국어사업으로 버는 돈만 한 해 2백70억 원, 최근엔 해외 진출까지 검토 중입니다. <인터뷰>전나영(연세대 한국어학당 교육부장) : “저희도 지금 일본이나 중국 정부에서 나와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어요. 그렇게 해서 중국에선 저희 교재를 그 쪽에서 출판하길 원하기도 하고 해서…” 한국어 교육 자료 개발이 한창인 국립국어원. <현장음> “방금 [관껀]을 관건으로 해서 다시 하시구요, 관건부터 준비하시고 큐!! 관건…광안리…괴담이설…” 말하기의 기초가 되는 정확한 한국 발음 자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1차로 40여 개 나라에 배포했고 지금은 각 언어권 실정에 맞는 2차 자료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김선철(국립국어원 국어정보화팀 학예연구사) : “모음은 ㅡ,ㅢ 같은 소리를 굉장히 어려워 하구요, 자음은 ㄱ,ㅋ, ㄲ 구분 등을 굉장히 어려워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잘 습득이 되도록 꾸미고 있습니다.” <현장음>”사랑했나봐~ 믿을 수 없나봐 자꾸 생각나~ 견딜 수가 없어…” 한국어 중급반 학생들의 열창이 이어집니다. 한국 가요와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활용한 수업은 인기도 높고 효과도 그만이지만 이런 고급 교재 개발은 국내에서도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올해 처음으로 드라마 교재를 만들어 세계 곳곳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정희원(국립국어원 한글보급팀 팀장) : “국내에 개발된 교재가 3백 종이 넘구요, 전세계에 2천 종 정도의 교재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각 교육 현장에서는 항상 교재가 부족하다고 하거든요. 그거는 상황에 맞는 교재가 없다는 뜻이에요.” 2004년 말 현재, 세계 60개 나라 660여 개 정규 교육기관에서 50만 명 가까이가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사설 기관까지 더하면 한국어 학습생은 서너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교사와 교재 공급이 한글의 세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인체와 인체가 어우러져 한글 자음과 모음이 만들어집니다. 우주의 근간인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담은 선과 점, 동그라미에서 24개 자모가 탄생되고, 다시 11172개 글자로 거듭납니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약 3,4백 개 발음을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터뷰>홍윤표(연세대 국문과 교수) : “선과 점과 동그라미라고 하는 6개에서 모든 한글 글자가 다 조합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그리고 가장 작은 수의 결합으로 11172자라고 하는 수많은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한글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생산성이거든요.” 더욱이 한글은 위와 아래, 좌와 우로 조합 원리가 단순하고 과학적이어서 배우기 쉽습니다. 한국의 문맹률이 2%가 안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때문입니다 <인터뷰>가이 맥엘버니(영국 관광객) : “한글은 수학적인 원리를 갖고 있어서 배우기가 꽤 쉽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아’ 자에 가로획을 더하면 ‘야’가 되잖아요. 굉장히 배우기 쉬워요.” 유네스코는 이런 한글의 우수성을 기려 문맹 퇴치에 공헌한 이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패션 컬렉션으로 꼽히는 파리 컬렉션, 한 해의 유행을 앞서 선보이고 의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5년째 이 경쟁을 이겨낸 한국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올해 화두는 바로 한글, 무늬처럼, 물 흐르듯 쓰여진 한글 고급 의상을 대거 선 보였습니다. <인터뷰>롤라 힌디(프랑스 의류 멀티샵 사장) : “작품 속에서 보이는 한글은 매우 아름다울뿐더러 굉장히 독창적이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름다워서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해요.” 직선과 곡선이 만나 변화무쌍하게 변하며 서체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는 한글 자체의 조형미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주문이 이어져 올 가을 20여 개 국에서 시판될 예정입니다. <인터뷰>이상봉(디자이너) : “하나의 그림으로 보거나 너무 아름답다, 모던하다, 현대적이다…상당히 한문보다 훨씬 더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죠.” 국내 최대 규모의 서체 개발업체, 새로운 한글 글꼴을 만들기 위한 기획 회의가 한창입니다. <현장음> “찌그러짐 같은 걸 다 자제를 해주게 되면 원형대로라고 할까요, 붓으로 썼을 때의 느낌이 나지 않을까…” 특히 인쇄물뿐 아니라 컴퓨터와 휴대전화, 모바일기기 등 사용되는 곳이 다양해져 기술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 업체가 보유한 글꼴은 7백여 종, 전체 한글 서체는 모두 2천여 종에 이릅니다. 무려 5만 종 넘는 글꼴을 보유한 로마자와 비교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현재 150억 원 정도에 머물고 있는 한글 서체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인터뷰>편석훈(윤디자인연구소 사장) : “컴퓨터 환경이라든지 모든 주변 기기들이 전부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업체에서조차 전부 다국어를 선호하게 됩니다. 다국어에서 한글이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글 시장이 얼마큼 커지느냐에 따라 달린 겁니다.” 한글의 상품화, 세계화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나 당장의 매출액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인터뷰>신승일(한류전략연구소 소장) : “우리 문화가 발전하고 세계화되고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어가 그 핵심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문화 대부분이 언어로 돼있기 때문에 언어의 보급이 문화의 보급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1443년 한글이 창제된 뒤 560여 년만에 한국어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한국 문화의 정수로, 한국 문화와 경제가 세계화되는 가장 선두에 우리의 말글인 한글이 우뚝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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