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대안학교 10년 명암

입력 2006.12.21 (22:13) 수정 2006.12.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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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개성과 특기를 존중하고 살려준다는 대안학교가 등장한지 10년이 됐습니다.

그 수가 100여곳에 이릅니다.

오늘 심층취재는 대안학교의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이승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강화도 산자락에 자리 잡은 한 대안고등학교... 학생들이 손수레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한 뒤 야채 더미와 섞어 퇴비를 만듭니다.

학교 실습농지에 거름으로 쓸 퇴비입니다.

이같은 생태농업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 소중함과 노동의 가치를 직접 체험합니다.

<인터뷰>이주영 (고등학교 1학년): "제가 싫어하는 공부에 집착하지고 파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거 많이 할 수 있어 좋아요."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하는 이 학교 학생은 모두 47명, 10여명 교사가 일반교과 외에 문예창작과 국토기행 등 제도권 학교에 없는 특성화 과목들을 가르칩니다.

<인터뷰>윤영소 (산마을고등학교 교장): "대학을 가냐 안가냐는 부차적인 것이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냐 어떤 역할 기대에 부응할 것이냐를 고민하죠."

40명이 재학중인 한 대안초등학굡니다. 2년 전 인성교육을 해보겠다며 학부모 7명이 단독주택을 구입해 학교 문을 열었습니다.

연말 잔치무대를 앞두고 놀이극 연습에 열심인 어린이들 얼굴에서 공부에 찌들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조민강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자유롭게 누릴수 있게 교육을 하는데일반학교는 그런 것을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다만 학교시설이 열악하고 교사도 자격증이 없어 설립인가는 물론 정부지원도 없습니다.

때문에 입학금과 발전기금 5백만 원 외에 수업료까지 모두 학부모 부담이지만 교육과정만큼은 독창적입니다.

<인터뷰>정은미 (삼각산 재미난 학교 교사): "어떤 한 것도 실험해 볼 수 있고, 물론 그것이 실패로 갈지라도 실패를 딛고 다시 아이들과 갈 수 있고 아이들을 인정하면서..."

대안학교는 1997년 문을 연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를 시작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 100여 곳에 이릅니다.

<인터뷰>이호규 (대안고교 입학예정 학부모): "대안교육은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필요할때 찔러주고 고민해주고 그래서 필요하다 .. "

하지만 대안학교가 급증하면서 문제점도 적잖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시설과 환경이 열악한데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인터뷰>강원재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 "가르치고 배우는 일도 기술이 필요한데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일을 대안학교 교사들은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

교육방법이 실험적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실망해 제도권 교육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만 대안학교 실패 사례가 올 들어 30여 건이나 접수됐습니다.

<인터뷰>대안학교 실패 학부모: "기대는 좀 했죠, (그런데) 무기력 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공부는 안되지, 얘들이 전부 자기 편한 대로 움직이더군요. "

또 비싼 학비 때문에 일부는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학부모끼리 또는 학부모와 교사 간에 뜻이 맞지 않아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실패의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는 점, 학생의 장래를 감안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이윱니다.

<인터뷰>정광필 (분당 이우학교 교장): "대안학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닙니다. 학교마다 다양하고 특성이 있는데 특성에 맞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설립인가를 받은 28곳의 대안학교 재학생은 2천여 명, 비인가 학교 재학생도 3천 명이 넘습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설립인가 문턱을 낮추고 재정지원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상당수 대안학교는 본래 취지가 훼손된다며 제도권 내 진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 교육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시해 공교육 활성화의 자극제가 될 때 우리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KBS 뉴스 이승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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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대안학교 10년 명암
    • 입력 2006-12-21 21:24:56
    • 수정2006-12-21 22: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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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개성과 특기를 존중하고 살려준다는 대안학교가 등장한지 10년이 됐습니다. 그 수가 100여곳에 이릅니다. 오늘 심층취재는 대안학교의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이승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강화도 산자락에 자리 잡은 한 대안고등학교... 학생들이 손수레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한 뒤 야채 더미와 섞어 퇴비를 만듭니다. 학교 실습농지에 거름으로 쓸 퇴비입니다. 이같은 생태농업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 소중함과 노동의 가치를 직접 체험합니다. <인터뷰>이주영 (고등학교 1학년): "제가 싫어하는 공부에 집착하지고 파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거 많이 할 수 있어 좋아요."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하는 이 학교 학생은 모두 47명, 10여명 교사가 일반교과 외에 문예창작과 국토기행 등 제도권 학교에 없는 특성화 과목들을 가르칩니다. <인터뷰>윤영소 (산마을고등학교 교장): "대학을 가냐 안가냐는 부차적인 것이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냐 어떤 역할 기대에 부응할 것이냐를 고민하죠." 40명이 재학중인 한 대안초등학굡니다. 2년 전 인성교육을 해보겠다며 학부모 7명이 단독주택을 구입해 학교 문을 열었습니다. 연말 잔치무대를 앞두고 놀이극 연습에 열심인 어린이들 얼굴에서 공부에 찌들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조민강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자유롭게 누릴수 있게 교육을 하는데일반학교는 그런 것을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다만 학교시설이 열악하고 교사도 자격증이 없어 설립인가는 물론 정부지원도 없습니다. 때문에 입학금과 발전기금 5백만 원 외에 수업료까지 모두 학부모 부담이지만 교육과정만큼은 독창적입니다. <인터뷰>정은미 (삼각산 재미난 학교 교사): "어떤 한 것도 실험해 볼 수 있고, 물론 그것이 실패로 갈지라도 실패를 딛고 다시 아이들과 갈 수 있고 아이들을 인정하면서..." 대안학교는 1997년 문을 연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를 시작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 100여 곳에 이릅니다. <인터뷰>이호규 (대안고교 입학예정 학부모): "대안교육은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필요할때 찔러주고 고민해주고 그래서 필요하다 .. " 하지만 대안학교가 급증하면서 문제점도 적잖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시설과 환경이 열악한데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인터뷰>강원재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 "가르치고 배우는 일도 기술이 필요한데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일을 대안학교 교사들은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 교육방법이 실험적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실망해 제도권 교육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만 대안학교 실패 사례가 올 들어 30여 건이나 접수됐습니다. <인터뷰>대안학교 실패 학부모: "기대는 좀 했죠, (그런데) 무기력 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공부는 안되지, 얘들이 전부 자기 편한 대로 움직이더군요. " 또 비싼 학비 때문에 일부는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학부모끼리 또는 학부모와 교사 간에 뜻이 맞지 않아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실패의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는 점, 학생의 장래를 감안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이윱니다. <인터뷰>정광필 (분당 이우학교 교장): "대안학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닙니다. 학교마다 다양하고 특성이 있는데 특성에 맞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설립인가를 받은 28곳의 대안학교 재학생은 2천여 명, 비인가 학교 재학생도 3천 명이 넘습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설립인가 문턱을 낮추고 재정지원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상당수 대안학교는 본래 취지가 훼손된다며 제도권 내 진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 교육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시해 공교육 활성화의 자극제가 될 때 우리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KBS 뉴스 이승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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