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수확기, 멧돼지를 막아라!

입력 2006.08.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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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갖가지 과일 뿐만 아니라 감자며 고구마, 옥수수 등 다양한 여름 농작물이 나오는 철이죠~그런데, 다 지어놓은 농사를 대번에 망쳐놓는 무정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네, 바로 멧돼지들 때문인데요, 요즘 특히 한창 새끼를 키우는 시기라서 그 먹성이 대단~ 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농민들의고심이 말이 아닌데요, 이정민 아나운서, 농민들이 멧돼지 퇴치하느라 아주 고생이시라죠?

<리포트>

네, 맞습니다. 수확을 앞둔 밭작물을 멧돼지로부터 지키기 위해, 별의 별 방법들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멧돼지가 머리가 너무 좋다는 겁니다. 아무리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도 금방 학습을 해 버려서 그 효과가 며칠을 못 간다고 하는데요.

멧돼지 대 농민들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누렇게 말라죽은 참외 넝쿨 사이사이로, 여물다 만 참외가 썩어가고 있는 비닐하우스... 대구 달성에 사는 현순환 씨의 참외밭입니다. 약 800상자, 돈으로는 천만 원어치의 참외 농사를 망쳐놓은 주범은 바로 멧돼지입니다.

<인터뷰>현순환 (피해 농민 ):"새끼고 뭐고 여러 마리가 와 가지고 전부 들어가고 이러니까 안에 (참외 넝쿨이) 부러져 버리니까 안 돼. 그러니까 다 죽어버렸지."

첫 피해가 있은 뒤로, 주민들은 밤잠을 잊고 지냅니다. 전깃불을 환하게 밝혀놓는 것은 기본, 라디오를 틀어 놓고 멧돼지가 놀라도록 번갯불 장치까지 동원하는 등 참외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를 막는 제일 좋은 방법은 사람이 지키는 거라고 합니다. 때문에 농민들은 당번을 정해 한 달이 넘도록 참외밭에서 밤샘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인터뷰>현선석( 대구시 달성군):"매일 번갈아가면서 이 일을 하려고 하니까,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힘 드는 것이. 비가 와도 나와야 되고, 어떤 날은 피곤해서 잊어버리면 자다가도 나와 가지고 이 짓을 해야 되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멧돼지 피해는 산을 넘어 이웃 마을도 심각합니다. 멧돼지들이 모두 짓밟아놓은 옥수수 밭. 한창 푸르러야 할 옥수숫대가 모두 말라죽었습니다. 수확 직전에 당한 피해라 더욱 약이 오르고 속이 상합니다.

<인터뷰>서상현 (피해 농민 ):"지금 위치가 보다시피 제 집이 여기 있고, 또 도로나 이런 게 있어서 여기까지 내려온다고는 미처 예상을 못했습니다."

다 지어놓은 옥수수 밭을 멧돼지에게 내준 뒤 서상현씨는 멧돼지예방 민간요법을 모두 써 보고 있는데요. 멧돼지 퇴치용 최신식 무기는 군청 쓰레기통에 있습니다. 바로 잉크냄새 진동하는 폐현수막. 현수막을 한 아름 차에 실은 뒤, 바로 동네 이발소로 향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멧돼지 쫓으려고 머리카락 가지러 왔구먼!"

머리카락 역시 꽤 효험 있는 예방책. 밭 주위에 머리카락을 뿌려놓으면 사람이 주변에 있는 줄 알고 접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얻어온 현수막으로 밭에 울타리를 치고, 그 주위로 꼼꼼하게 머리카락을 둘러놓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여도 그 효과가 열흘을 못 넘기는데요. 정부에서도 사냥개를 풀어서 야산을 수색하고 화약과 나프탈렌 등을 밭 주변에 뿌리는 등 온갖 묘책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 며칠 동안은 멧돼지 겁주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복숭아, 감, 배 등 멧돼지들이 좋아하는 과일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수 씨는 멧돼지가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동물이라고 믿고 있는데요.

<인터뷰>김영수 (대구시 달성군):"맛있는 건 먹지만, 떫다거나 맛없는 것은 바닥에 뱉어놓죠.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멧돼지는 이런 높은 가지가 있으면 앞발로 쳐서 부러뜨려 놓죠. 자기 새끼 주려고."

때문에 멧돼지가 가지를 부러뜨리지 못하도록 과일나무의 키를 높이 키우는 등 꾀를 써 보기도 하지만, 농민과 멧돼지가 함께 살아가는 것 외엔 해결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영수( 대구시 달성군): "멧돼지가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갈라(나눠) 먹어야죠. 내 밭으로 못 오게 막아버리면 인근 밭으로 간단 말입니다. 크게 보면 모든 농민의 피해잖아요. 멧돼지가 알아서 이 집에서도 조금 먹고, 저 집에서도 조금 먹고 그러면 좋겠죠."

