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현장] 휘청거리는 연말 ‘술과의 전쟁’

입력 2006.12.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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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늦은 밤이면 차도나 인도를 가득 메우는 취객들의 모습입니다.

연말이 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이같은 추태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데요.

뉴스 현장의 이경진 기자가 대한민국의 휘청거리는 연말 풍경을 돌아봤습니다.

적당히 좀 드셨으면 하는 생각도 있는데 현장 나가보니 어떻던가요?

<리포트>

화려한 간판들이 빽빽한 서울의 한 유흥가.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연말이 다가올 수 록 이 곳의 간판들은 오히려 더 화려해집니다.

<인터뷰> 포장마차 주인 : "(장사하시다 본 광경 중에 ‘아 저건 꼴불견이다’ 그런 것 있었어요?) 수두룩하지요. 수두룩하지요. 우리는 엄마니까, 여자 아가씨들이 술 만취돼 가지고 들쳐 업혀 가는 것이 제일 걱정스럽지요. 뭐."

부축을 받고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 취객부터. 길거리에서 구토하는 사람까지. 이맘때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달라지는 송년 문화로 요즘 술자리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경찰에는 하루 10건 이상의 음주 노숙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음주 노숙자. 바로 과음하고 길거리에서 잠들어 버리는 사람들인데요. 거리에 주저 앉아버린 이 중년 남성. 도대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음> 취객 : "내가 일어나고, 내가 갈 거야. 그래, 가요 가."

<현장음> 취객 : "(집에 가시는 길이세요? 날도 추운데 여기 계속 앉아 있으면 어떡해요? 안 추우세요?)" 이 멍청한 바보가 앉아가지고... "

연말모임과 함께 손님이 느는 곳은 유흥업소만이 아닙니다.

<현장음> 취객 : "본인은 2006년 12월 YMCA 앞 노상에서 체포, 없어 없잖아."

지구대에 잡혀온 이 젊은 취객은 혀가 꼬인 소리로 자신의 조서를 장난스레 읽어 내려갑니다.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고 집으로 가다 도로로 뛰어들어 버스를 세운 이 취객.

다짜고짜 버스 유리창을 깨뜨린 자신의 잘못은 잊은 듯 한데요.

<현장음> 취객 : "난 안가, 안가."

경찰서로는 안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텨 경찰관 3명이 달려들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차량 운전기사 : "발로 걷어찼어요. 뭐 이유가 따로 있겠어요. 술 먹고서는 막~ 세상 탓이겠지요."

<현장음> 경찰관 : "가족한테 연락해 드릴 테니까 들어가세요."

퇴근길에 술자리가 지나쳤던 이 중년 남성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위험스럽게 도로변에 서 있다 경찰에게 발견됐습니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집으로 가려고만 하는 이 취객은 그나마 얌전한 편에 속합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에, 욕까지.

<현장음> 취객 : "저 00 누구야, 아니 저 00 누구야."

<현장음> 취객 : "야, 00 년아. 어디서 욕 00이야, 00을..."

도를 넘어선 아주머니 취객은 옷 벗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데요.

거기다 힘으로 맞서는 취객들 때문에 경찰이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장음> 취객 : "저한테 피해보상은 요구하세요. 그게 만약에 저로 인해서 다친 상태면 그리고 (경찰)아저씨 사진 찍어 놓으세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술자리 폭행 신고가 들어와 취재진이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가 봤는데요.

<현장음> 술집 주인 : "유리창 깨고 가버렸어요. (맞은 사람은?) 여기 있어요. 피가 얼마나 난지 몰라."

신고가 들어온 음식점의 유리창은 깨져 있고 한 손님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습 니다. 때린 사람은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현장음> "아저씨 제가요. 둘이 싸우고 있는데, 제가 말렸어요. 저의 일행이랑."

<현장음> 술집 주인 : "여기 도망간 사람이 다 두드려 깬 거예요. 이 유리 값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좋게 할라고... 일행을 다 저거(확인) 해야 돼요. "

연말을 맞아 인터넷 동호회원들이 만난 자리였는데요. 새로운 회원들과의 말다툼이 심한 몸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인터뷰> 취객 : "아까 왜 그랬냐하면 내가 좀 반발 비슷하게 했다가 반발도 아니고, 친한 사람처럼 얘기하다가, 그래서 삐져가지고."

<인터뷰> 경찰관 : "뭐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가지고, 평소보다 더 많다고 봐야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요. 그러니까 술과의 전쟁이 같아요. 술이 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말연시 ‘술 권하는 사회’. 심심찮게 벌어지는 취객들의 주먹다짐과 위험한 천태 만상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걱정이 앞서는데요. 적당 히 마시고 기분 좋게 일어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오죽했으면 경찰이 술이 없었으면 하고 말을 할까 싶은데 경찰들이 말하는 취객들의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구대 자기집 안방쯤으로 여기는 취객은 허다하고요.

