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3년째 되풀이

입력 2000.10.19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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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젯밤 사고는 인천 호프집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만에 또 되풀이된 참사였습니다.
불이 난 지하 유흥주점의 비상구는 있으나마나한 엉터리였고 화재경보기 또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엄경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하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자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실내를 뒤덮었습니다.
주점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20명은 곧바로 탈출구를 찾아 헤맸으나 비상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상구를 찾지 못해 숨진 7명은 모두 같은 방의 안과 밖에서 발견됐습니다.
⊙유흥주점 종업원: 남자손님이 거기가 출구인 줄 알고 들어갔어요.
거기는 아가씨 대기실이예요.
⊙기자: 출구쪽에서 불이 나자 반대편으로 탈출구를 찾았으나 대기실을 비상구로 잘못 알고 들어가 빠져 나오지 못한 것입니다.
이 유흥주점에 설치된 비상구는 어처구니 없게도 화장실을 통해야만 탈출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인 이 비상구는 평소에도 어두워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셔터마저 내려져 있었습니다.
⊙유흥주점 종업원: 후문 쪽이 비상구가 아니고 다른 단란주점하고 연결되는데 평소엔 잠겨 있어요.
⊙기자: 더구나 불이 났다는 것도 연기가 자욱하게 퍼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실내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전혀 울리지 않은 것입니다.
⊙성남소방서 소방관: (화재)경보스위치가 차단돼 있습니다.
그게 내려져 작동하지 않는 거죠.
⊙기자: 설마 불이 날까 하는 생각에 일부러 화재 경보 스위치를 내려놓고 건물 내부의 설비공사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허술한 유흥주점이 소방점검을 받은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성남소방서 소방관: 유도등이 불량해서 시정했고, 나머지는 특이(이상) 사항이 없어요.
⊙기자: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소방 점검을 받지 않았고 소방법마저 완화돼 2년에 한 번만 받으면 그뿐입니다.
이 예고된 참사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인천 호프집 참사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좁은 실내 공간에서 비상구마저 없었고 내부수리를 위해 사용하던 시너와 페인트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55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2년 전인 지난 98년 성남 호프집 화재에서도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실내에서 비상구를 찾지 못해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이 발표됐지만 아무 것도 고쳐지지 않은 헛구호에 그쳤고 예고된 참사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엄경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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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고된 참사 3년째 되풀이
    • 입력 2000-10-19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어젯밤 사고는 인천 호프집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만에 또 되풀이된 참사였습니다. 불이 난 지하 유흥주점의 비상구는 있으나마나한 엉터리였고 화재경보기 또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엄경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하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자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실내를 뒤덮었습니다. 주점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20명은 곧바로 탈출구를 찾아 헤맸으나 비상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상구를 찾지 못해 숨진 7명은 모두 같은 방의 안과 밖에서 발견됐습니다. ⊙유흥주점 종업원: 남자손님이 거기가 출구인 줄 알고 들어갔어요. 거기는 아가씨 대기실이예요. ⊙기자: 출구쪽에서 불이 나자 반대편으로 탈출구를 찾았으나 대기실을 비상구로 잘못 알고 들어가 빠져 나오지 못한 것입니다. 이 유흥주점에 설치된 비상구는 어처구니 없게도 화장실을 통해야만 탈출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인 이 비상구는 평소에도 어두워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셔터마저 내려져 있었습니다. ⊙유흥주점 종업원: 후문 쪽이 비상구가 아니고 다른 단란주점하고 연결되는데 평소엔 잠겨 있어요. ⊙기자: 더구나 불이 났다는 것도 연기가 자욱하게 퍼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실내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전혀 울리지 않은 것입니다. ⊙성남소방서 소방관: (화재)경보스위치가 차단돼 있습니다. 그게 내려져 작동하지 않는 거죠. ⊙기자: 설마 불이 날까 하는 생각에 일부러 화재 경보 스위치를 내려놓고 건물 내부의 설비공사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허술한 유흥주점이 소방점검을 받은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성남소방서 소방관: 유도등이 불량해서 시정했고, 나머지는 특이(이상) 사항이 없어요. ⊙기자: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소방 점검을 받지 않았고 소방법마저 완화돼 2년에 한 번만 받으면 그뿐입니다. 이 예고된 참사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인천 호프집 참사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좁은 실내 공간에서 비상구마저 없었고 내부수리를 위해 사용하던 시너와 페인트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55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리고 2년 전인 지난 98년 성남 호프집 화재에서도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실내에서 비상구를 찾지 못해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이 발표됐지만 아무 것도 고쳐지지 않은 헛구호에 그쳤고 예고된 참사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엄경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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