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비정규직, 첫 단추 잘 꿰야

입력 2006.08.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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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 해설위원]

정부가 우리나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연기관 그리고 공기업 등 이른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5만 4천여 명에 대해 내년 말까지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사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제구조가 선진화돼 감에 따라 공공부문에서나 민간부문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도 계속 상승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직장에서는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임시직, 파견근로자 등의 형태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임금도 임금이려니와 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비정규직 활용의 유인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공공부문에서나 민간부문에서나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수가 지나치게 늘어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공공부문에서조차도 155만 명의 근로자 중에서 20%에 해당하는 31만여 명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물론 각종 처우에서도 정규직과는 눈에 띄게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한 가운데 가슴속 불만을 제대로 삭이지도 못하며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노동계, 경영계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계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에서는 근본적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는 “비정규직 관련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서 나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 조치가 공공부문에만 한정되지만 경영계는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존재는 우리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 근로조건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모두 감안하면서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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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비정규직, 첫 단추 잘 꿰야
    • 입력 2006-08-10 08: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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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 해설위원] 정부가 우리나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연기관 그리고 공기업 등 이른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5만 4천여 명에 대해 내년 말까지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사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제구조가 선진화돼 감에 따라 공공부문에서나 민간부문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도 계속 상승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직장에서는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임시직, 파견근로자 등의 형태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임금도 임금이려니와 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비정규직 활용의 유인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공공부문에서나 민간부문에서나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수가 지나치게 늘어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공공부문에서조차도 155만 명의 근로자 중에서 20%에 해당하는 31만여 명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물론 각종 처우에서도 정규직과는 눈에 띄게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한 가운데 가슴속 불만을 제대로 삭이지도 못하며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노동계, 경영계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계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에서는 근본적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는 “비정규직 관련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서 나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 조치가 공공부문에만 한정되지만 경영계는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존재는 우리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 근로조건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모두 감안하면서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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