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방재시스템 번번히 ‘구멍’

입력 2006.12.29 (22:09) 수정 2006.12.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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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처럼 핵심전력설비에서 불이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고 또 불이 났다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병용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불이 난 곳은 성동구와 광진구, 중랑구 등 서울 동북부 지역의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 선로.

가로 2.2, 세로 2.5미터의 전력구 안은 15만 볼트에서 34만 볼트에 이르는 전력선 6개와 통신 광케이블 등이 빽빽이 지나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의 대동맥인 셈입니다.

수십만 볼트의 고압 전력이 흐르는 고압선은 각종 절연체와 절연유 등으로 싸여져 있습니다.

한 번 불 났다 하면 유독가스와 연기가 꽉 막혀 소방관 진입 조차 어렵습니다.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지난 94년 서울 동대문의 통신구 화재로 서울 휴대전화의 절반이 불통됐습니다.

6년 전 여의도 공동구 화재.

무려 18시간 동안 진화되지 않아 15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고 대부분 지역의 전화가 불통 됐습니다.

2002년 서울 우면동의 전력구 화재도 1.2킬로미터에 이르는 전력선을 다 태운 뒤 6시간 만에야 겨우 불길이 잡혔습니다.

오늘 화재도 7시간 지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습니다.

이처럼 전력구 내에서 수증기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진입 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윤경선(구리 소방서 구조대) : "(지금 내부가 어떤 상황입니까?) 불꽃은 보이지 않고 콘크리트 때문에 저희가 방수를 많이 하니까 습기 때문에 열기가 많이 올라오는 상태입니다."

전력망과 통신망 등이 모여있는 공동구에 화재 감시 장비와 소화 설비가 필수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전 측은 전력구 안에는 분포 온도 측정 시스템이 갖춰져 자동으로 화재를 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기 점검과 순시를 통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허점 투성입니다.

오늘 불이 난 전력구도 지난 97년에 만들어져 소화기를 제외한 별도의 소화 설비가 없는 상태.

올해 소화 설비를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밝혔지만 한 해는 이미 다 지나갔고 여지없이 화마는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실제 소화 설비를 갖춘 전력구는 전체 30% 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전 측의 실토입니다.

전력구 화재가 매번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있지만 화재 원인 조차 덮어 버리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인터뷰>한전 관계자 : "(지금 나와서 뭘하고 계신 겁니까?) 저기 지금 방송국에서...이거 나가면 안돼..."

<녹취>한전 관계자 : "(한전에 전력선을 납품하는)케이블 업체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회사들입니다. (화재 원인이 발표가 되면) 외국에 수출하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우리나라 국익에 관한 사항도 있고..."

원시적인 화재에 주먹구구식 대응.

목숨과 재산까지 빼앗긴 뒤에는 그저 잊혀져가기만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KBS 뉴스 김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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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방재시스템 번번히 ‘구멍’
    • 입력 2006-12-29 21:06:00
    • 수정2006-12-29 22: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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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처럼 핵심전력설비에서 불이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고 또 불이 났다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병용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불이 난 곳은 성동구와 광진구, 중랑구 등 서울 동북부 지역의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 선로. 가로 2.2, 세로 2.5미터의 전력구 안은 15만 볼트에서 34만 볼트에 이르는 전력선 6개와 통신 광케이블 등이 빽빽이 지나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의 대동맥인 셈입니다. 수십만 볼트의 고압 전력이 흐르는 고압선은 각종 절연체와 절연유 등으로 싸여져 있습니다. 한 번 불 났다 하면 유독가스와 연기가 꽉 막혀 소방관 진입 조차 어렵습니다.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지난 94년 서울 동대문의 통신구 화재로 서울 휴대전화의 절반이 불통됐습니다. 6년 전 여의도 공동구 화재. 무려 18시간 동안 진화되지 않아 15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고 대부분 지역의 전화가 불통 됐습니다. 2002년 서울 우면동의 전력구 화재도 1.2킬로미터에 이르는 전력선을 다 태운 뒤 6시간 만에야 겨우 불길이 잡혔습니다. 오늘 화재도 7시간 지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습니다. 이처럼 전력구 내에서 수증기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진입 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윤경선(구리 소방서 구조대) : "(지금 내부가 어떤 상황입니까?) 불꽃은 보이지 않고 콘크리트 때문에 저희가 방수를 많이 하니까 습기 때문에 열기가 많이 올라오는 상태입니다." 전력망과 통신망 등이 모여있는 공동구에 화재 감시 장비와 소화 설비가 필수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전 측은 전력구 안에는 분포 온도 측정 시스템이 갖춰져 자동으로 화재를 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기 점검과 순시를 통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허점 투성입니다. 오늘 불이 난 전력구도 지난 97년에 만들어져 소화기를 제외한 별도의 소화 설비가 없는 상태. 올해 소화 설비를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밝혔지만 한 해는 이미 다 지나갔고 여지없이 화마는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실제 소화 설비를 갖춘 전력구는 전체 30% 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전 측의 실토입니다. 전력구 화재가 매번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있지만 화재 원인 조차 덮어 버리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인터뷰>한전 관계자 : "(지금 나와서 뭘하고 계신 겁니까?) 저기 지금 방송국에서...이거 나가면 안돼..." <녹취>한전 관계자 : "(한전에 전력선을 납품하는)케이블 업체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회사들입니다. (화재 원인이 발표가 되면) 외국에 수출하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우리나라 국익에 관한 사항도 있고..." 원시적인 화재에 주먹구구식 대응. 목숨과 재산까지 빼앗긴 뒤에는 그저 잊혀져가기만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KBS 뉴스 김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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