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미숙한 입양 문화…남아·장애아 ‘기피’

입력 2007.05.11 (22:23) 수정 2007.05.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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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5월 11일, 오늘은 두번째 맞는 입양의 날입니다.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는 있다지만 남자아이와 장애아는 여전히 입양을 꺼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양문화를 선재희 기자와 함께 생각해봅니다.

<리포트>

석달 전 은우를 입양한 후로 김민숙씨네는 집안이 다 환해졌습니다.

귀찮고 힘든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웃을 일이 더 많아져 복이 터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인터뷰> 박종성(양아버지): "우리 딸이 우리 아들한테 질투낼까 봐 딸한테 신경 더 써지고 더 좋아요. 행복하고..."

입양을 결심했을 땐 딸이냐 아들이냐를 놓고 고민도 했지만 막상 키워보니 별다를 게 없습니다.

<인터뷰> 김민숙(양어머니): "딸이나 아들이나 아무 상관없는 것 같아요. 기르는 데 감사해요."

국내가정으로 입양되는 아동은 한해 천 4백 여 명, 여아 대 남아 비율이 7대 3으로, 여아 쏠림 현상이 심각합니다.

양부모들이 유난히 딸을 선호하다 보니, 여자 어린이를 입양하려면 1년 가까이 대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반면, 남자 어린이는 국내에서 입양되지 못해 해외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조선미(홀트 관계자): "여자아이는 양육하는 데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시거나 아니면 사춘기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장애아동도 기피 대상입니다.

중증 장애는 물론,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나 큰 몽골반점, 얼굴에 얽은 자국만 있어도 좀처럼 입양되기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장애 아동의 99%는 해외로 보내집니다.

또, 친부모의 병력은 물론, 학력까지 일일이 따지는 경우도 허다해, 생모가 우울증 증세만 조금 있어도 국내 입양은 어렵습니다.

<인터뷰> 선혜경(대한사회복지회): "대부분의 부모들은 완전하게 완벽하게 건강한 아이를 원하는 상황입니다."

공개입양에 대한 인식확산 속에 정부는 올해부터 200만원의 입양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매달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장애아 경우에는 매달 55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미취학 아동의 보육비도 지원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여자 어린이나 건강한 어린이만 선호한다면 고아 수출국 이미지를 씻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정화(정신지체 장애아 입양): "장애 아동을 입양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분들께 장애아가 주는 기쁨이 보통 아이보다 백 배는 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오효경(뇌병변 1급 장애아 입양):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측은하다 하겠지만 나는 내 자식 장애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부모에게 선택받지 못한 어린이들, 또 다른 잣대로 양부모의 선택마저 받지 못하는 현실, 부모가 되어주는 큰 사랑으로 감싸야 할 부분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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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미숙한 입양 문화…남아·장애아 ‘기피’
    • 입력 2007-05-11 21:32:01
    • 수정2007-05-11 2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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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5월 11일, 오늘은 두번째 맞는 입양의 날입니다.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는 있다지만 남자아이와 장애아는 여전히 입양을 꺼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양문화를 선재희 기자와 함께 생각해봅니다. <리포트> 석달 전 은우를 입양한 후로 김민숙씨네는 집안이 다 환해졌습니다. 귀찮고 힘든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웃을 일이 더 많아져 복이 터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인터뷰> 박종성(양아버지): "우리 딸이 우리 아들한테 질투낼까 봐 딸한테 신경 더 써지고 더 좋아요. 행복하고..." 입양을 결심했을 땐 딸이냐 아들이냐를 놓고 고민도 했지만 막상 키워보니 별다를 게 없습니다. <인터뷰> 김민숙(양어머니): "딸이나 아들이나 아무 상관없는 것 같아요. 기르는 데 감사해요." 국내가정으로 입양되는 아동은 한해 천 4백 여 명, 여아 대 남아 비율이 7대 3으로, 여아 쏠림 현상이 심각합니다. 양부모들이 유난히 딸을 선호하다 보니, 여자 어린이를 입양하려면 1년 가까이 대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반면, 남자 어린이는 국내에서 입양되지 못해 해외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조선미(홀트 관계자): "여자아이는 양육하는 데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시거나 아니면 사춘기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장애아동도 기피 대상입니다. 중증 장애는 물론,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나 큰 몽골반점, 얼굴에 얽은 자국만 있어도 좀처럼 입양되기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장애 아동의 99%는 해외로 보내집니다. 또, 친부모의 병력은 물론, 학력까지 일일이 따지는 경우도 허다해, 생모가 우울증 증세만 조금 있어도 국내 입양은 어렵습니다. <인터뷰> 선혜경(대한사회복지회): "대부분의 부모들은 완전하게 완벽하게 건강한 아이를 원하는 상황입니다." 공개입양에 대한 인식확산 속에 정부는 올해부터 200만원의 입양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매달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장애아 경우에는 매달 55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미취학 아동의 보육비도 지원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여자 어린이나 건강한 어린이만 선호한다면 고아 수출국 이미지를 씻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정화(정신지체 장애아 입양): "장애 아동을 입양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분들께 장애아가 주는 기쁨이 보통 아이보다 백 배는 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오효경(뇌병변 1급 장애아 입양):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측은하다 하겠지만 나는 내 자식 장애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부모에게 선택받지 못한 어린이들, 또 다른 잣대로 양부모의 선택마저 받지 못하는 현실, 부모가 되어주는 큰 사랑으로 감싸야 할 부분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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