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가난 탈출 갈수록 난망

입력 2007.02.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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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사회에서 한번 빈곤층이 되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힘겨워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가난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대수 기자의 심층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때 달동네의 대명사였던 서울 난곡지역.

6년 동안의 재개발 사업 끝에 대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섰지만, 이곳에 살던 주민들에겐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인터뷰>정00(난곡 주민) : "아, 죽지 못해 사는 거죠. 일거리도 없고 제가 미장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미장 일도 없고..."

이곳에서 35년 동안 살아온 78살 박모 할머니, 아들과 손자, 손녀 3명과 4평 남짓한 무허가 건물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 안에 돈을 버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근처 봉사단체에서 도시락을 가져다 겨우 끼니를 때우기가 일쑵니다.

<인터뷰>박00(난곡 주민) : "아들도 장애인이라 (돈을) 못 벌지. 나 늙어서 못하지. 손자들은 공부하지."

결국 박 할머니에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란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이처럼 한 번 빠진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이후 1년 만에 빈곤상태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빈곤탈출 가구의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가난이 굳어졌다는 뜻입니다.

특히 고령층 빈곤 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올해 70살의 윤모 할아버지가 한 달 내내 폐지와 고철을 주워 버는 돈은 4만 원 남짓.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나이 탓에 퇴짜를 맞기 일쑤입니다.

<인터뷰>윤00(난곡 주민) : "(일자리 구하러 가면) 할아버지는 가서 손자나 보래요. 손자 보는 게 더 힘들다고 그랬어요. 청소부로도 안 써준다는 거예요."

이 때문에 가구주가 60살 이상인 고령가구의 빈곤 탈출 비율은 전체 평균을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용수(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40세 이하의 젊은 층의 경우 직업능력 확대 등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50세 이상에서는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양적 측면이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가구일수록 취업기회 확대 노력과는 별개로 기본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재정 지원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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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가난 탈출 갈수록 난망
    • 입력 2007-02-13 21:34:58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 사회에서 한번 빈곤층이 되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힘겨워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가난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대수 기자의 심층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때 달동네의 대명사였던 서울 난곡지역. 6년 동안의 재개발 사업 끝에 대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섰지만, 이곳에 살던 주민들에겐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인터뷰>정00(난곡 주민) : "아, 죽지 못해 사는 거죠. 일거리도 없고 제가 미장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미장 일도 없고..." 이곳에서 35년 동안 살아온 78살 박모 할머니, 아들과 손자, 손녀 3명과 4평 남짓한 무허가 건물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 안에 돈을 버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근처 봉사단체에서 도시락을 가져다 겨우 끼니를 때우기가 일쑵니다. <인터뷰>박00(난곡 주민) : "아들도 장애인이라 (돈을) 못 벌지. 나 늙어서 못하지. 손자들은 공부하지." 결국 박 할머니에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란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이처럼 한 번 빠진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이후 1년 만에 빈곤상태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빈곤탈출 가구의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가난이 굳어졌다는 뜻입니다. 특히 고령층 빈곤 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올해 70살의 윤모 할아버지가 한 달 내내 폐지와 고철을 주워 버는 돈은 4만 원 남짓.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나이 탓에 퇴짜를 맞기 일쑤입니다. <인터뷰>윤00(난곡 주민) : "(일자리 구하러 가면) 할아버지는 가서 손자나 보래요. 손자 보는 게 더 힘들다고 그랬어요. 청소부로도 안 써준다는 거예요." 이 때문에 가구주가 60살 이상인 고령가구의 빈곤 탈출 비율은 전체 평균을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용수(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40세 이하의 젊은 층의 경우 직업능력 확대 등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50세 이상에서는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양적 측면이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가구일수록 취업기회 확대 노력과는 별개로 기본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재정 지원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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