대리운전 기사 불러놓고 정작 집을 기억하지 못해서 지구대까지 오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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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현장] 휘청거리는 연말 ‘술과의 전쟁’
    • 입력 2006-12-13 08: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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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늦은 밤이면 차도나 인도를 가득 메우는 취객들의 모습입니다. 연말이 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이같은 추태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데요. 뉴스 현장의 이경진 기자가 대한민국의 휘청거리는 연말 풍경을 돌아봤습니다. 적당히 좀 드셨으면 하는 생각도 있는데 현장 나가보니 어떻던가요? <리포트> 화려한 간판들이 빽빽한 서울의 한 유흥가.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연말이 다가올 수 록 이 곳의 간판들은 오히려 더 화려해집니다. <인터뷰> 포장마차 주인 : "(장사하시다 본 광경 중에 ‘아 저건 꼴불견이다’ 그런 것 있었어요?) 수두룩하지요. 수두룩하지요. 우리는 엄마니까, 여자 아가씨들이 술 만취돼 가지고 들쳐 업혀 가는 것이 제일 걱정스럽지요. 뭐." 부축을 받고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 취객부터. 길거리에서 구토하는 사람까지. 이맘때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달라지는 송년 문화로 요즘 술자리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경찰에는 하루 10건 이상의 음주 노숙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음주 노숙자. 바로 과음하고 길거리에서 잠들어 버리는 사람들인데요. 거리에 주저 앉아버린 이 중년 남성. 도대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음> 취객 : "내가 일어나고, 내가 갈 거야. 그래, 가요 가." <현장음> 취객 : "(집에 가시는 길이세요? 날도 추운데 여기 계속 앉아 있으면 어떡해요? 안 추우세요?)" 이 멍청한 바보가 앉아가지고... " 연말모임과 함께 손님이 느는 곳은 유흥업소만이 아닙니다. <현장음> 취객 : "본인은 2006년 12월 YMCA 앞 노상에서 체포, 없어 없잖아." 지구대에 잡혀온 이 젊은 취객은 혀가 꼬인 소리로 자신의 조서를 장난스레 읽어 내려갑니다.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고 집으로 가다 도로로 뛰어들어 버스를 세운 이 취객. 다짜고짜 버스 유리창을 깨뜨린 자신의 잘못은 잊은 듯 한데요. <현장음> 취객 : "난 안가, 안가." 경찰서로는 안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텨 경찰관 3명이 달려들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피해 차량 운전기사 : "발로 걷어찼어요. 뭐 이유가 따로 있겠어요. 술 먹고서는 막~ 세상 탓이겠지요." <현장음> 경찰관 : "가족한테 연락해 드릴 테니까 들어가세요." 퇴근길에 술자리가 지나쳤던 이 중년 남성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위험스럽게 도로변에 서 있다 경찰에게 발견됐습니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집으로 가려고만 하는 이 취객은 그나마 얌전한 편에 속합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에, 욕까지. <현장음> 취객 : "저 00 누구야, 아니 저 00 누구야." <현장음> 취객 : "야, 00 년아. 어디서 욕 00이야, 00을..." 도를 넘어선 아주머니 취객은 옷 벗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데요. 거기다 힘으로 맞서는 취객들 때문에 경찰이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장음> 취객 : "저한테 피해보상은 요구하세요. 그게 만약에 저로 인해서 다친 상태면 그리고 (경찰)아저씨 사진 찍어 놓으세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술자리 폭행 신고가 들어와 취재진이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가 봤는데요. <현장음> 술집 주인 : "유리창 깨고 가버렸어요. (맞은 사람은?) 여기 있어요. 피가 얼마나 난지 몰라." 신고가 들어온 음식점의 유리창은 깨져 있고 한 손님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습 니다. 때린 사람은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현장음> "아저씨 제가요. 둘이 싸우고 있는데, 제가 말렸어요. 저의 일행이랑." <현장음> 술집 주인 : "여기 도망간 사람이 다 두드려 깬 거예요. 이 유리 값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좋게 할라고... 일행을 다 저거(확인) 해야 돼요. " 연말을 맞아 인터넷 동호회원들이 만난 자리였는데요. 새로운 회원들과의 말다툼이 심한 몸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인터뷰> 취객 : "아까 왜 그랬냐하면 내가 좀 반발 비슷하게 했다가 반발도 아니고, 친한 사람처럼 얘기하다가, 그래서 삐져가지고." <인터뷰> 경찰관 : "뭐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가지고, 평소보다 더 많다고 봐야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요. 그러니까 술과의 전쟁이 같아요. 술이 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말연시 ‘술 권하는 사회’. 심심찮게 벌어지는 취객들의 주먹다짐과 위험한 천태 만상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걱정이 앞서는데요. 적당 히 마시고 기분 좋게 일어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오죽했으면 경찰이 술이 없었으면 하고 말을 할까 싶은데 경찰들이 말하는 취객들의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구대 자기집 안방쯤으로 여기는 취객은 허다하고요. 대리운전 기사 불러놓고 정작 집을 기억하지 못해서 지구대까지 오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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