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석유개발 30년의 그림자

입력 2007.01.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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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의 아마존 밀림이 석유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세계 석유 메이저들의 유전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아마존 유역 국가들은 발전의 원동력을 얻고 있지만 수 천 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환경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아마존 원주민 코판 족의 삶을 통해 석유개발의 그늘을 살펴봤습니다.

정창준 순회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폐유를 태우는 불꽃이 유전개발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밀림을 가로질러 도로가 생겼고...옆자리는 거대한 송유관이 차지했습니다.

활기찬 개발의 뒤안길엔 수천년 아마존을 지켜왔던 원주민 코판족의 희생이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인터뷰> 앤드리케 크리오요(코판족) : "석유로 오염되면서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부족이 많이 아파서 죽었어요."

석유도시로 변모한 '라고 아그리오' 아마존 지류를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이방인을 경계하는 코판부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주민 에르히시오 부부는실개천을 바라볼 때마다 석유회사가 원망스럽습니다.

<인터뷰> 에르히시오 케나마(코판족) : "전에는 낚시를 했습니다. 하지만 석유탱크가 세워지고 난 뒤부터는 물고기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삶의 모습도 바뀌었습니다.

사냥과 채집생활을 통해 자연의 풍요를 즐기며 자급자족하던 생활은 이제 추억일 뿐입니다.

이제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로부터 모종을 지원받아 토마토와 피망, 수박 등을 재배합니다.

<인터뷰> 오띨리아(에르히시오씨 부인) : "먹고 살기 위해 밭에서 채소도 키우고 벼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공예품을 만듭니다.

공예품을 팔아 식량은 물론 가축을 구입하기도 하고 소금과 비누, 성냥과 같은 필수품들을 장만합니다.

자연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에르히시오씨는 고향을 지키고 있지만 대부분의 코판족은 삶에 터전에서 밀려 났습니다.

코판족이 바깥세상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0년대 말, 갑자기 헬리콥터가 나타나고 기계소리가 진동하면서 석유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라몽(코판족 족장) : "순진하게도 저희는 석유개발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로부터 30여년. '라고 아그리오' 지역에서만 석유 시추지역이 360여 개에 이릅니다.

이렇다보니 송어와 메기 등 18종의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던 지류엔 오염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로빈슨(코판족) : "물고기가 서식하면 돌의 표면이 매우 깨끗합니다. 물고기가 없어지니까 이물질들이 바위표면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증거죠."

새와 원숭이도 숲을 떠났습니다.

코판족은 더 이상 자연에서 사냥감을 구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앤드리케 크리오요(코판족) : "석유회사가 들어오기 전에는 사슴 등 동물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석유회사가 들어오고 나서 주변 좀 보세요. 사냥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개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포크레인과 트럭...중장비는 이제 낯설지 않은 아마존 풍경입니다.

아마존 상류인 아가리코강 유역입니다.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이처럼 골재 채취 작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로를 내기 위한 작업니다.

흉물스런 다리가 밀림을 가로지릅니다.

중장비 수송로입니다.

개발로 삶의 터전을 쫓겨나고 있지만 원주민들에겐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족의 전통마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데 부족의 고민이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부족어를 잊고 있습니다.

전통 복장대신 청바지를 입고 바깥세계를 동경하고 있습니다.

TV와 영화, 컴퓨터도 즐기게 됐지만 코판족이란 자부심은 가슴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석유회사 진입을 코판족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윱니다.

<인터뷰> 라몽(코판족 족장) : "아이들에게 땅을 지키고 물을 보호해야한다고 가르칩니다. 오염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부족은 우리 땅에 석유회사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합니다."

"절대 백인들을 우리 땅에 들어오게 하지 마라"

코판부족의 마지막 주술사가 30년 전 생을 마치면서 남긴 유언을 지키지 못한 대가를 이제 원주민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석유개발은 코판 부족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황폐화시켰습니다.

삶의 모습도 바꿔놓았습니다.

