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에서 ‘발암 물질’ 위험

입력 2006.12.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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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 인조잔디에 탄력을 주기 위해 뿌려지는 고무칩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가 한창인 한 인조잔디구장, 구장 주변에서 검은 고무알갱이들이 수도 없이 발견됩니다.

경기중에도 고무 가루가 계속 튀어오릅니다.

<인터뷰>주형종(축구동호회 회원) : "밑으로 많이 붙는다고 봐야죠. 슬라이딩 같은 것 하고,뭐 넘어지고 하면 땀이 나니까."

<인터뷰>고등학교 축구 감독 : "(여름에는)타이어 타는 냄새가 굉장히 많이 올라와요. 아이들 몸에도 많이 붙어서 위생적으로 많이 안 좋고..."

이 검은 고무는 폐타이어 등 폐고무를 잘게 부숴 만든 것으로, 인조잔디에 천연잔디 같은 탄력을 주기 위해서 뿌려지는 충전잽니다.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의 한 축구클럽, 이 클럽 구장에는 고무가 아니라 흙과 코르크를 섞은 충전재가 사용됐습니다.

이탈리아 아마추어 축구협회는 올해부터 이 구장처럼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고무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폐타이어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11개 구장 고무칩을 샘플 조사한 결과 IPA라는 물질이 토양 기준치보다 수십 배가 넘게 검출됐습니다.

<인터뷰>비네티 박사(고등의학연구소) : "IPA는 동물 실험 결과 폐암과 피부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베르나(이탈리아 인조잔디특별위원회 위원장) : "인조잔디에서 뛰면서 고무칩 먼지가 인체에 흡입된다. 문제는 양이고 얼마나 흡입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스웨덴 국립화학연구원가 펴낸 공식 문서에도 폐타이어 고무는 대체 물질로 바뀌어야 하고,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인조잔디는 어떨까?

인조잔디 구장 두 곳에서 고무칩 샘플을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역시 발암물질이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전국 400여 개 학교에 인조잔디를 깔 계획입니다.

<인터뷰>유지곤 박사(한국체육과학연구원) : "운동공간에서 사용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그런 건강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매우 절실히 필요하다고 불 수 있겠죠."

물론 아직 폐고무칩에 든 발암물질들이 인체에 직접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검증과 기준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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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조잔디에서 ‘발암 물질’ 위험
    • 입력 2006-12-10 21:09:45
    뉴스 9
<앵커 멘트> 정부가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 인조잔디에 탄력을 주기 위해 뿌려지는 고무칩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가 한창인 한 인조잔디구장, 구장 주변에서 검은 고무알갱이들이 수도 없이 발견됩니다. 경기중에도 고무 가루가 계속 튀어오릅니다. <인터뷰>주형종(축구동호회 회원) : "밑으로 많이 붙는다고 봐야죠. 슬라이딩 같은 것 하고,뭐 넘어지고 하면 땀이 나니까." <인터뷰>고등학교 축구 감독 : "(여름에는)타이어 타는 냄새가 굉장히 많이 올라와요. 아이들 몸에도 많이 붙어서 위생적으로 많이 안 좋고..." 이 검은 고무는 폐타이어 등 폐고무를 잘게 부숴 만든 것으로, 인조잔디에 천연잔디 같은 탄력을 주기 위해서 뿌려지는 충전잽니다.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의 한 축구클럽, 이 클럽 구장에는 고무가 아니라 흙과 코르크를 섞은 충전재가 사용됐습니다. 이탈리아 아마추어 축구협회는 올해부터 이 구장처럼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고무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폐타이어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11개 구장 고무칩을 샘플 조사한 결과 IPA라는 물질이 토양 기준치보다 수십 배가 넘게 검출됐습니다. <인터뷰>비네티 박사(고등의학연구소) : "IPA는 동물 실험 결과 폐암과 피부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베르나(이탈리아 인조잔디특별위원회 위원장) : "인조잔디에서 뛰면서 고무칩 먼지가 인체에 흡입된다. 문제는 양이고 얼마나 흡입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스웨덴 국립화학연구원가 펴낸 공식 문서에도 폐타이어 고무는 대체 물질로 바뀌어야 하고,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인조잔디는 어떨까? 인조잔디 구장 두 곳에서 고무칩 샘플을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역시 발암물질이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전국 400여 개 학교에 인조잔디를 깔 계획입니다. <인터뷰>유지곤 박사(한국체육과학연구원) : "운동공간에서 사용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그런 건강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매우 절실히 필요하다고 불 수 있겠죠." 물론 아직 폐고무칩에 든 발암물질들이 인체에 직접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검증과 기준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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