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최대 사기 다단계 ‘제이유’

입력 2006.12.06 (22:25) 수정 2006.12.06 (22: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제이유 사건은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상 최대규모의 사기 사건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많은 피해자들은 과연 어떻게 다단계 판매의 덫에 빠지게 됐을까요?
이번 사건의 본질과 파장을 위재천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직 건설업체 간부였던 50살 양종환 씨는 지난 2004년 제이유에 5억 원을 투자했다 모두 잃었습니다.

살 길이 막막하다보니 두 자녀의 학업도 중단시켜야 했습니다.

<인터뷰>양종환(제이유 피해자) : "애들이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걸 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삯바느질하며 모은 돈 1억 5천여 만 원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김 모 씨,

<녹취>김모씨(제이유 피해자) : "눈을 감으면 뜨기 싫었어요. 이대로 눈 감으면 세상도 좋겠다. 살기 싫다 이거죠. 희망이 없다..."

이같은 피해자 35만 명, 추정 피해금액 4조원 대.

제이유 그룹의 시작은 지난 99년 주수도 회장이 세운 다단계 판매회사 '제이유네트워크'였습니다.

70년대 영어 학원강사로 명성을 날렸던 주회장은 한때 정치권과 사업계를 넘나들며 실패를 거듭하다 제이유네트워크를 설립해 불과 몇 년만에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최대 다단계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① 공유마케팅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공유마케팅이라는 기법이 있었습니다.

물품을 사면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해준 뒤 포인트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체곕니다.

끊임 없이 회원을 끌어들이고 관리해야만하는 기존 다단계와 달리 물건만 사면 수당이 지급되는 간편한 방식이라 호응이 컸습니다.

<녹취>제이유 피해자 : "절대 다른 다단계처럼 사람을 소개하지 않아도 자기가 상품만 구매하면 소득으로 돌아온다고 얘기했어요."

제이유가 약속한 수당은 물건 값의 최고 1.5배, 하지만 이것은 환상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대학 연구팀이 '공유마케팅'이론을 적용해 본 결과 1.5배의 수당을 받아 챙긴 사람들은 전체의 1.5% 뿐이었습니다.

<인터뷰>이경엽(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 "회원수가 많아지면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눠가지려는 수가 더 많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일인당 배당이 갈수록 적어지죠"

그런데도 피해자들은 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까?

② 인질 마케팅

공유마케팅이 포화상태에 빠지자 제이유그룹은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 가입자들에게 또 다른 판매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니 먼저 가입하면 더 많은 수당을 빨리 받을 수 있다며 재투자를 권유했습니다.

<녹취>이모씨(제이유 피해자) : "3개월 정도 되면 다른 마케팅을 짜요. 여기 마케팅으로 가 줘야지 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러면 이 돈을 받기 위해서는 또 가는거예요."

③ 권력 마케팅

그럼에도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을 가입시킨 힘은 유력인사들.

전현직 경찰간부와 청와대 고위인사, 전직 국회의원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자문위원이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들의 의심을 불식시켰습니다.

<녹취>제이유 피해자 :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들이라는 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데 설마..."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피해자 모임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올 3월엔 군산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흘려 계열사 주가를 급등시킨 혐의와 수당 초과 지급, 유사 수신행위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이유그룹과 주 회장에 대한 직권 조사에 나서면서 제이유 신화는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제이유 피해자 : "주수도 회장이 다른 사람의 조언도 듣지 않고 교만이 극치를 이뤘어요. '까불지마, 이렇게 잘 되는데 네가 왜 까불어' 2004년도에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지난 4월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석달만에 주 회장이 구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 회장이 2천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백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정원 보고서가 공개돼 제이유를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져나갔습니다.

지난 달부터 검찰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검찰, 경찰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제이유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조금씩 확인되면서 제이유 사건은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위재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최대 사기 다단계 ‘제이유’
    • 입력 2006-12-06 21:16:11
    • 수정2006-12-06 22:48:42
    뉴스 9
<앵커 멘트> 제이유 사건은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상 최대규모의 사기 사건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많은 피해자들은 과연 어떻게 다단계 판매의 덫에 빠지게 됐을까요? 이번 사건의 본질과 파장을 위재천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직 건설업체 간부였던 50살 양종환 씨는 지난 2004년 제이유에 5억 원을 투자했다 모두 잃었습니다. 살 길이 막막하다보니 두 자녀의 학업도 중단시켜야 했습니다. <인터뷰>양종환(제이유 피해자) : "애들이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걸 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삯바느질하며 모은 돈 1억 5천여 만 원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김 모 씨, <녹취>김모씨(제이유 피해자) : "눈을 감으면 뜨기 싫었어요. 이대로 눈 감으면 세상도 좋겠다. 살기 싫다 이거죠. 희망이 없다..." 이같은 피해자 35만 명, 추정 피해금액 4조원 대. 제이유 그룹의 시작은 지난 99년 주수도 회장이 세운 다단계 판매회사 '제이유네트워크'였습니다. 70년대 영어 학원강사로 명성을 날렸던 주회장은 한때 정치권과 사업계를 넘나들며 실패를 거듭하다 제이유네트워크를 설립해 불과 몇 년만에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최대 다단계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① 공유마케팅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공유마케팅이라는 기법이 있었습니다. 물품을 사면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해준 뒤 포인트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체곕니다. 끊임 없이 회원을 끌어들이고 관리해야만하는 기존 다단계와 달리 물건만 사면 수당이 지급되는 간편한 방식이라 호응이 컸습니다. <녹취>제이유 피해자 : "절대 다른 다단계처럼 사람을 소개하지 않아도 자기가 상품만 구매하면 소득으로 돌아온다고 얘기했어요." 제이유가 약속한 수당은 물건 값의 최고 1.5배, 하지만 이것은 환상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대학 연구팀이 '공유마케팅'이론을 적용해 본 결과 1.5배의 수당을 받아 챙긴 사람들은 전체의 1.5% 뿐이었습니다. <인터뷰>이경엽(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 "회원수가 많아지면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눠가지려는 수가 더 많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일인당 배당이 갈수록 적어지죠" 그런데도 피해자들은 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까? ② 인질 마케팅 공유마케팅이 포화상태에 빠지자 제이유그룹은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 가입자들에게 또 다른 판매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니 먼저 가입하면 더 많은 수당을 빨리 받을 수 있다며 재투자를 권유했습니다. <녹취>이모씨(제이유 피해자) : "3개월 정도 되면 다른 마케팅을 짜요. 여기 마케팅으로 가 줘야지 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러면 이 돈을 받기 위해서는 또 가는거예요." ③ 권력 마케팅 그럼에도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을 가입시킨 힘은 유력인사들. 전현직 경찰간부와 청와대 고위인사, 전직 국회의원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자문위원이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들의 의심을 불식시켰습니다. <녹취>제이유 피해자 :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들이라는 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데 설마..."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피해자 모임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올 3월엔 군산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흘려 계열사 주가를 급등시킨 혐의와 수당 초과 지급, 유사 수신행위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이유그룹과 주 회장에 대한 직권 조사에 나서면서 제이유 신화는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제이유 피해자 : "주수도 회장이 다른 사람의 조언도 듣지 않고 교만이 극치를 이뤘어요. '까불지마, 이렇게 잘 되는데 네가 왜 까불어' 2004년도에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지난 4월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석달만에 주 회장이 구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 회장이 2천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백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정원 보고서가 공개돼 제이유를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져나갔습니다. 지난 달부터 검찰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검찰, 경찰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제이유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조금씩 확인되면서 제이유 사건은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위재천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