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의 꿈, 카지노

입력 2000.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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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려한 조명과 딜러들의 빠른 손놀림, 홍콩영화에서나 볼 듯한 카지노의 모습을 이제 실제로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아직 불법이지만 국내에서도 이 한 곳에서 만큼은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한때 탄광도시로 유명했던 강원도 정선군에 들어선 내국인용 카지노, 출동투데이, 오늘은 한경택 프로듀서가 이달 말 개장을 앞둔 이 카지노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원도 정선군 해발 1100m 고지에 세워진 한 호텔.
호텔에 들어서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
블랙잭부터 룰렛과 슬롯머신까지 약 500여 대의 게임기를 갖춰놓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게임기가 빼곡히 늘어선 주게임장, 곳곳에서 게임을 즐기는 바쁜 손놀림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실제 영업이 아니라 호텔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영업의 모습입니다.
가상고객에게는 약 500만원 가량의 게임비용이 지급됩니다.
이 돈으로 가상게임을 해보며 카지노 개장 등 최종점검을 하는 것입니다.
가상게임이지만 고객들은 마치 실제인 듯 진지하게 게임에 몰두합니다.
⊙석원영(카지노 호텔 직원): 자기가 베팅하는데 맞는 쪽,호쾌한 감도 있고...
⊙기자: 카지노의 꽃이라면 역시 딜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딜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현재 이곳에는 132명의 딜러들이 손님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곳의 딜러들은 지난 4월부터 6개월 이상 매일 훈련을 해 온 정예딜러들.
하지만 손님을 맞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긴장 때문에 실수하는 일도 없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너만 보면 어떻게 해 손님도 보여줘야지 빨리 보여줘.
⊙정대명(26살/딜러): 저희끼리 하다가 진짜 손님을 맞이하니까 긴장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땀이 다 나구요, 장난 아닙니다.
⊙기자: 오는 10월 28일 개장을 앞두고 이 카지노가 예상하는 이용객수는 하루 2000여 명.
연 매출액도 10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성패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외지인이 찾아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김광식((주)강원랜드 대표): 저희 카지노 사업은 국내 유일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사업장입니다.
그래서 그간에 외국으로 가서 카지노를 하시는 분들이 저희 사업장으로 흡수가 될 것이고...
⊙기자: 현행법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95년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기 때문입니다.
폐광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지역 주민들에게 카지노는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황창식(62살/주민): 남들이 다 안하려는 핵폐기물이라도 유치하려다 보니까 그것도 안된다, 하다 못 해 쓰레기장이라도 유치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된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으로 생존권 차원에서 이 카지노밖에 없지 않느냐...
⊙기자: 카지노 건설 이후 지역주민들에게는 탄광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이 지역 광부의 아들인 이용환 씨는 딜러로 취직했습니다.
딜러중에 30%는 이 씨처럼 이 지역 출신입니다.
딜러 뿐 아니라 주방, 청소부터 경비용역에 이르기까지 카지노와 호텔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주민들이 진출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호텔과 카지노의 용역을 강원 남부 주민주식회사에서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이 지역 주민의 79%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송계호(강원남부 주민주식회사 대표): 우선 광산근로자들이나 산업재해를 입었던 자녀들도 있구요, 그 지역의 실업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실업자들, 이런 분들을 우선 고용을 해서...
⊙기자: 카지노의 등장은 이렇게 새로운 고용창출 뿐 아니라 탄광 폐쇄 이후 폐허처럼 변해 가던 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떠나 텅 비었던 도시 곳곳은 이제 매일 도로정비와 건설공사로 생기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카지노에 오는 고객들을 위해 마을길을 다듬는 주민들, 폐광 이후 어둡기만 했던 주민들의 표정도 이제는 앞날에 대한 기대로 밝기만 합니다.
⊙신달선(62살/주민): 카지노 들어오면 아무래도 주민들이 살기가 낫지요.
여기에 검은 땅이 이제 흰 땅이 되니까 저희들이 너무 즐거워요.
⊙기자: 하지만 국내 최초로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카지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성희직(강원도 도의원): 여러가지 사회적 파장도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만든 카지노가 지역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주민들이 도박 중독증에 빠지지 않도록 거기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될 것이고...
