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심각한 도박 폐해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객원 해설위원]

이른바 바다이야기로 온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정책 잘못이니 무슨 비리 게이트니 하며 소용돌이가 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30조 원어치나 되는 경품 상품권이 발행 되었는데 부가가치가 전혀 생겨나지 않는 비생산적 낭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업자들은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고, 일확천금을 노린 수많은 서민들은 패가망신 했습니다. 전대미문의 부끄러운 사건입니다.

그 동안 경마, 경륜, 카지노, 복권 등 사행성 오락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꾸준하게 그 폐해를 경고했지만 관계당국은 관광수입이니, 오락기회 제공이니 등의 구실로 도박 산업에 대한 규제를 계속 완화했습니다. 잘못된 정책, 불공정한 업자선정, 의도적인 감시 소홀이 이어졌습니다.

정부의 실책은 우리 국민성에 대한 이해의 결핍에도 기인합니다. 물론 모든 사회에 도박과 투기가 있고, 모든 사람이 다 공짜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우리만큼 공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복이라고 자랑하는 국민은 전 세계에 드물고, 적어도 선진국 가운데는 전혀 없습니다. 통계적 확률을 무시하고 비합리적인 '설마'에 매달려서 모험을 쉽게 감행하고 대박 유혹에 잘 넘어갑니다.

도박과 투기를 통한 소득추구는 공정하지 못합니다. 인간의 삶이 전적으로 자연의 변덕에 좌우되던 과거에는 행운이 중요했고, 나의 행운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날씨, 적당한 강우로 농사 수확이 늘었다 해 다른 사람이 손해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대부분의 소득은 다른 사람의 억울한 손해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은 도둑질에 가깝습니다.

다만 공인된 규칙에 따라 그 이해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결코 신사적이요, 정의롭다 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다가 승부조작까지 가해지면 이는 모든 공정성이 무시된 심각한 법죕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오락을 위해 게임을 합니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것까지 나무랄 순 없습니다. 그러나 당첨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유혹도 커져서 오락이 도박으로 타락합니다. 가난해 절망적인 사람들이 더 큰 유혹을 받기 때문에 서민들이 더 많이 희생됩니다. 그러므로 그런 도박은 반사회적입니다.

물론 어떤 도박에도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가장 지혜롭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자제력을 갖고 있진 않기 때문에, 정부는 그런 유혹을 줄이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이 임무를 게을리 함으로 대박 유혹을 키웠고 이번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번 실책을 계기로 해서 다시는 그런 유혹이 생겨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