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으로]라디오는 지금 변신 중

입력 2006.09.17 (11:50) 수정 2006.09.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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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라디오가 변하고 있습니다. 영상매체에 밀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 가던 라디오가 쌍방향 디지털 시대를 맞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라디오는 어떤 모습으로 청취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지, 그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있는지 김 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 방송사의 라디오 스튜디오.

<녹취>“12시에 만납시다, 김정민입니다.”

여느 라디오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는 다른 방송사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 있습니다.

생방송 도중, 진행자가 청취자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즉석에서 사연이나 신청곡을 받는 것입니다.

이 방송사는 지난 4월,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레인보우 FM’을 선보이면서, 메신저와 같은 실시간 대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정민 (가수): "가깝기는 거의 친구 개념이에요. 굉장히 편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 연령별이나 서로의 세대 차이를 넘어 서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 스튜디오.

이곳에도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생방송이 나가는 동안 인터넷 라디오 플레이어를 통해 스튜디오 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이른바 ‘보이는 라디오’입니다.

KBS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콩’이라는 인터넷 라디오를 이용하면 수도권 이외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깨끗한 음질로 8개 라디오 채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유열 (가수): "클릭해서 보고 있으면 여기 시카곱니다. 뉴욕입니다, 중국 어디서 듣고 있습니다. 예전에 상상할 수 없는 유럽이나 어디든지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음악앨범으로 달래고 있다… 그런 사연 받으면 그냥 무심코 지나치지 않으면 짜릿한 일이죠."

지난 3월 초 MBC의 ‘미니’를 필두로 KBS와 SBS, CBS, EBS 등 각 방송마다 인터넷 라디오 플레이어를
경쟁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청취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인터뷰>이민지 (경기 광명동): "어느 지방에서 들어도 잡음이나 소음이 없이 깨끗하게 들려서 좋고요."

<인터뷰>김정환 (서울 남가좌동): "예전에 비해서 낭만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더욱 더 친밀감이 형성된 것 같아요."

KBS와 CBS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팟 캐스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도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오디오 파일이나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라디오 프로그램을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단말기에 무료로 내려 받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지나 엽서로 사연을 보내고 방송 시간에 맞춰 라디오 수신기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은 이제 차츰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뷰>CBS (손근필 부장): "옛날 모내기 할 때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까? 이제 사무실에는 가지고 못갑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일터에서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역으로 말하면 라디오 확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라디오가 이렇게 변신을 꾀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뉴미디어 등 매체들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청취자들도 점점 더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상황에서 라디오가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체별 광고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라디오는 인터넷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3.5%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이상호 (KBS PD): "방송사 입장에서 매우 절박합니다. 청취 층이 엷어진 추세고,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죠. 와이브로 등 여러 가지 미디어가 등장한 와중에 사실 원조 유비쿼터스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오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었는데, 점점 더 경쟁하는 매체들이 생겨남으로써,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라디오가 대중 생활에서 밀려난 추셉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 방송사들은 디지털라디오에서 그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뉴미디어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료 서비스와 뛰어난 음질, 문자와 사진, 동영상 등 부가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FM방송은 4년 뒤인 오는 2010년이 돼야 디지털 전환이 가능한 상황인데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가 이미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라디오방송 종사자들의 위기감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권윤혜 (EBS 팀장): "우리 라디오가 2010년 그 이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 놓고 100년 전에 하던 아날로그 방식대로 그대로 간다하는 것은 저희로서는 라디오가 서서히 사라지는 그 현장을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KBS와 서울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국민 생활시간 조사에서 라디오의 청취 시간이 5년 전보다 평균 6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에서는 90년대 중반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한 이후 10년 동안 라디오의 성장률이 다른 매체를 크게 압도하고 있습니다.

각 방송사들이 정부와는 별도로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이상호 (KBS PD): "문제는 주파수입니다. 정책적으로 주파수가 주어진다면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은 당장이라도 디지털 라디오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도연 (국민대 교수):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이 그런 판단을 해서 요구한 건 일리가 있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다만 라디오란 것이 전파를 이용한 매체이기에 주파수 사정이 어느 정도 허락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겠죠."

1927년 첫 라디오 방송 시작, 그리고 1966년 FM 스테레오 방송의 등장과 함께 지난 80년의 세월 동안 가장 친근한 매체로 국민들과 동고동락해온 라디오.

