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부동산 정책 ‘내집 마련 물거품’

입력 2007.01.1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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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공아파트를 시세의 80% 안팎에서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으로 철거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입주예정인 철거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발표로 드러났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명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문을 연 이 시민공원 자리에는 원래 11개 동의 시민아파트가 있었습니다.

67살 김화자 할머니도 지난 99년 서울시의 철거 계획에 따라 25년 동안 살던 아파트를 떠나 반지하 전셋집으로 옮겼습니다.

대신 받은 것은 건설 원가 수준으로 특별 입주할 수 있는 새 공공 아파트 입주권.

<인터뷰> 김화자(시민아파트 철거민) : "집을 비워주면 원가 수준으로 나중에 아파트를 주겠다고 하니까 집을 비워줬죠.."

그런데 8년을 기다려 온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집니다.

'공공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서울시의 '시세 연동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화자(시민아파트 철거민) :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잠이 안 와요. 황당해가지고.."

올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될 서울 장지지구 아파트 건설 현장입니다.

김 할머니가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던 바로 그 아파트 단집니다.

5천9백여 세대 가운데 2천6백여 세대가 철거민들에게 우선 공급되는 특별분양 물량입니다.

서울시 발표처럼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분양가가 결정되면 33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5억 원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입주권만 있을 뿐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녹취> 인근 부동산 관계자 : "분양가가 평당 1,300만 원이 넘는다면 철거민들이 도저히 들어올 수 없어요. 그러면 당연히 (입주권을) 팔 수밖에 없죠. 불법 거래가 더욱 성행하겠죠."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일까?

서울시가 신규 아파트의 시세연동제를 발표하면서 이런 철거민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서는 한술 더 떠 시세연동제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서울시청 주택기획과 관계자 : "저희도 신문보고 알았거든요. 실무 부서의 검토는 없었어요. 저희들도 모르는 내용이 발표가 됐어요."

시세연동제가 적용될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에서 철거민들에게 우선 공급될 특별 분양 아파트는 모두 5천여 세대.

주먹구구식 부동산 정책 때문에 힘없는 철거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김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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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먹구구 부동산 정책 ‘내집 마련 물거품’
    • 입력 2007-01-18 21:02:02
    뉴스 9
<앵커 멘트> 공공아파트를 시세의 80% 안팎에서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으로 철거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입주예정인 철거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발표로 드러났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명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문을 연 이 시민공원 자리에는 원래 11개 동의 시민아파트가 있었습니다. 67살 김화자 할머니도 지난 99년 서울시의 철거 계획에 따라 25년 동안 살던 아파트를 떠나 반지하 전셋집으로 옮겼습니다. 대신 받은 것은 건설 원가 수준으로 특별 입주할 수 있는 새 공공 아파트 입주권. <인터뷰> 김화자(시민아파트 철거민) : "집을 비워주면 원가 수준으로 나중에 아파트를 주겠다고 하니까 집을 비워줬죠.." 그런데 8년을 기다려 온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집니다. '공공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서울시의 '시세 연동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화자(시민아파트 철거민) :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잠이 안 와요. 황당해가지고.." 올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될 서울 장지지구 아파트 건설 현장입니다. 김 할머니가 입주할 꿈에 부풀어 있던 바로 그 아파트 단집니다. 5천9백여 세대 가운데 2천6백여 세대가 철거민들에게 우선 공급되는 특별분양 물량입니다. 서울시 발표처럼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분양가가 결정되면 33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5억 원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입주권만 있을 뿐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녹취> 인근 부동산 관계자 : "분양가가 평당 1,300만 원이 넘는다면 철거민들이 도저히 들어올 수 없어요. 그러면 당연히 (입주권을) 팔 수밖에 없죠. 불법 거래가 더욱 성행하겠죠."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일까? 서울시가 신규 아파트의 시세연동제를 발표하면서 이런 철거민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서는 한술 더 떠 시세연동제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서울시청 주택기획과 관계자 : "저희도 신문보고 알았거든요. 실무 부서의 검토는 없었어요. 저희들도 모르는 내용이 발표가 됐어요." 시세연동제가 적용될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에서 철거민들에게 우선 공급될 특별 분양 아파트는 모두 5천여 세대. 주먹구구식 부동산 정책 때문에 힘없는 철거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KBS 뉴스 김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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