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전교조, 초심으로 돌아가라

입력 2006.09.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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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원 해설위원]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이 올 하반기에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세운 투쟁 목표는 크게 3가집니다. 교원 평가제 철폐와 차등 성과급제 폐지 그리고 한미 FTA 협상 중단입니다. FTA 협상 시한인 다음달 중순까지 교육부의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하순부턴 집단으로 연차 휴가를 내는 연가 투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전교조가 지난 번 교육위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투쟁 방식을 온건한 방향으로 바꿀 것으로 여겼던 학부모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이같은 기대를 했던 건 10여년 전 참교육의 실천을 외치며 외롭게 나섰던 전교조의 순수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툭하면 연가 투쟁을 하겠다는 전교조를 반길 학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연가를 내는 것이 위법일 순 없습니다. 그러나 대입 수학 능력 시험을 10여일 앞둔 긴박한 시기에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교를 비운다는 건 학생들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보려는 비교육적인 행태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집단 휴가를 떠날 때 수업 손실은 누가 메워야 합니까? 동료 교사들의 몫이 될 겁니다. 묵묵히 수업에 매진하는 동료 교사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합니다. 전교조 교사들에게 집단 이기심을 버리라며 교단 퇴출 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 학부모 단체와 교육계 안팎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교조가 내세운 세가지 투쟁 목표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있어야 합니다. 전교조는 교원 평가제와 차등 성과급제가 공교육을 파탄으로 내몰고 교사들을 무한 경쟁의 늪으로 몰아 넣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교육 개혁에 나선 주요 선진국 가운데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교사들에게 특별 성과급을 주고 교원 평가를 성과급과 연계해 실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교직원 노조가 먼저 설립된 일본에선 질이 낮은 교사를 퇴출시키기 위해 10년마다 교사 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측은 또 한미 FTA로 평가 시장과 원격 교육 시장이 개방돼 초, 중등 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FTA 문제는 교육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얽혀 있는 중대한 일로 이를 투쟁의 수단으로 삼을 일이 아닙니다.

외국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교육 운동을 접으라는것도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가며 학생들을 잘 키워내자는 겁니다. 참교육을 외치던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 방향을 새롭게 세워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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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전교조, 초심으로 돌아가라
    • 입력 2006-09-02 07: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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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원 해설위원]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이 올 하반기에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세운 투쟁 목표는 크게 3가집니다. 교원 평가제 철폐와 차등 성과급제 폐지 그리고 한미 FTA 협상 중단입니다. FTA 협상 시한인 다음달 중순까지 교육부의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하순부턴 집단으로 연차 휴가를 내는 연가 투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전교조가 지난 번 교육위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투쟁 방식을 온건한 방향으로 바꿀 것으로 여겼던 학부모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이같은 기대를 했던 건 10여년 전 참교육의 실천을 외치며 외롭게 나섰던 전교조의 순수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툭하면 연가 투쟁을 하겠다는 전교조를 반길 학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연가를 내는 것이 위법일 순 없습니다. 그러나 대입 수학 능력 시험을 10여일 앞둔 긴박한 시기에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교를 비운다는 건 학생들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보려는 비교육적인 행태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집단 휴가를 떠날 때 수업 손실은 누가 메워야 합니까? 동료 교사들의 몫이 될 겁니다. 묵묵히 수업에 매진하는 동료 교사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합니다. 전교조 교사들에게 집단 이기심을 버리라며 교단 퇴출 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 학부모 단체와 교육계 안팎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교조가 내세운 세가지 투쟁 목표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있어야 합니다. 전교조는 교원 평가제와 차등 성과급제가 공교육을 파탄으로 내몰고 교사들을 무한 경쟁의 늪으로 몰아 넣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교육 개혁에 나선 주요 선진국 가운데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교사들에게 특별 성과급을 주고 교원 평가를 성과급과 연계해 실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교직원 노조가 먼저 설립된 일본에선 질이 낮은 교사를 퇴출시키기 위해 10년마다 교사 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측은 또 한미 FTA로 평가 시장과 원격 교육 시장이 개방돼 초, 중등 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FTA 문제는 교육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얽혀 있는 중대한 일로 이를 투쟁의 수단으로 삼을 일이 아닙니다. 외국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교육 운동을 접으라는것도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가며 학생들을 잘 키워내자는 겁니다. 참교육을 외치던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 방향을 새롭게 세워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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