저 정도까지 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정말 처절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저렇게 멧돼지도 함께 나눠먹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농민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피해가 없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좀 골고루 조금씩만 손해를 끼쳤으면 좋겠죠? 농민 여러분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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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8-03 08: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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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갖가지 과일 뿐만 아니라 감자며 고구마, 옥수수 등 다양한 여름 농작물이 나오는 철이죠~그런데, 다 지어놓은 농사를 대번에 망쳐놓는 무정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네, 바로 멧돼지들 때문인데요, 요즘 특히 한창 새끼를 키우는 시기라서 그 먹성이 대단~ 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농민들의고심이 말이 아닌데요, 이정민 아나운서, 농민들이 멧돼지 퇴치하느라 아주 고생이시라죠? <리포트> 네, 맞습니다. 수확을 앞둔 밭작물을 멧돼지로부터 지키기 위해, 별의 별 방법들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멧돼지가 머리가 너무 좋다는 겁니다. 아무리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도 금방 학습을 해 버려서 그 효과가 며칠을 못 간다고 하는데요. 멧돼지 대 농민들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누렇게 말라죽은 참외 넝쿨 사이사이로, 여물다 만 참외가 썩어가고 있는 비닐하우스... 대구 달성에 사는 현순환 씨의 참외밭입니다. 약 800상자, 돈으로는 천만 원어치의 참외 농사를 망쳐놓은 주범은 바로 멧돼지입니다. <인터뷰>현순환 (피해 농민 ):"새끼고 뭐고 여러 마리가 와 가지고 전부 들어가고 이러니까 안에 (참외 넝쿨이) 부러져 버리니까 안 돼. 그러니까 다 죽어버렸지." 첫 피해가 있은 뒤로, 주민들은 밤잠을 잊고 지냅니다. 전깃불을 환하게 밝혀놓는 것은 기본, 라디오를 틀어 놓고 멧돼지가 놀라도록 번갯불 장치까지 동원하는 등 참외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를 막는 제일 좋은 방법은 사람이 지키는 거라고 합니다. 때문에 농민들은 당번을 정해 한 달이 넘도록 참외밭에서 밤샘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인터뷰>현선석( 대구시 달성군):"매일 번갈아가면서 이 일을 하려고 하니까,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힘 드는 것이. 비가 와도 나와야 되고, 어떤 날은 피곤해서 잊어버리면 자다가도 나와 가지고 이 짓을 해야 되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멧돼지 피해는 산을 넘어 이웃 마을도 심각합니다. 멧돼지들이 모두 짓밟아놓은 옥수수 밭. 한창 푸르러야 할 옥수숫대가 모두 말라죽었습니다. 수확 직전에 당한 피해라 더욱 약이 오르고 속이 상합니다. <인터뷰>서상현 (피해 농민 ):"지금 위치가 보다시피 제 집이 여기 있고, 또 도로나 이런 게 있어서 여기까지 내려온다고는 미처 예상을 못했습니다." 다 지어놓은 옥수수 밭을 멧돼지에게 내준 뒤 서상현씨는 멧돼지예방 민간요법을 모두 써 보고 있는데요. 멧돼지 퇴치용 최신식 무기는 군청 쓰레기통에 있습니다. 바로 잉크냄새 진동하는 폐현수막. 현수막을 한 아름 차에 실은 뒤, 바로 동네 이발소로 향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멧돼지 쫓으려고 머리카락 가지러 왔구먼!" 머리카락 역시 꽤 효험 있는 예방책. 밭 주위에 머리카락을 뿌려놓으면 사람이 주변에 있는 줄 알고 접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얻어온 현수막으로 밭에 울타리를 치고, 그 주위로 꼼꼼하게 머리카락을 둘러놓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여도 그 효과가 열흘을 못 넘기는데요. 정부에서도 사냥개를 풀어서 야산을 수색하고 화약과 나프탈렌 등을 밭 주변에 뿌리는 등 온갖 묘책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 며칠 동안은 멧돼지 겁주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복숭아, 감, 배 등 멧돼지들이 좋아하는 과일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수 씨는 멧돼지가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동물이라고 믿고 있는데요. <인터뷰>김영수 (대구시 달성군):"맛있는 건 먹지만, 떫다거나 맛없는 것은 바닥에 뱉어놓죠.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멧돼지는 이런 높은 가지가 있으면 앞발로 쳐서 부러뜨려 놓죠. 자기 새끼 주려고." 때문에 멧돼지가 가지를 부러뜨리지 못하도록 과일나무의 키를 높이 키우는 등 꾀를 써 보기도 하지만, 농민과 멧돼지가 함께 살아가는 것 외엔 해결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영수( 대구시 달성군): "멧돼지가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갈라(나눠) 먹어야죠. 내 밭으로 못 오게 막아버리면 인근 밭으로 간단 말입니다. 크게 보면 모든 농민의 피해잖아요. 멧돼지가 알아서 이 집에서도 조금 먹고, 저 집에서도 조금 먹고 그러면 좋겠죠." 저 정도까지 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정말 처절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저렇게 멧돼지도 함께 나눠먹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농민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피해가 없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좀 골고루 조금씩만 손해를 끼쳤으면 좋겠죠? 농민 여러분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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