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포커스] 판사 피습, 발단은 수학 문제

입력 2007.01.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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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장 판사를 석궁으로 공격한 전직 교수에 대해 어젯밤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해당 교수는 경찰에서 자신은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건지 정창화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정 기자! 이번 사건은 해당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게 발단이 된 것 같은데, 언제부터 시작된 겁니까?

<리포트>

네, 이번에 석궁 공격을 가한 전직 교수 김 모 씨는 지난 1996년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학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은 거의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인데요,

대학측의 재임용 탈락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직 교수와 정당한 조치였다고 맞서는 학교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본격화했습니다.

특히 해당 교수는 법원의 1심과 2심 판결에서 모두 패소하자, 법관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화면 보면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직 판사를 석궁으로 공격한 51살 김 모 씨...

서울 유명 사립대학 수학과 전직 교수였습니다.

김 씨는 사건직후 박 판사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고 실수로 발사했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사전계획 하에 해치려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씨는 경찰서에서 사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다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녹취>김OO(전직 교수) :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에 대해서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저는 합법적으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김 씨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1991년 서울 유명 사립대학 수학과 조교수로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이 대학 95년도 수학 본고사 채점 과정에 참여했는데요, 이때 김 교수는 출제된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바로 다음해인 96년 2월, 대학측으로부터 다른 교수를 비방하고 연구 활동을 소홀히 하는 등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없다며 재임용 탈락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김 씨는 자신이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은 95년 당시 출제오류를 주장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교수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습니다.

그 후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김 씨는 재임용 관련 사학법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지고 법이 바뀌자, 2005년 3월 귀국해 다시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2005년 9월 1심과 지난 12일 있었던 2심 재판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김 씨는 1심이 열리기 전부터 열 달 넘게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고, 인터넷에도 비방 글을 올리다가 지난해 6월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김 씨의 불신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은 어디까지나 법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이OO(판사) : "저 뿐만아니라 저희 부장님도 어떤 사심을 가지고 그럴 분도 아니고 그렇지도 않았고, 대한민국 판사 중에 그런 사람 있지도 않습니다"

해당 학교측은 10년이 넘은 사안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김 씨의 끈질한 주장에 대해 다른 교수들은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수학계와 교수 노조 등은 김 씨의 주장을 지지해왔고, 전국 44개 대학 수학과 교수 189명이 그를 옹호하는 성명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또 세계적인 과학지인 '사이언스'와 수학분야 국제학술지 등도 김 전 교수 해고에 대해 젊은 수학자가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다루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이성대(전국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 : "이건 뭐 세계적으로 인정된 문제기 때문에 김OO 교수 본인의 학자로서의 양심에 의한 그런 판단 이었다, 그것에 의해서 한 게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고 부당한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

항소심 패소 나흘만에 합법적 절차 대신 담당 재판장 공격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교수...

법치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철저한 수사 의지를 밝힌 사법 당국...

사법부의 엄정한 법집행은 마땅하지만, 김 씨의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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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포커스] 판사 피습, 발단은 수학 문제
    • 입력 2007-01-17 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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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장 판사를 석궁으로 공격한 전직 교수에 대해 어젯밤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해당 교수는 경찰에서 자신은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건지 정창화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정 기자! 이번 사건은 해당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게 발단이 된 것 같은데, 언제부터 시작된 겁니까? <리포트> 네, 이번에 석궁 공격을 가한 전직 교수 김 모 씨는 지난 1996년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학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은 거의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인데요, 대학측의 재임용 탈락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직 교수와 정당한 조치였다고 맞서는 학교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본격화했습니다. 특히 해당 교수는 법원의 1심과 2심 판결에서 모두 패소하자, 법관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화면 보면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직 판사를 석궁으로 공격한 51살 김 모 씨... 서울 유명 사립대학 수학과 전직 교수였습니다. 김 씨는 사건직후 박 판사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고 실수로 발사했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사전계획 하에 해치려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씨는 경찰서에서 사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다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녹취>김OO(전직 교수) :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에 대해서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저는 합법적으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김 씨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1991년 서울 유명 사립대학 수학과 조교수로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이 대학 95년도 수학 본고사 채점 과정에 참여했는데요, 이때 김 교수는 출제된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바로 다음해인 96년 2월, 대학측으로부터 다른 교수를 비방하고 연구 활동을 소홀히 하는 등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없다며 재임용 탈락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김 씨는 자신이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은 95년 당시 출제오류를 주장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교수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습니다. 그 후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김 씨는 재임용 관련 사학법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지고 법이 바뀌자, 2005년 3월 귀국해 다시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2005년 9월 1심과 지난 12일 있었던 2심 재판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김 씨는 1심이 열리기 전부터 열 달 넘게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고, 인터넷에도 비방 글을 올리다가 지난해 6월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김 씨의 불신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은 어디까지나 법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이OO(판사) : "저 뿐만아니라 저희 부장님도 어떤 사심을 가지고 그럴 분도 아니고 그렇지도 않았고, 대한민국 판사 중에 그런 사람 있지도 않습니다" 해당 학교측은 10년이 넘은 사안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김 씨의 끈질한 주장에 대해 다른 교수들은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수학계와 교수 노조 등은 김 씨의 주장을 지지해왔고, 전국 44개 대학 수학과 교수 189명이 그를 옹호하는 성명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또 세계적인 과학지인 '사이언스'와 수학분야 국제학술지 등도 김 전 교수 해고에 대해 젊은 수학자가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다루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이성대(전국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 : "이건 뭐 세계적으로 인정된 문제기 때문에 김OO 교수 본인의 학자로서의 양심에 의한 그런 판단 이었다, 그것에 의해서 한 게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고 부당한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 항소심 패소 나흘만에 합법적 절차 대신 담당 재판장 공격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교수... 법치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철저한 수사 의지를 밝힌 사법 당국... 사법부의 엄정한 법집행은 마땅하지만, 김 씨의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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