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적자에 허덕이는 영어마을 ‘허와 실’

입력 2007.03.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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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후죽순 생겨났던 영어마을들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면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좌초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윤섭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모두 851억 원을 들여 전체 8만 4천 평 부지를 영국의 한 마을 모습으로 꾸몄습니다.

왁자지껄 음식만들기 교실.

<현장음> "어려워요. 어려워요? 정말? 요리 자주 합니까? 저는 요리를 잘 못합니다."

외국인 교사에, 영어로만 이뤄지는 수업에 처음엔 어색했던 학생들도 금새 흥미를 느낍니다.

<현장음>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

철저한 체험 위주의 수업이다보니 자연스레 영어가 몸에 뱁니다.

<인터뷰> 유다현(중2) : "외국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외국인 들과 말을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캠프가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370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문을 연 2만 평 규모의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

이미 2만 여 명이 이 곳을 다녀갔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영어마을은 31 개, 여기에다 26 곳이 새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어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어마을들이 최근 적자폭이 커지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파주와 안산 두 곳에서 운영 중인 경기영어마을의 경우 작년 한해 적자만 220억 원, 모두 도 예산으로 충당됐습니다.

서울 영어마을의 수유캠프 5억 2천만 원, 풍납캠프 4억 원, 성남영어마을도 3억 4천만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적자가 커지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영어마을이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경기영어마을은 이달부터 8만 원이던 5박 6일 수업료를 12만 원으로 50%나 올리는 등 적자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당초 영어마을의 운영취지는 해외를 갈 수 없는 저소득층의 영어교육 등 공교육의 보완이었습니다.

<인터뷰> 한문섭(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 : "공교육을 보완해주기 위한 교육대체시설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로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을 무조건 맞추려면 우수 교사확보가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도 부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기원(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 : "꾸준한 콘텐츠개발, 학생들 안전을 위해 필요한 행정인력 등은 감소운영할 수 없는 그런 현실입니다."

'만년적자' 영어마을, 경제적 손해보다 사회적 이득이 더욱 강조돼야 할 땝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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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적자에 허덕이는 영어마을 ‘허와 실’
    • 입력 2007-03-24 21:05:25
    뉴스 9
<앵커 멘트> 우후죽순 생겨났던 영어마을들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면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좌초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윤섭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모두 851억 원을 들여 전체 8만 4천 평 부지를 영국의 한 마을 모습으로 꾸몄습니다. 왁자지껄 음식만들기 교실. <현장음> "어려워요. 어려워요? 정말? 요리 자주 합니까? 저는 요리를 잘 못합니다." 외국인 교사에, 영어로만 이뤄지는 수업에 처음엔 어색했던 학생들도 금새 흥미를 느낍니다. <현장음>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 철저한 체험 위주의 수업이다보니 자연스레 영어가 몸에 뱁니다. <인터뷰> 유다현(중2) : "외국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외국인 들과 말을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캠프가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370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문을 연 2만 평 규모의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 이미 2만 여 명이 이 곳을 다녀갔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영어마을은 31 개, 여기에다 26 곳이 새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어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어마을들이 최근 적자폭이 커지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파주와 안산 두 곳에서 운영 중인 경기영어마을의 경우 작년 한해 적자만 220억 원, 모두 도 예산으로 충당됐습니다. 서울 영어마을의 수유캠프 5억 2천만 원, 풍납캠프 4억 원, 성남영어마을도 3억 4천만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적자가 커지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영어마을이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경기영어마을은 이달부터 8만 원이던 5박 6일 수업료를 12만 원으로 50%나 올리는 등 적자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당초 영어마을의 운영취지는 해외를 갈 수 없는 저소득층의 영어교육 등 공교육의 보완이었습니다. <인터뷰> 한문섭(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 : "공교육을 보완해주기 위한 교육대체시설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로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을 무조건 맞추려면 우수 교사확보가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도 부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기원(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 : "꾸준한 콘텐츠개발, 학생들 안전을 위해 필요한 행정인력 등은 감소운영할 수 없는 그런 현실입니다." '만년적자' 영어마을, 경제적 손해보다 사회적 이득이 더욱 강조돼야 할 땝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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