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깨끗한 물 먹는 것도 권리

입력 2007.03.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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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마음놓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을까요?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갈수록 물 걱정이 커지고 있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그 실태를 조성훈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남 당진의 한 농촌 마을.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에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생활 필수품은 다름 아닌 정수기입니다.

<인터뷰>이선우(주민): "이 동네는 정수기 없으면 전혀 물을 쓸 수가 없어요. 그냥 설거지에나 사용하고, 먹는 물은 전혀 안 되는 그런 입장입니다."

이 마을의 상수도는 지난 2003년 먹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손인환(주민): "먹지 말라고 하면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지, 그냥 먹지만 말라고 그러면 어디 가서 어떻게 먹고 살아."

역시 마을 상수도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경기도 화성의 한 농촌 마을.

자치단체에서 돈을 들여 1년 전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정화처리장치를 설치했지만 반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이경률 회장(환경실천연합회장): "2차 여과기를 통과해서 걸러진 물이 나가는 관로가 끊어져 있습니다. 현재 사용이 전혀 안 되는 거죠."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김형중(마을 정수장 관리인): "아니, 한 번도 (필터를) 갈은 일이 없어요. 얼마 쓰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또 모르니까, 그냥 건드린 적이 없어요."

마을 상수도가 오염되면서 마을 앞까지 광역 상수도가 들어선 경기도 화성의 또 다른 마을.

그러나 한집에 50만 원가량 드는 상수도 설치비와 물세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광역 상수도 설치를 꺼리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영순(주민): "여기 들어오는 물은 물세가 비싸다고 안 먹어, 그냥 이거 다 먹지."

현재 마을 상수도나 간이 급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전국에 250여만 명.

하지만 지난 2005년 환경부가 만여 곳의 마을 상수도 물을 검사해 보니, 먹는 물로 부적합한 곳이 천 곳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오상용(한림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이런 물을 많이 먹게 되면 어지럼증이나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등의 건강 악영향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을 상수도의 수질 개선을 위한 예산이 확보된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 같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에겐 멀기만 한 꿈 같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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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깨끗한 물 먹는 것도 권리
    • 입력 2007-03-22 2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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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마음놓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을까요?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갈수록 물 걱정이 커지고 있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그 실태를 조성훈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남 당진의 한 농촌 마을.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에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생활 필수품은 다름 아닌 정수기입니다. <인터뷰>이선우(주민): "이 동네는 정수기 없으면 전혀 물을 쓸 수가 없어요. 그냥 설거지에나 사용하고, 먹는 물은 전혀 안 되는 그런 입장입니다." 이 마을의 상수도는 지난 2003년 먹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손인환(주민): "먹지 말라고 하면 무슨 대책을 세워줘야지, 그냥 먹지만 말라고 그러면 어디 가서 어떻게 먹고 살아." 역시 마을 상수도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경기도 화성의 한 농촌 마을. 자치단체에서 돈을 들여 1년 전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정화처리장치를 설치했지만 반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이경률 회장(환경실천연합회장): "2차 여과기를 통과해서 걸러진 물이 나가는 관로가 끊어져 있습니다. 현재 사용이 전혀 안 되는 거죠."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김형중(마을 정수장 관리인): "아니, 한 번도 (필터를) 갈은 일이 없어요. 얼마 쓰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또 모르니까, 그냥 건드린 적이 없어요." 마을 상수도가 오염되면서 마을 앞까지 광역 상수도가 들어선 경기도 화성의 또 다른 마을. 그러나 한집에 50만 원가량 드는 상수도 설치비와 물세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광역 상수도 설치를 꺼리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영순(주민): "여기 들어오는 물은 물세가 비싸다고 안 먹어, 그냥 이거 다 먹지." 현재 마을 상수도나 간이 급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전국에 250여만 명. 하지만 지난 2005년 환경부가 만여 곳의 마을 상수도 물을 검사해 보니, 먹는 물로 부적합한 곳이 천 곳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오상용(한림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이런 물을 많이 먹게 되면 어지럼증이나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등의 건강 악영향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을 상수도의 수질 개선을 위한 예산이 확보된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 같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에겐 멀기만 한 꿈 같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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