디지털 시대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청취자들에게 다가설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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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9-17 11:13:04
    • 수정2006-09-18 11:08:34
    미디어 포커스
<앵커 멘트> 라디오가 변하고 있습니다. 영상매체에 밀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 가던 라디오가 쌍방향 디지털 시대를 맞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라디오는 어떤 모습으로 청취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지, 그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있는지 김 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 방송사의 라디오 스튜디오. <녹취>“12시에 만납시다, 김정민입니다.” 여느 라디오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는 다른 방송사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 있습니다. 생방송 도중, 진행자가 청취자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즉석에서 사연이나 신청곡을 받는 것입니다. 이 방송사는 지난 4월,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레인보우 FM’을 선보이면서, 메신저와 같은 실시간 대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정민 (가수): "가깝기는 거의 친구 개념이에요. 굉장히 편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 연령별이나 서로의 세대 차이를 넘어 서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 스튜디오. 이곳에도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생방송이 나가는 동안 인터넷 라디오 플레이어를 통해 스튜디오 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이른바 ‘보이는 라디오’입니다. KBS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콩’이라는 인터넷 라디오를 이용하면 수도권 이외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깨끗한 음질로 8개 라디오 채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유열 (가수): "클릭해서 보고 있으면 여기 시카곱니다. 뉴욕입니다, 중국 어디서 듣고 있습니다. 예전에 상상할 수 없는 유럽이나 어디든지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음악앨범으로 달래고 있다… 그런 사연 받으면 그냥 무심코 지나치지 않으면 짜릿한 일이죠." 지난 3월 초 MBC의 ‘미니’를 필두로 KBS와 SBS, CBS, EBS 등 각 방송마다 인터넷 라디오 플레이어를 경쟁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청취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인터뷰>이민지 (경기 광명동): "어느 지방에서 들어도 잡음이나 소음이 없이 깨끗하게 들려서 좋고요." <인터뷰>김정환 (서울 남가좌동): "예전에 비해서 낭만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더욱 더 친밀감이 형성된 것 같아요." KBS와 CBS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팟 캐스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도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오디오 파일이나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라디오 프로그램을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단말기에 무료로 내려 받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지나 엽서로 사연을 보내고 방송 시간에 맞춰 라디오 수신기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은 이제 차츰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뷰>CBS (손근필 부장): "옛날 모내기 할 때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까? 이제 사무실에는 가지고 못갑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일터에서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역으로 말하면 라디오 확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라디오가 이렇게 변신을 꾀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뉴미디어 등 매체들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청취자들도 점점 더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상황에서 라디오가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체별 광고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라디오는 인터넷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3.5%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이상호 (KBS PD): "방송사 입장에서 매우 절박합니다. 청취 층이 엷어진 추세고,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죠. 와이브로 등 여러 가지 미디어가 등장한 와중에 사실 원조 유비쿼터스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오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었는데, 점점 더 경쟁하는 매체들이 생겨남으로써,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라디오가 대중 생활에서 밀려난 추셉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 방송사들은 디지털라디오에서 그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뉴미디어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료 서비스와 뛰어난 음질, 문자와 사진, 동영상 등 부가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FM방송은 4년 뒤인 오는 2010년이 돼야 디지털 전환이 가능한 상황인데다, 위성 DMB와 지상파 DMB가 이미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라디오방송 종사자들의 위기감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권윤혜 (EBS 팀장): "우리 라디오가 2010년 그 이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 놓고 100년 전에 하던 아날로그 방식대로 그대로 간다하는 것은 저희로서는 라디오가 서서히 사라지는 그 현장을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KBS와 서울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국민 생활시간 조사에서 라디오의 청취 시간이 5년 전보다 평균 6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에서는 90년대 중반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한 이후 10년 동안 라디오의 성장률이 다른 매체를 크게 압도하고 있습니다. 각 방송사들이 정부와는 별도로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이상호 (KBS PD): "문제는 주파수입니다. 정책적으로 주파수가 주어진다면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은 당장이라도 디지털 라디오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도연 (국민대 교수):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이 그런 판단을 해서 요구한 건 일리가 있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다만 라디오란 것이 전파를 이용한 매체이기에 주파수 사정이 어느 정도 허락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겠죠." 1927년 첫 라디오 방송 시작, 그리고 1966년 FM 스테레오 방송의 등장과 함께 지난 80년의 세월 동안 가장 친근한 매체로 국민들과 동고동락해온 라디오. 디지털 시대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청취자들에게 다가설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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