⊙기자: 폐광 이후 침체되어 있던 이 지역에 카지노의 등장은 지역주민 전체의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과연 카지노사업이 지역경제를 되살릴 모범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KBS뉴스 한경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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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광촌의 꿈, 카지노
    • 입력 2000-10-11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화려한 조명과 딜러들의 빠른 손놀림, 홍콩영화에서나 볼 듯한 카지노의 모습을 이제 실제로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아직 불법이지만 국내에서도 이 한 곳에서 만큼은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한때 탄광도시로 유명했던 강원도 정선군에 들어선 내국인용 카지노, 출동투데이, 오늘은 한경택 프로듀서가 이달 말 개장을 앞둔 이 카지노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원도 정선군 해발 1100m 고지에 세워진 한 호텔. 호텔에 들어서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 블랙잭부터 룰렛과 슬롯머신까지 약 500여 대의 게임기를 갖춰놓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게임기가 빼곡히 늘어선 주게임장, 곳곳에서 게임을 즐기는 바쁜 손놀림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실제 영업이 아니라 호텔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영업의 모습입니다. 가상고객에게는 약 500만원 가량의 게임비용이 지급됩니다. 이 돈으로 가상게임을 해보며 카지노 개장 등 최종점검을 하는 것입니다. 가상게임이지만 고객들은 마치 실제인 듯 진지하게 게임에 몰두합니다. ⊙석원영(카지노 호텔 직원): 자기가 베팅하는데 맞는 쪽,호쾌한 감도 있고... ⊙기자: 카지노의 꽃이라면 역시 딜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딜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현재 이곳에는 132명의 딜러들이 손님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곳의 딜러들은 지난 4월부터 6개월 이상 매일 훈련을 해 온 정예딜러들. 하지만 손님을 맞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긴장 때문에 실수하는 일도 없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너만 보면 어떻게 해 손님도 보여줘야지 빨리 보여줘. ⊙정대명(26살/딜러): 저희끼리 하다가 진짜 손님을 맞이하니까 긴장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땀이 다 나구요, 장난 아닙니다. ⊙기자: 오는 10월 28일 개장을 앞두고 이 카지노가 예상하는 이용객수는 하루 2000여 명. 연 매출액도 10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성패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외지인이 찾아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김광식((주)강원랜드 대표): 저희 카지노 사업은 국내 유일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사업장입니다. 그래서 그간에 외국으로 가서 카지노를 하시는 분들이 저희 사업장으로 흡수가 될 것이고... ⊙기자: 현행법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95년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기 때문입니다. 폐광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지역 주민들에게 카지노는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황창식(62살/주민): 남들이 다 안하려는 핵폐기물이라도 유치하려다 보니까 그것도 안된다, 하다 못 해 쓰레기장이라도 유치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된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으로 생존권 차원에서 이 카지노밖에 없지 않느냐... ⊙기자: 카지노 건설 이후 지역주민들에게는 탄광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이 지역 광부의 아들인 이용환 씨는 딜러로 취직했습니다. 딜러중에 30%는 이 씨처럼 이 지역 출신입니다. 딜러 뿐 아니라 주방, 청소부터 경비용역에 이르기까지 카지노와 호텔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주민들이 진출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호텔과 카지노의 용역을 강원 남부 주민주식회사에서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이 지역 주민의 79%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송계호(강원남부 주민주식회사 대표): 우선 광산근로자들이나 산업재해를 입었던 자녀들도 있구요, 그 지역의 실업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실업자들, 이런 분들을 우선 고용을 해서... ⊙기자: 카지노의 등장은 이렇게 새로운 고용창출 뿐 아니라 탄광 폐쇄 이후 폐허처럼 변해 가던 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떠나 텅 비었던 도시 곳곳은 이제 매일 도로정비와 건설공사로 생기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카지노에 오는 고객들을 위해 마을길을 다듬는 주민들, 폐광 이후 어둡기만 했던 주민들의 표정도 이제는 앞날에 대한 기대로 밝기만 합니다. ⊙신달선(62살/주민): 카지노 들어오면 아무래도 주민들이 살기가 낫지요. 여기에 검은 땅이 이제 흰 땅이 되니까 저희들이 너무 즐거워요. ⊙기자: 하지만 국내 최초로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카지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성희직(강원도 도의원): 여러가지 사회적 파장도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만든 카지노가 지역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주민들이 도박 중독증에 빠지지 않도록 거기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될 것이고... ⊙기자: 폐광 이후 침체되어 있던 이 지역에 카지노의 등장은 지역주민 전체의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과연 카지노사업이 지역경제를 되살릴 모범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KBS뉴스 한경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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