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미래 없나

입력 2000.10.27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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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레바논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져서 결승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예선탈락에 이어서 한국 축구가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원인을 진단합니다.
송전헌 기자입니다.
⊙기자: 사우디의 알 메샬이 체력이 떨어진 우리 수비수를 제치고 잇따라 두 골을 성공시킵니다.
개인기없는 투지축구의 한계를 드러낸 우리나라가 사우디에 2:1로 무릎을 꿇고 40년 만에 우승꿈을 접는 순간입니다.
일본이 아시아 수준을 넘어섰다는 찬사 속에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큽니다.
⊙김광태: 뛰지를 못하고 갖고 놀더라구요, 사우디가.
잠 못 잔 게 후회되더라고요...
⊙기자: 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최근의 시드니 올림픽까지 한국축구가 벽에 부딪칠 때마다 지적된 고질병이 이번에도 문제였습니다.
이처럼 해묵은 병폐가 되풀이되는 것은 어린 선수부터 무조건 이기는 축구에 길들여져 기술향상을 외면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입니다.
⊙이원준(국민은행 축구선수): 어렸을 때부터 너무 승부욕에만 의존하다 보니까 이 선수를 죽여야 자기가 산다.
너무 강압적인 승부욕에서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자: 여기에 한국축구 행정이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역대 축구협회의 수장들의 치적을 위해 근시한적으로 운영되어 온 점도 문제입니다.
일본이 20년 가까이 유망 선수 해외유학을 추진하고 J리그에 세계적인 스타를 영입해 기술전수를 받는 등 세계 정상급 수준에 근접해 가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최경식(일본축구 전문가): 회장이 바뀔 때마다 축구의 기본적인 행정이 뿌리채 흔들리면서 지금 축구가 이렇게 답보상태에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기자: 또 작은 성공에 만족한 우수 선수가 인기만을 믿고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는 풍토 또한 고쳐야 할 대목입니다.
국내 무대에서 각광받던 선수가 정작 해외에서는 수준차를 실감해야 했다고 실토할 정도로 기술 발전이 늦습니다.
⊙이천수(청소년대표): 긴장도 많이 되고 잘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플레이 자체적으로 위축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선수가 갖고 있는 실력이 반도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비효율적으로 뛰기만 하는 한국 축구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 지도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근성만을 앞세운 축구에서 기술과 조직력을 한 단계씩 높여가는 미래형 한국축구 개발이 시급한 때입니다.
⊙이상철(울산대학 감독): 우리나라가 지금 제일 못 하는 부분이 1:1 개인 기술과 패스입니다.
그러면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지금부터라도 기본기에 충실한 청소년, 유소년 교육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아시아 최강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한국 축구가 다시 포효하기 위해서는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청사진과 2002년 월드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뉴스 송전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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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축구 미래 없나
    • 입력 2000-10-27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레바논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져서 결승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예선탈락에 이어서 한국 축구가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원인을 진단합니다. 송전헌 기자입니다. ⊙기자: 사우디의 알 메샬이 체력이 떨어진 우리 수비수를 제치고 잇따라 두 골을 성공시킵니다. 개인기없는 투지축구의 한계를 드러낸 우리나라가 사우디에 2:1로 무릎을 꿇고 40년 만에 우승꿈을 접는 순간입니다. 일본이 아시아 수준을 넘어섰다는 찬사 속에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큽니다. ⊙김광태: 뛰지를 못하고 갖고 놀더라구요, 사우디가. 잠 못 잔 게 후회되더라고요... ⊙기자: 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최근의 시드니 올림픽까지 한국축구가 벽에 부딪칠 때마다 지적된 고질병이 이번에도 문제였습니다. 이처럼 해묵은 병폐가 되풀이되는 것은 어린 선수부터 무조건 이기는 축구에 길들여져 기술향상을 외면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입니다. ⊙이원준(국민은행 축구선수): 어렸을 때부터 너무 승부욕에만 의존하다 보니까 이 선수를 죽여야 자기가 산다. 너무 강압적인 승부욕에서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자: 여기에 한국축구 행정이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역대 축구협회의 수장들의 치적을 위해 근시한적으로 운영되어 온 점도 문제입니다. 일본이 20년 가까이 유망 선수 해외유학을 추진하고 J리그에 세계적인 스타를 영입해 기술전수를 받는 등 세계 정상급 수준에 근접해 가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최경식(일본축구 전문가): 회장이 바뀔 때마다 축구의 기본적인 행정이 뿌리채 흔들리면서 지금 축구가 이렇게 답보상태에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기자: 또 작은 성공에 만족한 우수 선수가 인기만을 믿고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는 풍토 또한 고쳐야 할 대목입니다. 국내 무대에서 각광받던 선수가 정작 해외에서는 수준차를 실감해야 했다고 실토할 정도로 기술 발전이 늦습니다. ⊙이천수(청소년대표): 긴장도 많이 되고 잘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플레이 자체적으로 위축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선수가 갖고 있는 실력이 반도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비효율적으로 뛰기만 하는 한국 축구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 지도자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근성만을 앞세운 축구에서 기술과 조직력을 한 단계씩 높여가는 미래형 한국축구 개발이 시급한 때입니다. ⊙이상철(울산대학 감독): 우리나라가 지금 제일 못 하는 부분이 1:1 개인 기술과 패스입니다. 그러면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지금부터라도 기본기에 충실한 청소년, 유소년 교육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아시아 최강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한국 축구가 다시 포효하기 위해서는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청사진과 2002년 월드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뉴스 송전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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