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계속된 교재 베끼기

입력 2007.01.05 (22:11) 수정 2007.01.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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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런가하면 표절이 20년동안 지속돼온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들의 교재들이 특정 출판사에서 20년넘게 표절돼 참고서로 출간돼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요? 김양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방송통신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지난해 자신이 쓴 법철학 책의 출판을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수 년 동안 집필한 책이 인쇄되기도 전에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이미 시중에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상영(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 "우리가 이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제자가 우리 내용을 그대로 담은 참고서가 나왔더라.."

중국 문화 개관 교과서의 경우 소리 운 '韻’을 옮길 운 '運'으로 저자가 실수로 잘못 쓴 한자가 참고서에도 꼭같이 틀리게 인쇄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참고서 수십 권을 대조해 본 결과, 교과서를 보기 쉽게 잘라서 요약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오문의(방송통신대 중문과 교수) : "어떤 과목은 99.9%를 그대로 베끼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실제로 대조해보기 전에는 이럴 줄은..."

방송대 참고서는 모두 430여 과목.

이런 식으로 참고서가 출판된 지는 20년도 넘습니다.

교수들은 방송통신대 출판부와의 내용 교정 과정에서 파일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합니다.

이에 대해 참고서 출판사에선 저작권 협의 없이 표절 했다는 사실은 시인하지만 원본 파일을 받진 않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종소(OO 출판사 대표) : "그렇게 인용한 것은 사실이죠. 교수님들은 그것을 내 저작물을 왜 마음대로 썼느냐... 물론 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100% 썼다고 보지는 않죠."

그러나 출판업계에선 참고서가 그동안 교과서와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빠른 시점에 출간돼 온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미리 정보를 받지 않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OO 출판사 전 직원 : "쉽게 말하면 살생 명부 이런 게 있습니다. 이런 거죠. ‘보내주신 얼마는 받으셨나요’ ‘무슨 교수님‘ 이렇게 해 가지고 가지고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녹음해서?) "네."

또, 해당 출판사는 학교에 발전기금 1억 원을 기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송통신대는 9년 전에 문제가 됐던 표절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곤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녹취> 총장실 : (저희가 계속 전화를 드렸는데요.) "노코멘트입니다."

참고서 가격은 교과서 보다 2배 이상 비쌉니다.

20년 넘게 계속된 표절 악순환 속에 피해를 입는 건 결국 학생들입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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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간 계속된 교재 베끼기
    • 입력 2007-01-05 21:24:24
    • 수정2007-01-05 22:15:35
    뉴스 9
<앵커 멘트> 그런가하면 표절이 20년동안 지속돼온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들의 교재들이 특정 출판사에서 20년넘게 표절돼 참고서로 출간돼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요? 김양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방송통신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지난해 자신이 쓴 법철학 책의 출판을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수 년 동안 집필한 책이 인쇄되기도 전에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이미 시중에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상영(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 "우리가 이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제자가 우리 내용을 그대로 담은 참고서가 나왔더라.." 중국 문화 개관 교과서의 경우 소리 운 '韻’을 옮길 운 '運'으로 저자가 실수로 잘못 쓴 한자가 참고서에도 꼭같이 틀리게 인쇄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참고서 수십 권을 대조해 본 결과, 교과서를 보기 쉽게 잘라서 요약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오문의(방송통신대 중문과 교수) : "어떤 과목은 99.9%를 그대로 베끼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실제로 대조해보기 전에는 이럴 줄은..." 방송대 참고서는 모두 430여 과목. 이런 식으로 참고서가 출판된 지는 20년도 넘습니다. 교수들은 방송통신대 출판부와의 내용 교정 과정에서 파일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합니다. 이에 대해 참고서 출판사에선 저작권 협의 없이 표절 했다는 사실은 시인하지만 원본 파일을 받진 않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종소(OO 출판사 대표) : "그렇게 인용한 것은 사실이죠. 교수님들은 그것을 내 저작물을 왜 마음대로 썼느냐... 물론 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100% 썼다고 보지는 않죠." 그러나 출판업계에선 참고서가 그동안 교과서와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빠른 시점에 출간돼 온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미리 정보를 받지 않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OO 출판사 전 직원 : "쉽게 말하면 살생 명부 이런 게 있습니다. 이런 거죠. ‘보내주신 얼마는 받으셨나요’ ‘무슨 교수님‘ 이렇게 해 가지고 가지고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녹음해서?) "네." 또, 해당 출판사는 학교에 발전기금 1억 원을 기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송통신대는 9년 전에 문제가 됐던 표절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곤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녹취> 총장실 : (저희가 계속 전화를 드렸는데요.) "노코멘트입니다." 참고서 가격은 교과서 보다 2배 이상 비쌉니다. 20년 넘게 계속된 표절 악순환 속에 피해를 입는 건 결국 학생들입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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