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갈대숲’ 불태우는 속내는?

입력 2007.02.28 (22:27) 수정 2007.02.2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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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썩어가던 습지에서 서서히 생명체가 살아나고 있는 경기 시화호 갈대숲에서 최근 불길이 자주 치솟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공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썩어가던 습지가 살아나면서 생명체가 움트기 시작한 시화호 간석지.

우거진 갈대밭 위로 갑자기 연기와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놀란 고라니가 줄행랑을 치고, 꿩은 하늘로 달아납니다.

인근 농민들이 병해충인 노린재를 잡겠다며 불을 지른 것입니다.

농민들은 수자원공사로부터 9천만 원을 지원받아 농경지 인근에 있는 이곳 시화 간석지 갈대밭 일대 30만 평을 다음달 3일까지 모두 불태울 예정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보호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개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인터뷰> 홍승욱(시화갈대밭태우기 추진위원장): "이쪽 지역 주민들은 대단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병해충 구제문제, 지역의 발전문제, 이 모든 소망을 다 함께 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다 간석지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농민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이창수(안산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수자원 공사가 골프장 등 많은 개발 계획이 있는데 지금 보존 가치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 걸림돌이 될까 봐..."

결과적으로 정확한 생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 살아나기 시작한 생태계만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150종이 정도의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동시에 보금자리를 잃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시화호 갈대숲에선 고라니와 산토끼 등은 물론 최근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의 모습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병해충 조사를 진행중인 수자원공사 측은 이런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호준(시화호환경연구소 생태연구팀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직까지 여기서 산란하거나 번식하는 그런 동물들이 없기 때문에..."

이제 불탄 갈대숲에는 잿더미만 남아 있습니다.

이 잿더미가 빗물에 쓸려 시화호로 흘러들어갈 경우 호수의 생태계도 위협받게 됩니다.

이래 저래 갈대숲 태우기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환경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 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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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화호 갈대숲’ 불태우는 속내는?
    • 입력 2007-02-28 21:36:59
    • 수정2007-02-28 2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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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썩어가던 습지에서 서서히 생명체가 살아나고 있는 경기 시화호 갈대숲에서 최근 불길이 자주 치솟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공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썩어가던 습지가 살아나면서 생명체가 움트기 시작한 시화호 간석지. 우거진 갈대밭 위로 갑자기 연기와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놀란 고라니가 줄행랑을 치고, 꿩은 하늘로 달아납니다. 인근 농민들이 병해충인 노린재를 잡겠다며 불을 지른 것입니다. 농민들은 수자원공사로부터 9천만 원을 지원받아 농경지 인근에 있는 이곳 시화 간석지 갈대밭 일대 30만 평을 다음달 3일까지 모두 불태울 예정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보호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개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인터뷰> 홍승욱(시화갈대밭태우기 추진위원장): "이쪽 지역 주민들은 대단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병해충 구제문제, 지역의 발전문제, 이 모든 소망을 다 함께 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다 간석지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농민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이창수(안산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수자원 공사가 골프장 등 많은 개발 계획이 있는데 지금 보존 가치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 걸림돌이 될까 봐..." 결과적으로 정확한 생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 살아나기 시작한 생태계만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150종이 정도의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동시에 보금자리를 잃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시화호 갈대숲에선 고라니와 산토끼 등은 물론 최근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의 모습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병해충 조사를 진행중인 수자원공사 측은 이런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호준(시화호환경연구소 생태연구팀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직까지 여기서 산란하거나 번식하는 그런 동물들이 없기 때문에..." 이제 불탄 갈대숲에는 잿더미만 남아 있습니다. 이 잿더미가 빗물에 쓸려 시화호로 흘러들어갈 경우 호수의 생태계도 위협받게 됩니다. 이래 저래 갈대숲 태우기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환경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 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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