코판 부족은 잃어버린 자연과 전통을 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새롭게 정착한 이 터전 만큼이라고 개발의 이름으로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석유개발이전 만 5천명에 달하던 코판족 가운데 이제 천여 명 만이 남아 부족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주인이었던 원주민 코판족은 국가발전이라는 명목아래 석유개발을 허용하면서 생존자체를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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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석유개발 30년의 그림자
    • 입력 2007-01-14 09:48:2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의 아마존 밀림이 석유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세계 석유 메이저들의 유전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아마존 유역 국가들은 발전의 원동력을 얻고 있지만 수 천 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환경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아마존 원주민 코판 족의 삶을 통해 석유개발의 그늘을 살펴봤습니다. 정창준 순회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폐유를 태우는 불꽃이 유전개발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밀림을 가로질러 도로가 생겼고...옆자리는 거대한 송유관이 차지했습니다. 활기찬 개발의 뒤안길엔 수천년 아마존을 지켜왔던 원주민 코판족의 희생이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인터뷰> 앤드리케 크리오요(코판족) : "석유로 오염되면서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부족이 많이 아파서 죽었어요." 석유도시로 변모한 '라고 아그리오' 아마존 지류를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이방인을 경계하는 코판부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주민 에르히시오 부부는실개천을 바라볼 때마다 석유회사가 원망스럽습니다. <인터뷰> 에르히시오 케나마(코판족) : "전에는 낚시를 했습니다. 하지만 석유탱크가 세워지고 난 뒤부터는 물고기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삶의 모습도 바뀌었습니다. 사냥과 채집생활을 통해 자연의 풍요를 즐기며 자급자족하던 생활은 이제 추억일 뿐입니다. 이제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로부터 모종을 지원받아 토마토와 피망, 수박 등을 재배합니다. <인터뷰> 오띨리아(에르히시오씨 부인) : "먹고 살기 위해 밭에서 채소도 키우고 벼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공예품을 만듭니다. 공예품을 팔아 식량은 물론 가축을 구입하기도 하고 소금과 비누, 성냥과 같은 필수품들을 장만합니다. 자연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에르히시오씨는 고향을 지키고 있지만 대부분의 코판족은 삶에 터전에서 밀려 났습니다. 코판족이 바깥세상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0년대 말, 갑자기 헬리콥터가 나타나고 기계소리가 진동하면서 석유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라몽(코판족 족장) : "순진하게도 저희는 석유개발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로부터 30여년. '라고 아그리오' 지역에서만 석유 시추지역이 360여 개에 이릅니다. 이렇다보니 송어와 메기 등 18종의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던 지류엔 오염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로빈슨(코판족) : "물고기가 서식하면 돌의 표면이 매우 깨끗합니다. 물고기가 없어지니까 이물질들이 바위표면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증거죠." 새와 원숭이도 숲을 떠났습니다. 코판족은 더 이상 자연에서 사냥감을 구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앤드리케 크리오요(코판족) : "석유회사가 들어오기 전에는 사슴 등 동물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석유회사가 들어오고 나서 주변 좀 보세요. 사냥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개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포크레인과 트럭...중장비는 이제 낯설지 않은 아마존 풍경입니다. 아마존 상류인 아가리코강 유역입니다.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이처럼 골재 채취 작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로를 내기 위한 작업니다. 흉물스런 다리가 밀림을 가로지릅니다. 중장비 수송로입니다. 개발로 삶의 터전을 쫓겨나고 있지만 원주민들에겐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족의 전통마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데 부족의 고민이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부족어를 잊고 있습니다. 전통 복장대신 청바지를 입고 바깥세계를 동경하고 있습니다. TV와 영화, 컴퓨터도 즐기게 됐지만 코판족이란 자부심은 가슴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석유회사 진입을 코판족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윱니다. <인터뷰> 라몽(코판족 족장) : "아이들에게 땅을 지키고 물을 보호해야한다고 가르칩니다. 오염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부족은 우리 땅에 석유회사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합니다." "절대 백인들을 우리 땅에 들어오게 하지 마라" 코판부족의 마지막 주술사가 30년 전 생을 마치면서 남긴 유언을 지키지 못한 대가를 이제 원주민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석유개발은 코판 부족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황폐화시켰습니다. 삶의 모습도 바꿔놓았습니다. 코판 부족은 잃어버린 자연과 전통을 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새롭게 정착한 이 터전 만큼이라고 개발의 이름으로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석유개발이전 만 5천명에 달하던 코판족 가운데 이제 천여 명 만이 남아 부족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주인이었던 원주민 코판족은 국가발전이라는 명목아래 석유개발을 허용하면서 생존자체를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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