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진 진실, 비망록에 기대

입력 2006.10.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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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두환 군사 정권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최규하 전대통령이 이승에서 말하지 못한 역사의 진실을 과연 비망록으로 남겼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은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006년 10월 26일, 최규하 전 대통령이 영면의 땅에 묻힌 날.

서울의 현충원에서는 고인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27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녹취> 박근혜: "박정희 전 대통령 장녀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제가 참석을 못하죠, 여기 겹쳐서. 그러나 여기서도 애도하고 있습니다."

군사 정권 탄생의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떠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의 국정을 증언하면 나쁜 선례가 된다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기창 (최 전 대통령 변호사): "비난의 화살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덕목."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망록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고인이 못다한 말을 글로 남겼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두환 (전 대통령): "물론 비망록은 가지고 계실 거고. 비망록 형식이 되든 회고록 형식이 되든 아마 세상에 이것이 발표되지 않겠습니까."

정식 회고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기 수준의 기록은 남겼을 거라는 겁니다.

<인터뷰> 최흥순 (최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성격이 꼼꼼하시고 기록을 잘 하시는데, 기록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런 짐작을 얘기하는 거지."

기록이 있다면 취임 여덟 달 만에 대통령에서 물러나기까지 누가, 어떤 식으로 압력을 넣고 회유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녹취> 최규하 (전 대통령): "나는 오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헌법 규정에 의거한 대통령 권한대행권자에게 정부를 이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2.12 쿠데타 때 신군부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하면서 대통령의 체포재가서 여부에 대한 의문.

5.18 당시 비상계엄을 확대하기 위한 신군부의 강압행위 여부.

광주 지역에 발포 명령을 허가한 경위 등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들은 비망록의 존재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최윤홍 (최 전 대통령 장남): "회고록을 쓰시고 그런 것 없었고, 단지 국정에 참여하셨던 거니까 메모같은 것이 생활화돼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정동년 (12ㆍ12, 5ㆍ18 수사 기록 검증위원장): "가족들이 혹시 비망록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 앞에 공개해서 역사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침묵 속에 묻혔던 현대사의 의혹들이 늦게나마 비망록을 통해 밝혀지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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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묻혀진 진실, 비망록에 기대
    • 입력 2006-10-26 21:17:30
    뉴스 9
<앵커 멘트> 전두환 군사 정권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최규하 전대통령이 이승에서 말하지 못한 역사의 진실을 과연 비망록으로 남겼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은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2006년 10월 26일, 최규하 전 대통령이 영면의 땅에 묻힌 날. 서울의 현충원에서는 고인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27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녹취> 박근혜: "박정희 전 대통령 장녀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제가 참석을 못하죠, 여기 겹쳐서. 그러나 여기서도 애도하고 있습니다." 군사 정권 탄생의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떠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의 국정을 증언하면 나쁜 선례가 된다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기창 (최 전 대통령 변호사): "비난의 화살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덕목."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망록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고인이 못다한 말을 글로 남겼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두환 (전 대통령): "물론 비망록은 가지고 계실 거고. 비망록 형식이 되든 회고록 형식이 되든 아마 세상에 이것이 발표되지 않겠습니까." 정식 회고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기 수준의 기록은 남겼을 거라는 겁니다. <인터뷰> 최흥순 (최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성격이 꼼꼼하시고 기록을 잘 하시는데, 기록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런 짐작을 얘기하는 거지." 기록이 있다면 취임 여덟 달 만에 대통령에서 물러나기까지 누가, 어떤 식으로 압력을 넣고 회유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녹취> 최규하 (전 대통령): "나는 오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헌법 규정에 의거한 대통령 권한대행권자에게 정부를 이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2.12 쿠데타 때 신군부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하면서 대통령의 체포재가서 여부에 대한 의문. 5.18 당시 비상계엄을 확대하기 위한 신군부의 강압행위 여부. 광주 지역에 발포 명령을 허가한 경위 등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들은 비망록의 존재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최윤홍 (최 전 대통령 장남): "회고록을 쓰시고 그런 것 없었고, 단지 국정에 참여하셨던 거니까 메모같은 것이 생활화돼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정동년 (12ㆍ12, 5ㆍ18 수사 기록 검증위원장): "가족들이 혹시 비망록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 앞에 공개해서 역사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침묵 속에 묻혔던 현대사의 의혹들이 늦게나마 비망록을 통해 밝혀지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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